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풍경 사진

Leica MP Black Paint / Leica Summilux-M 35mm f1.4 ASPH / Kodak TMAX 400 / 자가인화 후 스캔
옛날 옛적 호랑이가 쑥과 마늘에 질려 울면서 동굴을 뛰쳐나오던 시절에 찍은 사진입니다.
경남 합천 오도산 정상 부근에서 찍었는데, 이 산은 정상에 중계탑이 있어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동호회 분들 몇명과 함께 갔는데, 올라가는 길은 가로등이 없어 완전히 헤드라이트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폭우가 내려서 기어가듯 올라간 기억이 나네요.
대충 정상 부근이겠다 싶은 곳에서 길이 좀 넓어져 제 차를 세워둬도
다른 차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곳에 차를 대고, 안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새벽녘에 비도 그쳐서 어지간하면 운해를 찍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일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만...
웬걸, 사방이 온통 안개인지 구름인지로 가득해서 불과 1~2미터 앞도 보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폭우를 뚫고 엄청 긴장하며 올라간 고생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듯 했습니다.
그냥 가기는 억울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뭔가 보이는 곳을 찍으며 돌아다녔습니다.
그 정성에 하늘이 감동-_-했는지, 갑자기 안개? 구름? 이 걷히면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덕분에 필름 몇 롤을 1시간 내에 소비하고 돌아온 후 현상비에 허덕였다는 해피 엔딩을 맞이했네요.
그렇게 찍고 현상한 필름을 가지고 있다가, 그 동호회 회원분이 신사동에 있는
대여 암실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업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붉은 등을 켠 상태로 확대기에 필름을 세팅하고 인화 사이즈를 조절하면서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원하는 톤을 얻기 위해 짜투리 인화지를 세팅한 후에 마스킹 위치와 빛을 쪼이는 시간을 바꿔가며
테스트 감광을 합니다.
감광이 끝나면 테스트 인화지를 현상액에 넣고 각반해 가면서 적절 시간 현상을 하고
현상이 끝나면 정지액과 정착액을 거쳐 수도물로 인화지를 씻고 말립니다.
인화지의 호수(ISO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나 종류를 바꿔가면서 테스트 인화를 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노출과 인화지의 종류가 결정되면 이번엔 정식으로 인화지 세팅 후 인화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버닝과 닷징이라는 현상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정식 인화시 인화지에 마스킹을 하면 일반적으로 인화되어 나오는 사진처럼 네 변이 깔끔한 사진이 되고
마스킹 없이 인화하면 위에 올린 사진처럼 우둘투둘한 테두리가 보이게 됩니다.
별 것 아닌 사진 한장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설명을 하고 말았네요 ㄷㄷㄷㄷㄷㄷㄷ
아무튼....이 사진을 인화한 이후로 회원권을 끊어서 한참 인화에 빠져 지냈었네요.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에 나온다거나.. ㄷㄷㄷ
필름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경험해 보시..기에는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냥 샵에 맡기시거나 포샵/라룸으로 보정한 후 프린터로 인화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