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번 출장은 왜 아프리카로 가세요??
통가(Tong)라는 나라가 생소한지 아들놈은 아프리카의 토고(Togo)랑 헥갈렸는지, 엉뚱한 질문을 한다.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다. 통가라는 나라는 아마도 조금은 생소한 나라일 수 있을 듯 하다.
연초만 해도 팔라우에서 회의를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곳 섬나라 간의 보이지 않는 작은 정치적 문제로 마이크로네이사쪽이 아닌 이곳 폴리네시아인 통가에서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사실, 태평양 섬나라 중의 북단에 위치한 마이크로네시아 계열의 국가의 접근성은 다른 멜라네이시아나 폴리네이시아 계열의 국가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것도 분명하지만, 미국에 대한 의존이 강한 마이크로네시아에 대한 다른 섬 국가들과의 다소간의 이질감과 알력이 이면에 있었다.
이에 나는 급하게 우선 순위에서 밀려 회의 개최가 미루어졌던 통가의 통신부 친구에게 문의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는 흔쾌히 우리 회의를 유치할 것을 결정해준다. 다만, 회의 개최 3주전, 이곳 국무총리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또 다른 나의 우려를 가져왔지만, 몇 개의 예정에 없던 이슈들을 정리하고는 당초 계획대로 회의를 진행키로 결정하였다.
통가는 이들 언어로 "남쪽"이라는 뜻으로, 폴리네이시아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3시간 가량의 비행으로 도착할 수 있다.
그 어느 출장도 편안한 출장은 없었던터라 쉽고 편안한 그런 여정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주째 이어지는 출장과 회의, 특히 지난 주 필리핀에서의 한주간의 회의는 나의 기력을 소진 시켰고, 회의 끝난 다음날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하는 차편에 내 몸을 실리기가 왜 그리도 힘들었는지, 오클랜드까지 오는 비행 10시간 동안 잠을 좀 청해 본다 했지만, 오클랜드에 잠시 경유하면서 하룻밤을 제대로 쉬고 싶었지만, 에세이 정리와 사진 욕심에 제대로 쉬지 못하다 보니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이곳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Muku'Alofa)에 도착했다.
여느 섬나라 국가의 비행장처럼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푸아아모투(Fua'amotu) 국제공항에는 우리가 타고온 에어 뉴질랜드 비행기 한 대 밖에 없었고, 우리는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공항 활주로를 활보하며 대합실로 들어간다. 통상 기대되는 태평양 섬나라의 기타 반주에 경쾌한 노래와 춤은 대합실 내에 없었지만, 대신 낯익은 이곳 정보통신부 (아마도 우리 회원국 중에 가장 긴 부처명을 갖는 나라일듯 하다 - 기상/정보/재난관리/기후변화/환경/통신/보안/전자정부부) 직원은 우리를 반긴다.
숙소까지 오는 차안에서 같이 탑승한 현지 직원은 차가 지나가는 지역과 건물 들을 설명해주는데, 어느 한곳을 지나며 이곳이 교도소라 말해준다. 밤길이어서 그 규모를 제대로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 커보이지 않는 듯 싶어 이런 평화로운 섬나라에 저리 큰 교도소가 필요하냐고 농을 건냈더니, 내 말이 맞다며 대신 각 가정마다 작은 교도소 하나씩은 각자 가지고 있지 않냐며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서 그런 교도소를 탈출해 출장을 나왔다노라는 나의 말에 차안에 있던 기혼자들간에는 한바탕 큰 웃음이 터졌지만 미혼의 우리 여직원은 웃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국민들의 신앙심이 깊은 통가는 일요일에 나라 전체가 문을 닫는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길거리에 개미 한 마리 찾아 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모두가 외국으로 떠나고 자기 혼자 남겨진 것처럼, 식당, 가게, 공항을 비롯한 공공시설 모두가 문을 닫고 쉰다. 이에, 우리네는 회의 이틀 전이 아닌 삼일 전에 이곳을 도착할 수 밖에 없었고 회의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
다만, 공항에서 만난 통신부 CEO는 우리를 위해 차를 한대 내어주겠다는 친절한 배려로 오후에 섬을 구경하기로 한다. 쉬지 않고 운전하면 1시간 가량 걸린다 하니, 사모아의 아피아 섬보다는 규모가 1/5 정도 되는 듯 하다. 산이 없는 평평한 지대로 구성되다 보니 도로들은 한결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왕복 2차선의 도로도 제법 널직한 편이다.
일정 중에 가장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 곳은 블로우홀(Blow Hole). 빙산의 색깔을 띄는 파도가 현무암에 부딛쳐 커다란 소리와 물보라가 일어나는 풍경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더욱이 2-3 Km는 넘는 해안선이 모두 이러할 지니 드론을 띄워 이 풍경을 담아보면 장관이지 싶을 정도이다.
반나절 관광 전에는 평소와 같이 나는 종교행사에 참전하기 위해 근처 성당의 미사 시간을 확인하고 3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해 이런 저런 구경을 시작한다. 나의 작은 낙중에 하나는 교황청에서 정한 미사 제례가 다분히 표준화되어 있지만, 그 내에서 개별 문화의 차이로 아주 조금씩 다른 그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곳 통가 성당(Basilica Saint Anthony of Padua)은 남녀 노소 대부분 전통 복장을 입고 미사를 드리며, 성가대 반주는 관악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인지 경쾌하고 발랄한 다른 섬나라 국가의 성가대 보다는 상대적으로 웅장하고 장엄한 화음의 유럽풍에 가깝다. 다만, 파이프 오르간은 없다.
이곳 성당은 2018년 2월에 최근 60년 이래 최대의 피혜를 안긴 사이클론 지타(Gita)의 영향으로 많은 부분이 새로 재건된 것이며, 아울러 잦은 도난으로 인해 성당 안의 성물들 또한 새로 구비된 것들이라 한다. 지타가 남기고 간 흔적은 아직도 제대로 복원이 되지 않은 집과 교회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자유교회(Free Church of Tonga)이다.
이곳의 건물들은 다소 의문을 갖게 했는데, 많은 편의점과 같은 작은 규모의 일상품을 파는 가게들은 손님이 직접 가게 안을 들어가 물건을 고르게 하는 게 아닌 절창 밖에서 안의 가게 주인에게 물건을 주문하고 인계 받는 형식이며, 집들도 높은 철책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도난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고, 성당도 가게도, 일반 집도 예외는 아니라 한다.
사모아의 경우 대부분의 집 앞에는 커다란 현관이 마련되어 있고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누구든지 환영을 하는데 비해, 이곳 통가의 철창과 철책은 다소 폐쇄적으로 내가 그들안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조금 내쳐지는 기분을 받게 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사모아와는 같은 폴리네시아 계열의 사람들이지만 다소 다른 느낌이다. 상호간의 교감 신경이 극도로 발달했던 사모아와는 달리, 이곳은 왠지 모르게 다른 섬나라에 비해 나에게 전해져 오는 인사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만 웃으며 인사를 보내온다. 왜 일까?
저녁 노을을 사진에 담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소의 해답을 얻게 되는데, 국무총리 집무실은 저녁 7시가 되니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었고 나는 그 안에 잠시 들어가 보기로 했다. 3주전 서거한 이곳 국무총리 Akilisi Pohiva을 추도하기 위해 추모 음악과 조명이 집무실 뜰안에 펼쳐지는데, 나도 이들과 함께 같이 하며 추앙받은 이곳 국무총리의 별세에 나의 작은 기도를 보태본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China Aid라는 건물에 붙은 커다란 현판. 마치 이곳이 국무총리 집무실이라는 것을 가리기라도 하고 싶다는 듯이, 너무나 크게 붙어 있는 이 현판은 아마도 현재 이곳 통가인들이 느끼는 중국인에 대한 불편함만큼의 크기이지 싶다. 중국인의 원조는 이리 크게 대문짝만하게 써 붙혀놔야 하는지, 일전 파푸아뉴기니의 APEC 정상회담장 앞에 크게 세워진 현판에서도 느꼈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수원국의 감정을 헤아려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현재 중국의 발자취는 비단 이런 정부의 원조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많은 상점 등의 상권이 서서히 극성스러운 중국인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중이고, 체류하는 중국인은 이제 2세가 태어나고 있으며 그 숫자도 점차 증가해 전체 인구의 10프로에 가깝다 한다. 인사란 서로 주고 받아야 하는 맛이 있지만 아시아 계열,!특히 중국인들은 낯선 이들과의 인사에 인색하다보니 다른 통가 현지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이 상호간에 존재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러다 보니, 같은 아시안 계열의 내가 사진기를 들고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다들 나를 중국 사람으로 간주하며 경계하는 눈초리리를 보내는 듯 하고, 인사를 내가 먼저 건네면 그제서야 조금은 경계가 풀리는 듯 웃으며 회답하며, 때로는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 터, 삼각대와 가방이 무거워 보였는지 인도를 걷는 나에게 어느 픽업 운전사는 길가에 차를 대고 내가 시내까지 갈거면 태워줄 수 있다며 호의를 베푼다. 그 호의가 너무나 고마워 거절하기 힘들었지만, 그러나, 나는 사진기를 가르키며 더 담고자 하는 것이 남아 있어서 좀 더 걷고 싶다며 정중히 사양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외계 행성에 나 홀로 덩그런히 남겨진거 같던 일요일과는 달리 월요일 아침 산책 거리는 운동하는 사람, 매대를 정리하는 사람, 자녀들의 등교를 거드는 사람들로 붐빈다. 가급적 눈을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 손 그리고 짧은 인사말로 그들에게 교감을 시도한다.
때로는 사진을 담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인사 다음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자동적으로 물어온다. 지타에 부서진 부두를 촬영 중일 때는 물위에 떠 있는 쓰레기를 기리키며, 이를 치우기 위해서는 한국의 원조가 필요하다며 너털 웃음을 지으시는 어르신도 있다. 어느 누구는 태국인과 결혼한 호주인으로 이곳 대사관에 파견 나와 있으며, 나의 자작 카메라 Aaron 612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주중에 식사나 맥주 한잔 할 것을 제안해 온다. (비록 내 체류 일정이 짧고 매일 연회가 저녁마다 이루어져 아쉽게도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아들 손에 담겨져 있는 Rosa-DN과 함께 사진 한 컷을 담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송부해 준다.
leica Q | summilux 28mm f1.7 | oct. 2019 | nuku'alofa, tonga
통가 많이 들어봤어요..
특히, 지난 올림픽때 특이하게 의상입고 오셨던 ..
토고와 통가 확연히 다르죠..
기행문과 사진 덕분에 잠시 통가 여행 다녀온 기분이라 좋습니다..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좋습니다~~
글도 사진도 모두 멋져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낌니다.
남태평양의 인구 10만의 작은 나라군요..
사람들의 표정에서 평화로움과 행복함이 드러나네요..
글과 작품들 읽고 보면서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사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