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몇 년 전 일기장용 블로그에 써둔 글을 옮기면서 조금 고친 것입니다.(지금은 폭파된 블로그이므로 별 문제 없겠지요)
요새는 고무신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좀 낡은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단어는 따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부제 - 고무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
서.
글을 쓰기에 앞서 전제를 두어야 겠다.
하나. 내가 고무신 노릇을 한 것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군대나 고무신 카페의 분위기와는 다를 수 있으며 당시 남자친구의 전역 이후로 군대 혹은 고무신과 관련된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므로 그 뒤의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둘.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나는 당시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어떤 고생을 했고 얼마만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해 다 알고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이 아니면 그것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내게 말해줬던 것들을 통해 최대한 이해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셋. 그렇기에 이 글은 고무신인, 고무신이었던, 고무신일 여자분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다.
본.
고무신 혹은 곰신
소위 남자사람친구들이 전역을 하다못해 이제 예비역조차 다 끝나버린 이 시점에 저 지긋지긋한 단어를 또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초반 꼬꼬마 시절,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 후 내가 겪은 2년이라는 시간은 이후 미필은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사실 이제 내 나이로 주변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자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 철저히 내 경험을 바탕에 둔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기가 힘든 이유'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1.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너만 내 곁에 없어
아.. 오그라든다. 처음부터 너무 오그라드는 문장을 쓰려니 힘들다.
아무튼 그렇다.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 직후부터 여자친구가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CC, 캠퍼스 커플이었고 심지어 징글징글한 과CC였다. 월화수목금 내내 같이 수업듣고, 밥먹고, 공부는 안했지만 도서관도 다니던 흔해빠진 커플 중 하나였다. 사실 이런 커플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버린 후 제일 빨리 깨지는 유형이기도 하다.
어쨌든 남자친구 입대날, 그의 부모님과 함께 102보충대로 향했다.
외동아들의 입대에 부모님 심정은 오죽이나 착잡했을까. 그렇게 다들 입맛이 없어 깨작거리던 점심을 나 혼자만 신명나게 흡입했다. 통곡의 바다였던 신교대에서 남자친구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돌아서 갈 때에도 나 혼자만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의 공백을 크게 느낄수록, 그것에 슬퍼하고 우울해 할수록 기다리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마인드컨트롤은 성공했고 의외로 담담한 심정으로 그를 보냈다.
하지만,
남자친구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올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핸드폰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었는데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전화를 하면 그가 받을 것 같았고 다음 날이면 변함없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게 참 사람 기분을 불편하게 만든다.
과장을 보태자면 모든 생활을 공유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느끼는 허탈감은 꽤 크다.
둘이 하던 것을 혼자하려니 외롭고, 내 얘기를 들어주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모든 것은 완벽히 그대로인데 딱 내 남자친구만 없다.
앞서 매일 붙어다니며 알콩달콩 지내던 커플일수록 빨리 깨지게 된다는 말을 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너무 의지하다보니 빈자리를 견딜 수가 없고, 외로움이 너무 커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거나, 또다른 의지처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초보고무신들은 분연히 이 외로움을 버틴다. 고무신 카페에 가입해서 가입인사도 하고, 같은 처지인 고무신들과 수다도 떨면서. 선배고무신의 행적을 살피고, 군대라는 생소한 곳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첫 고비는 넘어간다.
2.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그녀의 목소리
첫고비만 넘기면 꽤 버틸만 하다. 훈련소에서 한 번, 운이 좋으면 두어 번 잠깐이나마 통화를 할 수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국이(육군 마스코트. 의외로 잘생김)가 그려진 편지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등병이 된 남자친구가 불규칙적으로 전화를 한다. 자주 걸려오는 것도 아니고 언제 걸려올 지 몰라서 폰은 손 안에서 늘 대기상태. 곰신카페에서 상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남자친구 목소리가 반가워서 눈물이 다 난다. 까칠해진 목소리에 애달프고 더 그립다. 그런데 상큼하게 울리는 웬 아가씨의 목소리.
"콜렉트콜입니다~" (받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난다)
처음에는 콜렉트콜이 다 무어냐 끊어야 하는 순간이 아쉽기만 했다. 그렇게 한두달에서 석달쯤 지나다보면 남자친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빈도도 조금은 늘고, 통화시간도 조금은 길어진다. 그 때쯤 되니 슬슬 전화요금 고지서가 눈에 들어온다. 콜렉트콜 비용만 한달에 10만원쯤? 3-4만원 내던 전화요금이 갑자기 10만원이 더 붙어서 13-14만원이 되었다. 그게 두달이 넘어가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깨알같이 곰신카페를 뒤져보니 3,40만원씩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덜컥 겁이 났다.
폭풍검색으로 선불 전화카드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10만원쯤 충전해서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속이 좀 쓰리지만 같은 값에 더 오래 통화할 수 있다는 데에서 위안을 얻었다. 돈을 좀 쓰더라도 목소리를 못듣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지금부터 한달에 10만원은 꼬박꼬박 전화카드 비용으로 나가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이 부분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은 더 전 상황이므로 지금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3. 너의 빈자리만큼 지갑에도 빈자리가
이것은 2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여친이 챙길 거 다 챙기려면 돈이 제법 든다. 곰신카페에 가보면 세상에 정성도 그런 정성이 없다. 남자친구 잘 봐달라며 소분포장한 과자세트를 부대원 전체에게 돌리는 것은 기본이란다. 면회를 가더라도 절대 남자친구 몫만 챙겨서는 안된다. 못해도 그의 가까운 선임몫도 챙겨야 한다. 치킨 대여섯마리, 피자 서너판을 사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폭탄편지라고 해서 편지 100통을 한꺼번에 보내거나 전지 한 장 가득히 편지를 쓰기도 한다. 편지야 그렇다쳐도 간식이나 음식값은 한 번에 10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20대 초반 고무신에게는 전화카드값도 부담스러운데 자질구레한 것들을 다 챙기자니 슬슬 힘들어진다.
사실 나는 그걸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친구 부대는 음식물반입이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부대에 간식소포가 도착하면 오히려 갈굼당하니까 절대 보내지 말라고 그는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다고 해도 편지지와 편지봉투, 우표값은 빠지지 않는다. 남자친구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밝은 노란색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샀고, 규격봉투가 아니니까 우표값이 조금 더 들었다.
일주일에 3-4통씩 일년 넘게 보냈으니 적은 양은 아니다. 그래도 이건 껌값이었다. 면회나 휴가에 비하면.
면회도 종류가 있다.
부대 안 만남의 장소에서 얌전히 밥(혹은 치킨이나 혹은 피자를) 먹고 얘기만 하는 면회
외출허가를 받아서 부대 근처에서 떠돌며 밥(혹은 고기나 혹은 고기를) 먹는 면회
외박허가를 받아서 부대 근처 모텔(이라고는 하지만 여인숙급의 여관)에서 하루 보내고 돌아오는 면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행복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지갑사정이 어려워진다.
군인들 월급은 그냥 부대에서 간식사먹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박면회라면 차비 제외하고도 10만원은 우습게 깨졌고, 외출면회라도 5만원은 가뿐히 넘어갔다. 부대 밖 동네 물가가 정말 비싸다. 한달에 한두번쯤 면회를 갔었는데 만남의 장소에 간 것은 처음 한 번 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거의 외출면회를 갔다. 남자친구는 잠깐이라도 부대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차비까지 합치면 한 번 면회갈 때 7~10만원 정도 들었다.(10년 전 기준)
휴가도 만만치 않다. 물론 100일만에 함께하는 데이트는 정말 꿈만 같다. 하지만 돈없는 학생에서 돈없는 군인이 된 남자친구가 짠해서 이것저것 사먹이다보면 허리가 휘청한다. 내 경우에는 당시 지방 집에 가 있었기 때문에 왕복 KTX비용과 2박 3일치 데이트 비용이 들었다. 그에 더해 남자친구에게 주려고 전날 밤새 빵이며 쿠키며 10종류를 10세트 정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재료값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다 합치면 30만원 썼던 것 같다. 물론 남자친구가 돈을 안쓴 건 아니지만 군인월급은 그야말로 쥐꼬리만하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도 한계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나는 세 곳의 학원에서 선생노릇을 했다. 월급의 4분의 1정도가 남자친구에게 들어갔다.
자꾸 이렇게 돈돈돈 하는 것은, 정말 그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돈으로 애정의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한참을 못보다 어렵사리 만난 내 애인에게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으니까. 같이 있을 때는 이성을 잃은 상태로 지내다가 남자친구가 부대에 복귀하고 나면 그제서야 깨닫는 것이다. 아, 너무 많이 썼구나.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아끼는 것은 꼭 남자친구를 향한 정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그걸 반복하게 된다. 정말 잘해주기만 하고 싶었거든.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고무신카페에도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4. 군인의 적은 예비역?
어떤 심린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고 할 때 예비역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비웃거나, 비웃거나.
전자는 '니가 어디까지 기다릴 수 있나 보자'며 비웃는 것이고, 후자는 '그래봤자 전역하면 니가 차인다'며 비웃는 것이다. 왜냐면 자기네들이 군대에 있을 때 지겹도록 봤거든. 선임, 동기, 후임할 거 없이 여자친구에게서 이별통보 받는 현장을. 그렇기 때문에 믿지 못한다. 어차피 헤어질 거라 생각하나보다. 주변에 이런 반응은 꽤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다. 가뜩이나 외로움+이런저런 이유로 힘든데 상처에 소금뿌리는 소리를 누가 반길까.
게다가 후자의 경우, 고무신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찌르는 말이다.
'헌신하다 헌신짝된다.', '2년동안 기다렸더니 전역하고 다른 여자 만나더라.' 고무신 카페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불안감이 점점 자라서 아직 까마득한 그의 전역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열 커플 중에 여덟 커플이 헤어지고 두 커플이 남는다면, 그 중 한 커플은 꼭 고무신이 차이는 경우가 보였다. 헤어지지 않을 확률은 10분의 1보다 더 적다.
물론, 남자친구 전역 후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단지 그들은 고무신카페에 돌아가지 않으며, 그 행복한 후일담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그걸 알고 있고, 믿고 싶으면서도 자꾸 안좋은 이야기만 눈에 들어온다.
이러다 배신당하면 어쩌지? 자꾸 불안해진다. 이 불안감은 거의 끝까지 가져가게 된다. 왠만해서는 벗어나기 힘들더라. 정성을 쏟은만큼 더 그렇다.
자, 여기까지만 해도 비록 힘들지언정 고무신 폐업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정말 고비는 여기서부터였다.
5. 네 시계와 내 시계는 가는 속도가 다르다
이 얘기를 쓰고 싶었다. 앞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제 슬슬 지겨우니까 빨리 해야지.
가장 힘들었던 것, 너와 내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
남자친구는 이제 상병 중반쯤 됐다. 군대에 익숙해져서 말투가 바뀐지 오래고 예전처럼 힘들어하는 기색도 크게 없다. 나도 고무신 생활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대충 언제쯤 전화가 올 지 안다. 고무신 짬밥도 헛먹은 것은 아니라서 남자친구 일과도 외우고 있다. 남자친구가 의식하지 못한 채 군대 용어를 써도 이제 더이상 '그게 뭐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다 알고 있다. 가끔 나도 쓴다. 왠만한 미필보다 군생활에 대해 더 잘 안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 다 헛소리였다.
그 무렵의 나는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듣고,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었다. 여느 이십대가 모두 그렇게 성장하듯이 나 또한 그러했다. 내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다.
그랬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그가 얼마나 힘든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의 일과가 얼마나 변화가 없는지, 같은 일상이 얼마나 지겹게 반복되는지. 그가 변해가는 나를 보며 얼마나 불안해 했는지.
이제 그와 나의 시간은 점점 벌어져간다. 내 주변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아! 이거 나중에 남자친구한테 얘기해줘야지' 했던 것들도 그와 통화할 때 즈음엔 벌써 예전 일이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다고 하더라도 그 때 그 기분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별로 할 말이 없어졌다. 그의 얘기는 늘 똑같다. 흥미가 떨어진다. 그 역시 할 말이 점점 없어진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니까.
주변 모든 사람이 앞을 향해 쭉쭉 나아가고 있는데 내 남자친구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 역시 앞서 나간 지 오래라 그와 말이 통하질 않는다. 다들 취업걱정에 이런 저런 공부며 시험이며 노력하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전역하면 여행을 가고싶네, 무슨 게임을 하고싶네, 하고싶은 거 다 하고 놀고싶은 거 다 놀고 졸업은 늦게 늦게 할 거란다. 놀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졸업반이다.
우리 사이에 공통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만나는 사람, 지내는 공간, 먹는 밥, 하는 일, 모두가 다르다. 공유할 이야깃거리도 떨어졌다. 내가 아는 걸 그는 알지 못하고, 그가 아는 것에 나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의 고민에 그도 관심이 없다.
이건 단순히 여자가 마음이 변했다고 일축할만큼 간단하지 않다. 앞날에 대해 막막한 심정, 취업에서 오는 고민과 스트레스,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고 느끼는 열등감, 혼자 있는 외로움. 이런 것들을 '남자친구'와 공유할 수 없다. 내가 군대에 있는 그의 생활에 대해 온전히 알거나 이해할 수 없듯이, 그 또한 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고민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며 잘 들어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으니까. 또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에는 서로 너무 어리고 미성숙했다. 각자 서로에게 '말이 안통한다'고 느꼈다.
결.
마무리를 하자.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기 힘든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허탈함
2. 상당한 금전적 부담
3.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4.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으로 해결하기 힘든 소통의 부재
이것들은 순차적으로 들이닥치면서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한다. 버티기가 어렵다. 내 경우에는 2번과 4번이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1번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3번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각자 서로 다른 이유가 제각기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FAQ처럼 이럴 때는 이러세요 정답을 제시할 수도 없고 조언하기도 힘들다. 다만 힘들 때는 '내가 왜 힘든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이유를 찾아나가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 내가 제시한 이유는 가장 조악한 수준의 것들이고 아마 다들 자신만의 이유가 있겠지. 해결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게 함정이지만.
아참, 그 때 군대 간 남자친구와 어떻게 됐냐하면,
전역하기 두달 전 그러니까 군대 간지 1년 10개월만에 결국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2년을 꼬박 기다리지는 못했으므로 고무신으로서 불합격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정말 지극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미안함이나 찝찝함 없이 그와 헤어졌다. 그런가 하면 내 주변에는 군대 간 남자친구를 꼬박 기다리고 그 후로도 오래오래 잘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도 제법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보자. 굳이 군대에 가지 않더라도 이십대 초중반에 2년 동안 안헤어지고 잘 만나기 쉽지 않다. 비록 연애 사정은 케바케지만.
첨언하자면,
내가(그녀가) 기다려주었으니까, 라는 생각은 어느 쪽에게든 좋지 않은 감정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뒀으면 한다.
보상심리라던가 지나친 부담감 같은 것들.
연애는 원래 둘이 서로 좋아서 함께하는 것일뿐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빚지는 게 아니다.
좋아하니까 만나는 거고, 만나는 동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려'준다'는 표현이 참 별로였다.
그러니 혹시나 고무신인, 고무신일 아가씨가 이 글을 본다면 이런 점을 잘 염두해두고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
처음부터 없는게 낫죠
잘 읽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과정을 느끼는지 잘 알게 되었네요.
군대라는 게 참 사람 씁쓸하게 만드는 곳이네요
이제 고무신 신은 입장에서.. 벌써부터 많이 공감이 되고 걱정이 되는 글이네요. 특히 금전적인 부분이 많이 걱정이 되긴 해요. 그래도 전화는 요즘은 부대마다 수신용 전화기가 있어서 그 전화기에 전화를 걸면 받아서 전화하는 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수신용 전화기가 없는 없는 부대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콜렉트콜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전화카드도 판매하고.. 이런 면에선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긴 해요. 마지막에 서로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부분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인데 ㅠㅠ 덕분에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남자친구 휴가 나오면 보여주고 같이 대화해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글이었어요. 감사합니다.
4번 왜이렇게 공감되죠ㅋㅋㅋㅋㅋ.. 남자친구 군대간 2년동안 (친하던 친하지 않던)거의 모든 예비역들이 저한테 기다리지 말라고 난리난리였어요. 자기들딴에는 걱정이라고 하는데 따지고보면 악담이죠ㅠㅠ 다행히도 저는 ㄱㅆ마이웨이라서 하나도 귀담아듣지 않았고 그 결과 전역한지 한참 지난 지금도 아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남친이 귀얇은게 절 문제였어요.
계속 남친한테 한 남자만 계속 기다리는 여자없다고 다 놀면서 기다리고있는거라면서
자기여친도 바람났었다며 바람 썰 엄청들려주고
면회도 제가 늘갔거든요
근데 선임들이 초반이라 그렇지 좀있음 안올거라면서 그러곸ㅋㅋ
밤새 벼락치기 공부하고 시험치고 잠들어서 전화못받았더니 그 선임들이 술마시러 간거라고 ㅈㄹ하고
남친이 그거듣고 저 떠보길래 뭐냐고 불라고했더니 얘기들어서 불안해서 그렇다고ㅋㄲ ㅋㅋ
암튼 귀얇은 놈도 문제지만 의심심어준 선임들이 젤 ㅈ같았네요.
니네 여친이나 그렇겠지ㅡㅡ
남들도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는건 뭐냐
그래서 제가 남친한테
나도 친구동생선배할거없이 남녀불문하고
다 기다리지말라고 제대하면 차인다고하는데
이말듣고 자기처럼 남의말 믿으면 되는거냐고 한바탕 따지고나니까 그후로 안그럼
진짜 힘들어서 헤어지려고했었음..
연락 오는거 기다리는게 제일 힘들어요.
전화 오기로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다가 그 시간에 전화가 안오면 나는 핸드폰 붙잡고 다른 일도 못하고 기다려야해요.
그러고 늦게 전화오면 남자친구에게도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래도 화나고 눈물나고.
지금이 그러네요 ㅋㅋㅋ 너무 힘들다
제얘긴줄 ㅠㅠ
근데 또 막상 지나면 힘들었던건 별로 기억이 안나요. 지하철 첫차타고 도시락이랑 빵구워가고 왕복7시간 게다가 오라지게 춥고;;;; 진짜 개힘들었는데....이제 뭐 갈굴때나 가끔 써먹고 그랬었나 하죠ㅎㅎ 시간은 다 가요~
일단 전화비용.
요즘군대는 나라사랑카드로 결제하여 남친분이 전화비를 낼수도있고 수신용 전화기도 쓸수있습니다.
그시절보다는 전혀는아니지만 어느정도 연락에 대한 부담은 없어졌습니다.
어느누구의잘못도아닌것이 찡합니다..
참으로 담담하게 쓰셨지만
어떤마음이었을지가 이렇게 느껴져요
또, 모든 그 순간에는 얼마나 힘들었을지요
지금 와이프님 군대 전역까지 기다리고 고마운마음으로 열심히 만나다 결혼했는데요
입장 차이를 이해하는데 정말 힘든일이라고생각해요
의심하면안되고 서로 믿어줘야하고. 늘 먼저 걱정해줘야하는게 연인사이가 유지된다고 봐요. 모바일이라 두서없이써서 죄송
2년을 기다렸던 그리고 결혼까지 했던 줌마 고무신인데요..
돌이켜보면 기다리는 주변시각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
100이면 99는 다 헤어진다는 말과 글들이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아 힘들었죠.
모두 본인의 과거가 상대방의 미래라고 단정지어 조언해주기 때문에요...
한참 젊고 왕성할때의 2년이란 시간은 참 길었고 우리의 에너지는 기다림으로 참기는 너무 활동적인 나이니까요.
그때 울면서 군대간 지금 신랑에게 인터넷봐도 주위에선 거의 다 헤어진대..말하니
남이 헤어지든가 말든가 그딴거 신경쓰지말고 우리만 잘 하면된다고 덤덤히 기찮은 듯 말하더라고요
그 말에 걱정 멈추고 제 할일 하며 살았던것 같아요.
(신랑이 전라도 사람이라 툭툭 던지는 그 말에 제가 반했죠..)
지금도 여보 나 길가다 누가 번호 물었어 하고 자랑하면..
(헛소리 말고 집에서 살림이나 잘하라고 그럽니다 ㅋㅋ지금은 뭐 이렇게 무뚝뚝한 남편이 있나 싶어요.)
아무튼 그 시기에는 미래도..사랑도..당장 내 앞길도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어서 누구나 불안해요.
당장 내 인생도 모르는데 상대인생을...상대마음을 어찌 알겠어요.
남자도 군대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니 밖에서 여자친구가 떠나갈까봐 두렵겠지만
여자도 2년 내내 기다렸는데 남자가 기다림을 오히려(결혼등) 부담스러워하고 헤어지자 할까봐 두려워해요
하지만 둘 중 한명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우리만 생각하자고...당장 내일 헤어져도 오늘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자고 말해준다면..충분히 견딜 수 있을거라 봐요..
힘들때 주위 사람들이 많이 힘들지..고생한다...이제 그만해..라고 편들어주기보다..
힘내지만 더 힘내면 내일이 올꺼야..하고 응원해주는게 훨씬 힘이 됩니다.
근데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참 많은 유혹들이 있긴 합니다. 저는 끝까지 버텼는데 나중에 절 포기한 친구가
정말..멋지다며 떠나가더군요. 사실 그 친구도 참 갠찮았는데 저는 처음부터 군대간 남친 기다리는중이라고 못을 박을만큼..
신랑에 대한 사랑이 확고했는데 초반에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10년이 지나니 자는모습만 봐도 지금은 비글 한마리가 자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때 신랑이 군대에서 써준 편지가 수십통인데..돌이켜보면 참 기적이 아닐까 싶고..
나름...저를 위해서 티 안나지만 그렇게나마 저를 관리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여러분 시간지나면..다 방구 뽕뽕끼고 똑같이 생긴 가족 하나 둘 늘어나고...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기다린다고 생각하지말고...자기자신을 더 사랑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주세요. 뭐
저는 남친이 군대가서 더 멋진 남성 되서 오는 것이니 좋다고 했고요.
저도 그 시간동안 제가하고싶었던 것에 제일 열중할수 있어서...시간이 지나도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고 느껴져요.
너무나 흔한말 잊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으로 현재를 불안해하지마라..남들과 비교하지도 말고 !
저는 군대 다 기다려주고 차였습니다
자기 군대에서 힘들 때 내가 그 2년 동안 밖에서 맛집 놀러다니고 즐겁게 생활한 게 화나고 싫었대요
그럼 나도 2년간 자제해서 살아야 만족했을까요
군대 다 기다려주고 꽃신신고 지금도 잘 사귀고있는데 고무신은 진짜 할게 못되는거같아요...안그래도 힘든데 주변에서 더 힘들게하더라고요...
위로는 바라지도 않고
그래봤자 네가 차인다느니 상처주는 소리는 제발 하지말았으면 좋겠어요
젊은 네가 아깝다니... 나는 계산하고 실리따져서 연애하고싶진 않은데.
스크랩하면서 두고두고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기다려준다라는 말이 정말 싫었어요 뭔가 하루하루 끙끙 앓아가며 아..기다려야지! 하는느낌의 문장이라고 해야하나..사실 군대 기다리는게 첨엔 힘들었는데 나중엔 정말 이래도되나 싶을정도로 안힘들더라구요 ㅋㅋㅋ 가끔 공허한느낌이 있었긴 했지만.. 훈련소때가 제일 힘들고 나중에는 점차 괜찮아지는거 같아요 하지만 서로 불안함은 계속 쌓이죠 남자입장에선 여자가 다른남자 볼까 두렵고 여자입장에선 다기다렸는데 차일까봐 두렵고.. 사람마다 케바케겠지만 전 기다릴수 있었던이유가 남자친구가 정말 군대안에서 애정표현을 너무잘하고 휴가나오면 반넘게는 저랑 만나서 인거같아요.. 암튼 모든 곰신들 군인들 화이팅했으면 좋겠어요!
첫 훈련소 보내고 매일매일매일 인편도 서너통씩 써주고 손편지도 주소나올때까지 매일매일 한통씩 썻다가 대봉투에 와르륵 쏟아서 보내주고.
그리고 매일매일 작은 수첩에 일기를 꼬박꼬박 써서 면회나 휴가 등 만날수 잇을때마다 줫어요.
제 인생에 뭘 그리 꼬박꼬박 꾸준히 해본건 저게 처음일듯ㅋㅋㅋㅋㅋ
뭐 친구들에겐 나 이제 기다리면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줄거야 기대된당ㅋㅋㅋ 햇지만 속은 뭐 타들어가죠...ㅋㅋ
자대 가고 전화나 페북 이런걸로 연락할 수 잇어도 그거 매일매일 기다리고 손에서 폰을 놓질 못함
귀는 전화 진동소리 or 페북 메신저 알람소리에 완전 예민해져서 차 빵빵거리는 큰길에서도 유일하게 그 소리만은 들리더라고요. 오죽 기다렷으면; ㅋㅋㅋㅋ
남친이 유독 힘들어보이는 보직(사실 안 힘든 보직 없지만요.)이고..저도 4학년 다니랴 취업해서 일 다니느라 서로서로 힘들어서 나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야하냐고 엉엉 울때도 잇엇고...
북한 도발 뉴스만 나면 속 타들어가고(파주엿어요. 파주 시내쪽이라 거의 후방이라고 본인은 얘기하던데 그래도 도발 뉴스 나고 애가 바빠서 연락 못하면 불안함 ㅜㅜ)...
지금 전역하고도 1년이 넘엇는데 아직도 군대, 북한, 고무신, 군화 이런 얘기는 듣기만 해도 서러워요
그때의 그 감정이 너무 깊이 새겨져잇음
모두들 화이팅이에요...
지금 당장 누군가에겐 안타깝고 아픈 현실이겠지만...37살 아재에겐 추억이고 그리움이네요..
윤종신이 부릅니다.. '오래전 그날..'
세달사귀고 군대보내서 전역 하고
9개월지나 헤어졌어요
남자가 전역하고 썸을 어찌나 타던지ㅋㅋ
군대 기다리는동안 미안해서 맛있는것도 못먹고
그돈으로 편지나 더 써주자고 참고
한달에 두번이상 면회가면서 기다렸는데
시댕~~~~~ㅋㅋ
붉은 홍실이 없었다.
라고 하기엔 두사람의 고민과 상황이 틀렸다.
누군가에겐 그리움
누군가에겐 경험의대상
"나는 곰신이 돼어보고 싶어"
라는 말을 첫 100일휴가때 들었을땐
좋은사람 만나라며 전화로 말을 전했다.
너는 첫사랑 이였고
너는 첫사람 이였다..
용기없는 자존감하락에 한 말이 였지만
그대로 넌 내가 알던 다른사람이 되었다..
이것을 보아 케바케 인듯합니다..
붉은홍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