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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단편작#2

본문속 인물과 차량은 허구이며
첨부된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조금은 열기가 가셨을까
이제 늦은새벽엔
카디건 하나쯤은 들고다녀야지 싶은
늦여름의 선선함이 머리를 스친다
셀프다뭐다 인건비줄이기 바쁜요즘
이제는 찾아보기힘든 주유원들
조용한 국도한복판의 이곳에서
새벽을 홀로지새는 김경유(34)씨가
꾸벅꾸벅 졸고있다
[빵!]
눈을떠 정신을차리니
적막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현란한 음악소리로 가득찼고
그가운데 새하얀 고급프리미엄스포츠세단이,
그리고 그안에 한 여자와 사내
처지가 서롭다
[어떻게넣어드릴까요]
'삼만원'
[,,,]
말이짧은 손님은 언제나있고
언제나 말이짧은손님은 *주유중 엔진정지*를 싫어한다
(그래...니맘대로해라)
말없이 무연휘발유를 꽃아 삼만원을넣고
계산을한다..
'어 이거왜이래'
/무슨문제있으신가요?
'아니 잠깐만요 시동이꺼졌는더 다시안걸려서'
/주유끝났습니다..(철컥)
'어 씨x뭐야 아저씨그거 휘발유아니예요?
/맞는데요?
'아니 미친 디젤에 휘발유를 쳐넣음어떻해!!!
/아니 손님 여기뒤에 3.3T적혀있잖아요
'아 병신이 물어봐야될거아냐!!!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않는 김경유씨와
차에서내려 보닛을열어보는 손님
백번을열어봐야 알아보는것은 워셔액투입구 뿐이다.
'아 당신 좆됐어 기다려봐'
어디론가 다급히 전화하는사내의 입에는
어느새 담배까지 물려있다.다 죽길바라는것일까
시간이흘러 저기 경광등달린 차한대가들어온다
'김칠공고객님이시죠? 긴급출동입니다'
/아니 말도안하고 휘발유를 쳐넣었어요
'어 이상하네 휘발유맞지않아요?
어느정도 파악이된듯한 보험사직원
주유구뚜껑을 열고야 이내 사실을 확인한다
'이거 뒤에 레터링은 직접바꾸신건가요?'
/그건 제 맘이죠
'아 상황따라다른데 일정부분
과실이 잡히실수도있..고객님 시동켜놓으셧어요?!'
/그런데요
'하..이미 엔진까지 다 돌았겠네요...그러게왜'
김경유씨는 말없이 이장면을 바라만보았다
잘못이라...금색으로 도금까지한 3.3마크에
일반유를넣어도되나 잠깐은 고민했지만
디젤을 넣어야하나 라는생각은 추호도 하지못했다
음악소리라도 없었으면 그 딸딸거림이라도 알았을텐데
12년무사고 김경유씨의 주유원인생에
크나큰 오점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깨속
기어이 욕설이 오간다
'배운거없이 기름이나 넣으면 조심이라도하던가!'
/아아 고객님 그러지마시고 일단 렉카를부르죠
'아니 됐고 저 무식한새끼 사과받기전엔 안돼'
[무슨사과요?]
'남에차 조져놨으면 사과를해야할거아냐 미친'
[그냥 법대로하시죠]
이런상황에 이골이난 경유씨의 대답이 차갑다
보험사직원은 견인차를부르고 커피를마신다
'오빠 나 화장실'
/알았어
한참을 팔짱을낀채 이상황을 지켜보던
차주의애인으로 보이는 이 여성
새내기 커플은 아닌듯한 이 둘사이에도
미묘한기운이 흐른다
아무래도 한적한 국도변주유소 인지라
소변좀보기를 모기들에게 엉덩이꽤나 뜯겼는지
연신 치마위로 볼기짝을 긁어댄다
'오 오빠 여기 차 쌔끈한거있다'
찰칵
이시국에 철없이 남에차에 걸터앉아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리는 그녀
이내 미끄러지고는
아뿔싸 앞휀더가 쭈욱나가 흉물스러워진차를
대충문질러보더니 다시 차에들어가 앉는그녀
이모습을 경유씨는 그저 지켜만본다
'암튼 당신 큰일났어 내과실있더라도 얼마안할거고
저차 프리미엄인거알지?렌트도 다할테니까 알아서해'
[그러세요]
요즘 혼유사고보험 안든곳이 얼마나되겠는가
경유씨는 그저 근근히오는차들에게 열씸히대할뿐이다
그는 이 노동을 사랑한다
'네 고객님 주유소측 보험접수번호나왔구요
Xxxxxx.xxx문자로 날아갈겁니다'
상황이정리되고 시간에따라 화는 가라앉는다
[어어 잠깐만 니들이리와봐]
'니들?'
'오빠 쟤지금 우리한테 니들이랬지'
[응 니들 내차 긁었잖아]
당췌 무슨소린지 이해할수없는 칠공씨와
일순간 얼굴이 벌그레해지는 그의 여자친구
[네 여기 저희주유소요..차대차는 아니구요.네네]
'뭔 개소리야?'
[너는 가도돼. cctv지금보여줄게]
맙소사
'주유소구석 저 맥라렌이 니꺼라고?지랄하네'
기어이 키를가져와 시동을걸고나니
그제서야 땀이흐르기 시작한다
칠공씨의하루가 도무지 쉽지않다
경유씨는 왜 처음부터 주유소주인이라
너스레를떨지 않았을까
그는 무엇을위해 레터링을바꾸었을까
보닛속의 엔진이 창피했던걸까
아니면 본인스스로 아름다움을 잘못 정의내린것일까
있는그대로가아닌 꼭 꾸며야하는 집착과
그것으로도 만족할수없는 허깨비같은 망상
시간은 흐르고 칠공씨의차는 멀끔히 고쳐졌다
하지만 이제 옆자리에 그녀는없다
4천만원...
그녀는 아직도 카본휀다값을 메꾸기위해
그의주유소에서 열씸히 땀을 흘린다
레터링으로 시작된인연은
참으로 끔찍하게 이어져나간다
Fin
추천에 야박하다면
그역시 칠공씨와 다름없는 삶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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