방망이 깎던 야경쟁이 (有)

니콘동민님들 안녕하심미까~
어느덧 주말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목요일이 되었네요.
타동에서 야경맛집이라고 찾아올 정도로 이번주에 야경사진이 관심을 받는걸 보니 흐믓한 마음에
오늘도 야경사진에 대한 간략한 썰과 사진들 좀 풀어보겠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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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삼각대도 설치하고 릴리즈도 연결하고 LCD도 들여다보고 빨리 찍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찍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만 찍으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배꼽시계가 말하는 저녁식사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찍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사진 볼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찍는다는 말이오? 야경쟁이, 외고집이시구먼. 배고프다니까요."
야경쟁이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야경사진 보시오. 난 안 보여주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밥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찍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야경 사진이란 제대로 찍어야지, 찍다가 놓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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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과 기다림을 강조했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을 패러디 해봤습니다.
야경 사진은 풍경 사진처럼 좋은 장면을 기다려야하는 인내도 필요하지만
사진이 찍히는것 자체도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좀 더 인내와 정성이 필요합니다.
야경 사진 촬영은 정적인 촬영 환경이라 긴장이 덜하다고 생각할수 있으나
삼각대를 어느 바닥에 얼만큼 견고하고 밸런스를 맞춰서 수평에 가깝게 세우느냐부터
포커스를 얼만큼 정교하게 맞추어 촬영하는 동안 틀어지지 않게 유지할것이냐
각종 바람과 진동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조명과 어둠 사이의 큰 노출차에서 히스토그램 보며 최적의 노출값을 어떻게 찾을것이냐 등
한과정 한과정에서 정성이 필요합니다.
평소 사진작가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자칭 랜드스케이프 전문 전업 작가라는 사진가가
풍경 사진을 조리개 1.4 최대개방으로 찍거나 구도 수평도 안맞춘 사진들을 납품한걸 본적이 있는데
그냥 취미 야경쟁이인 제가 보기에도 참 성의없고 정성이 부족하구나 싶더군요.
제가 야경 사진에서 중요하게 강조하고픈 덕목은 바로 장인정싱 혹은 정성이 되겠습니다ㅋ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몇몇 오랜 기다림과 정성을 요했던 사진들 몇장 올려봅니다ㅋ

추위와 어두움, 두려움과 수시간 싸우며 수백장의 컷을 찍어 단 한장의 결과물을 얻는 기다림의 대명사
북천일주 사진이 되겠습니다;
장소는 울릉도 삼선암입니다ㅋ

안면도 태안의 꽃다리 야경인데
저 무지개빛 조명은 계속해서 색이 변해서 장노출로 찍으면 결국 조명색이 다 파란 흰빛으로 담기게 됩니다.
이 사진은 조명의 무지개빛을 살리는 동시에 노출도 확보하고자
적정 노출시간인 약 15~20초를 다중노출 10회로 나눠서
조명이 같은 색으로 빛나는 타이밍에만 1.3초의 짧은 노출을 누적시켜서 담은 야경사진입니다ㅋ
그래서 메타 정보도 1.3초 노출로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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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사진은 장노출시 은하수가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별궤적 사진과 달리 노출시간을 길게 줄 수 없다보니
감도를 높여야하고 그러다보면 노이즈나 DR 손실이 큰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iso64로 깔끔하게 은하수를 담아보고자 적도의를 활용해서 동일 구도로 배경을 약 10여분의 장노출로 찍고
다시 적도의를 가동하여 10여분의 장노출로 찍은 다음 두 사진을 합치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풍경과 어우러진
은하수 사진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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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D3x 쓰던 시절 시도했다가 포기했던 단 한장의 사진으로 매직아워 전체 담기 사진을
올해 제대로 다시 촬영해보게 되었습니다.
ND 필터를 껴서 약 15~30분의 매직아워 전체를 단 한장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인데
일반 카메라로 촬영시 열화노이즈가 너무 심해져서 포기했다가
올해 카메라를 천체 장노출용으로 냉각개조해서 다시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일반 야경 사진과는 다른 오묘하면서도 진득한 색의 느낌(참고로 채도는 전혀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부와 명부의 빛 분포도 사뭇 달라서 흐믓했던 사진들입니다.
약 30분간 셔터를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자면
오븐에 넣은 요리가 설익을것이냐 탈것이냐 초조해하며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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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약 4~5백장의 사진들을 일정 간격으로 촬영한 뒤
일일이 보정하고 화벨이랑 노출이 튀지 않도록 잡아준 뒤
한장을 약 가로 15픽셀 정도의 길이로 잘라서 이어붙여 만든 타임슬라이스 사진입니다.
중간에 노출이나 화벨이 튀면 사진이 부자연스럽고 변질된 필름 느낌이 나기 쉬워
촬영도 촬영이지만 후보정 작업에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ㅠ
오늘 보여드린 사진들은
촬영 과정에서 핀이 나가있거나 구도 수평이 안맞았거나 조리개를 잘못 설정했거나 하면
짧게는 수분 길게는 수시간의 기다림과 출사가 물거품이 되버리는 작업들입니다;
아무쪼록 야경 사진을 좋아하시는 니콘동민님들께 작게나마 영감이 되었길 바랍니다~~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
좋은 하루 되세요ㅎ
P.S: 인스타도 합니다ㅋ 빨간닭으로 검색해주시면 쉽사리 찾으실수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