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82년생 김지영 을 본 불페너 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의 친누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누나는 82년 개띠 입니다.
82COOK부터 82년생 김지영 까지..
81도 있고 83도 있는데 대체 왜 82인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이건 거두절미 하고..
저희 누나의 인생사를 잠시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은 공무원 아버지와 사기업에 다니셨던 어머니, 두 분의 맞벌이로 집에서 사실상 밥하고 설거지는 누나가 거진 도맡아서 했습니다.
누나가 82, 제가 86 이니까 제 기억으로는 본인이 초1, 누나가 초5 시절 부터는 이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뭐 반찬이나 찌개는 엄마가 해놓고 누나는 밥하고 계란 후라이나 냉동 튀김 같은거 만든 정도 였던 것 같아요.
엄마는 퇴근이 늦었고 아부지는 5시 칼퇴라서 집에 항상 일찍 오셨기에 아부지,누나, 본인 셋 이서 자주 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지냈던 건 대충 누나가 초5 ~ 초6 정도 2년 이었던 것 같고, 누나는 중학교에 올라 가면서 동네에 있던 대형 종합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주로 아부지가 퇴근 하시고 밥을 차려주셔서 저랑 둘이 자주 먹었습니다.
이제 착하고 순진했던 누나의 인생 노선이 이때 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 합니다.
처음에는 서태지를 좋아해서 따라 다니다가 그 담에는 HOT, 그 담에는 젝스키스, 그 담에는 GOD까지 많이 갈아 탔습니다.
누나는 중2 때부터 거의 매일 학원을 빼먹고 가수들을 따라 다니다가 학교의 1진 짱 언니랑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비행 청소년의 노선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술 먹고 들어와서 난리가 났다가 담배를 피다 걸려서 학교에 불려가고 동급생 친구 괴롭히다가 허벅지를 담배불로 지져서 부모님 두 분다 학교 가서 피해 학생 부모님께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사과 하게 만들고 유기 정학을 받고 집에서 놀던 중 가출을 합니다.
가출 후 집안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 화목했던 저희 집은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부모님은 매일 싸우시고 엄마는 특히 밤마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어린 저는 그 모습들을 보며 집 분위기를 망치고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누나가 미웠고 원망스러웠고 난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 다짐 강력한 다짐을 여러번 다졌습니다.
그러다 얼마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부모님이 가봤더니 뭔 또 나쁜 짓 저질러서 잡혀 있었다더군요.. 하아..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요.
그렇게 중학교 1년을 꿇어서 1살 어린 동생들과 학교를 다니게 된 저희 누나는 중3이 되자 학교의 어둠의 실세가 되었고 1살 어린 동생들과 민증을 위조해서 학교 끝나면 화장에 구두에 정장 갈아입고 옆 학교 1진들 만나서 매일 술을 마시고 콜라택에 나이트에 엄청 돌아 다녔습니다, 집에 가끔 친구들 데려오면 거의 학교 안 다니는 친구들이라 중고딩들이 무슨 염색에 진한 화장에.. 전 그때 초딩이었는데 원래 중학생만 되어도 술을 마실수 있는 어른이 되는건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저의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누나가 참 많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엄마 아빠가 누나를 차별하거나 저를 편애한 적? 1도 없습니다. 누나가 엄마 대신 밥 하고 설거지 했던 2년? 그때 아빠는 누나 고생한다고 용돈을 하루에 2만원씩 주었습니다. 동네에서 누나는 돈 많은 여자애로 소문이 자자했고 친구들한테 엄청 많이 사주고 돌아 다녔고 엄마는 주말마다 누나 백화점 데려가서 옷에 신발에 가방에 워크맨에 악세사리에 좋은거 엄청 사주었습니다.
그래서 초딩 고학년부터 누나는 또래들중에서 옷 잘 입고 잘 꾸미고 많이 노는 느낌의 학생으로 학교에서 유명했고 저희 집은 누나 때문에 평범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부잣집으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엄마가 LG계열사 직원이었기에 LG트윈스 어린이 회원에 무료 가입 시켜서 거기서 나오는 옷과 잠바만 주구장창 입고 다녀서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놀림을 받고 살았습니다.
또 누나가 하고 싶다고 하는건 다 해줬습니다, 피아노 학원, 댄스 학원, 미용 학원, 각 종 과외 등등등
그리고 누나랑 싸우다가 걸리면 누나한테 까분다고 뒤지게 맞았고 나도 뭣 좀 사달라고 하면 남자애가 그게 뭐가 필요하냐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아니 물질적 호사는 누나가 다 누리고 사고란 사고는 혼자 다 저지르고.. 18살에 동대문구에 있는 실업계 여고 갔다가 6개월 만에 자퇴.. 19살에 은평구에 있는 실업계 공학으로 재입학 했다가 같은 반 1살연하 남자랑 눈 맞아서 또 자퇴.. 심지어 그 남자애를 집으로 데려와서 자기방 침대에서 같이 껴안고 자다가 아빠한테 걸려서 누나는 머리카락이 대머리로 밀렸습니다.
결국 고딩은 졸업도 못 하고 동대문 밀리오레 옷 가게에서 일 하다가 2001년.. 스무살 되더니 이제는 명품에 빠져서 카드 미친듯이 긁고 다니다가 돈 못 갚고 카드빛 남발해서 각 종 금융권 독촉 담당자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엄마 아빠 근무 중인데도 전화오게 만들고 집 안을 또 한 번 뒤집어 놓습니다.
그 때 엄마 아빠가 갚아주신 누나 명품 쇼핑 카드빛이 무려 3000만원이 넘습니다..하아.. 지금도 빡치네요.
저 21살에 군대 갈때쯤 되니 집에서 띵가띵가 놀던 누나는 코디네이터를 하겠다고 미용 학원에 보내 달라더군요.
몇 백만원 하는 미용 학원에 다니면서 현장에도 근근히 나가는 것 같더니 재밌다고 잘 맞는다고 좋아합디다.
이제 저거 좀 정신 차리고 사람 좀 되었나 하고 맘 편히 군대 갔다 왔더니 이런 젠장..
정신병에 걸려서 세상과 단절하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방 문 걸어 잠그고 방에서 3년간 안 나오고 가족들과 대화 단절하고 새벽에만 몰래 나와서 밥 먹고 들어가고 엄마한테 카드 받아서 그걸로 편의점에서 과자 잔뜩 사와서 자기 방에 쌓아놓고 쳐묵쳐묵 하는 모습보니 진짜 저도 패 죽이고 싶을 만큼 인내심의 한계치가 쌓이더군요.
이 때도 누나 때문에 집 안 분위기는 제 3차 초상집..
그러던 와중에 기적이 일어나서 매형을 만나게 됩니다.
매형은 인서울 4년제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는 건실한 사람 입니다. 여자도 잘 모르고 서글서글 하니 순박한 사람인데 누나랑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서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졌는데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속도 위반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나가 말도 안 되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기쁘긴 한데 한 편으로는 여자 인생 참.. 저리 개판을 치고 살아도 한 방이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더군요.. 결국 누나는 30살에 모아놓은 돈 100원도 없이 카드 빛만 5000만원 으로 결혼 합니다.(혼수 대신 부모님이 누나 카드빛 5000 갚아 주었습니다.)
저희 집도 다 압니다, 매형이 너무 아깝습니다, 누나가 솔직히 좀 이쁜 편이긴 합니다, 인기 많은건 어릴때부터 봐왔으니 알죠.. 매형은 키도 좀 작고 못 생긴 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형이 아깝죠 당연히 누나의 과거를 아는데..
그래서 엄마랑 저랑 아빠는 누나에 대한 과거는 입 꼭 다물고 비밀로 은폐엄폐하며 매형을 은인이라는 생각으로 매우 매우 잘 해줍니다, 엄마는 매형이 저랑 체형이 비슷하니 제가 입으려고 산 신상 옷 들을 매형을 막 주고 , 매형만 집에 떴다 하면 온 가족이 거의 떠받들어요.
그런데 누나는 또 시어머니와의 갈등, 매형과의 갈등 등으로 짐을 싸서 갓난 아이었던 조카를 데리고 매형과 살던 집에서 나와 저희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 이혼을 하겠다고 힘들다고 결혼 생활 못 하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부려서 저희 집은 또 제 4차 초상집이..하아..
거기에 분노 조절장애 까지 걸려서 2살 조카를 운다고 머리를 때리고 뺨을 때리는데 저랑 엄마랑 누나한테 그 때 진짜 오만정 떨어져서 제가ㅌ 우는 조카 부등켜 안고 같이 울었던 적도 있네요..하아..
그 후 겨우 겨우 달래서 친할머니가 돈 보태주셔서 더 넓은 집으로 옮겨줘서 그 집으로 이사 보내고 이제 좀 겨우 안정 찾아 사는 것 같더니 허구헌 날 자기는 과거에 너무 힘들었다, 결혼은 여자에게 지옥이다, 내 딸은 결혼 안 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시댁은 쓰래기다, 난 대한민국 사회의 피해자다, 엄마아빠가 날 망쳤다 이런 견소리를 하고 있으니 속이 안 뒤집어 지겠습니까..
항상 매형이랑 싸우면 집에 쪼르르 와서 울면서 매형 욕을 하는데 하나도 공감은 안 되고 매형만 불쌍합니다.
매형은 죽어라 일 하는데 자기는 불행하다고 혼자 견소리만 하다가 요새는 친구가 하는 횟 집 나가서 거기 카운터 보는데 자기도 장사 하고 싶다고 이제 자유를 찾고 싶다고 진짜 패죽이고 싶은 소리만 골라서 합니다.
이상 82년생 여자를 30년 넘게 봐온 사람으로써의 생생한 후기 였습니다.
https://cohabe.com/sisa/12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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