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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쉬고싶습니다..

먼저 글이 길고 술을 먹어 횡설수설 할 듯 하니 읽기 싫으신 분들은 백스페이스 누르셔도 됩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일을 해오던 78년생 남자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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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제대 후 사진의 길로 접어들어 이후 15년 가까이 일해왔었습니다.
정말 남의 결혼식 가서 사진 찍을때 조차도, 함께 기뻐하고 눈물흘리면서 제 친동생, 친형이 결혼한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어왔었고, 리터칭 결과물을 내야될때는 받는 돈 이상의 것을 주려고 항상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이바닥에서 나름 인정도 받고, 돈도 벌고 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외항 선원이셨습니다.
다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제가 어릴적부터 어머니 외에 다른 여자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동남아쪽 여성의 사진이 사진첩에 있길래 누구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께서는 외국 사는 고모라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어린 생각에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지만,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그때 그말을 하던 어머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어릴적부터 맞고 사는게 일상이었고, 아버지께서 집에 계시는 날이면 어머니께서 얼굴에 멍이 드는날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루는 야구배트로 어머니를 내리쳐서 깁스를 하게되었더랬죠.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석이되어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집안 어르신들이 '느그 엄마 팔은 왜 저렇노?' 하고 물어보길래,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저는 단순하게 그저 '아빠가 야구방망이로 때려서 그래요'라는 대답을 했었고, 그뒤 순간 눈에서 별이 돌더니 어두컴컴해졌습니다.
네. 어른들 앞에서 당신 치부를 드러냈다고 그자리에서 제 뺨을 때린거죠. 그 두터운 손으로.. 그게 40먹은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야 똑바로 눈을 쳐다보고 이야기 할 정도로 무서웠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분이 전립선 암이라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하고, 회복기간동안 소변줄을 차다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결국 성인 기저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깡마른 몸으로 혼자 살아가는게 자존심 상했겠지요.(제가 군대있을때 이혼하셨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신을 반쯤 놓으셨고, 결국엔 대상포진 이후 몸이 급격히 약해져서 요양병원에 1년 반 이상 계셨고, 그뒤 암이 재발해서 재수술 받으셨습니다.
지금은 걸어서 동네 마실 댕기실 정도는 되나 보더군요.
몇해 전 조선소에서 배를 수리하던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수리작업을 하고있던 아버지와 직장동료분들이 휩쓸렸습니다. 몇분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오른팔다리 골절에 화상을 입고 목숨은 건지셨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하나있던 동생은 연락도 닿지않고, 저혼자 오롯이 다 감당해야했던게요.
그래도 이번 고비 넘기면 나아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살아왔습니다.
매번 돈벌어서 모아놓은 돈 번번히 병원비로 다 들어가도, 10년이상 빨간날 없이 일해 왔어도,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저번달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폰이 고장났다고 새폰을 했는데 그게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카톡은 누가 알려줬는지 가입을 했더군요.
프로필을 보니, 카톡내 채널인가에서 ㅇ동을 보고 공유를 해놓으셨더라고요.
그게 공유하는건지도 모르셨겠죠. 남자니까.. 혼자 사니까.. 그래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언능 내려가서 카톡프로필에 있는거 지워드렸습니다.
그때 차라리 안봤으면 하는 것을 봤죠.
술집 청구서였습니다.
그냥 술집이 아니었고, 아버지 핸드폰에는 그때 상황을 짐작케 하는 낯뜨거운 사진들이 있었습니다.(아버지 모습은 없었으니 찍으신거겠죠.)
아버지 병수발을 몇년동안 하면서 제게 남은건 그래도 살아가겠다는 집념과, 사진에 대한 애착, 그리고 몇천만원의 빚이었습니다.
빚이 얼마인지는 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사지멀쩡하고 어떻게든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제가 왜 살아가는지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낮에 누군가 집 현관을 두드리면 무작정 가슴이 뜁니다.
제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길래 이렇게 쫓기듯 살아야 됩니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픈지도 모르겠고, 주위사람들에게 민폐끼쳐가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 이제 그만두려합니다.
누구는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지도, 누구는 죽을 용기로 살라고, 누구는 이해한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만의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도 가끔 자게에 올라오는 자살하고싶다는 글 읽어왔으며, 그때는 저도 힘내라고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무거운 마음을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나눠드려서 죄송합니다.
글도 횡설수설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웃는 날이.. 그래도 슬픈날 보다는 더 많은 그런 삶들 살아가시길..

댓글
  • suhyeok 2017/02/18 18:46

    힘내세요 ~~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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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co+ 2017/02/18 18:46

    힘내십쇼. 좋은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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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D. 2017/02/18 18:47

    아버지와는 연 끊으시구요. 혼자다 생각하고 힘 내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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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lsdlstkrhksfl 2017/02/18 18:48

    어휴... 힘내십시요 이말밖에 못드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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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7.사랑~♡ 2017/02/18 18:48

    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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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란카브리오 2017/02/18 18:51

    아마도 아래 달리는 댓글들 보시면서 힘내시게 될겁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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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타 2017/02/18 18:53

    힘드실텐데 그 와중에 사진은 참 멋지네요... 멋진 사진 이면에 그런 힘든 일이 있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지만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겁니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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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7/02/18 18:53

    아들이라는 부양가족이 있으니 국가의 복지혜택받기가 힘들지 모르지만 동사무소가서 문의해보세요..
    아버지 빚은 개인파산이라도 해서 어느정도 털어내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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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Iㄱhㅎr네 2017/02/18 18:54

    자기에게 닥친슬픔이 그어느것보다 크게느켜지시겠지만 읽고또 읽어바도 저보다 행복한분이네요‥
    나보다 힘들고어려운 사람들 많습니다 긍정또긍정해보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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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커피맥스 2017/02/18 18:57

    뜬금없지만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정갈하게.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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