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삼안목운입니다.
글이 두서없이 좀 길수도 있습니다.
바쁘시거나, 지겨우신분은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제 본업은 토목엔지니어링 회사의 감리 18년차입니다.
주말엔 2~3곳의 스튜디오 돌스냅 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1~2건, 일1~2건으로 1달반치 스케쥴이 잡혀 있습니다.
어제 일요일 점심때 돌스냅 에피소드를 말씀드려야 겠네요 ~
어느 돌상+돌스냅 패키지 상품을 제가 소속된 스튜디오를 거쳐
일감받아 나갔습니다. 식전 30분부터 연출사진, 돌잡이 ~ 원판순으로
촬영 진행하는 미니앨범형 상품이었습니다.
장소는 집에서 30km 떨어진 지방의 어느 생소한 커피숍으로 경양식 메뉴의 작은 행사가 가능한
개방형 구조와 테이블, 데스크 배치된 카페였습니다.
시작 1시간전에 와보니 돌상업체 실장님이 열심히 상을 차리고 있었으며,
아기 어머님은 식전 30분에 정확히 오셨습니다. 여자아기와 4살난 오빠 그리고 아버님은
아직 도착전이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하루종일 내려 야외 연출여부를 어머님께 문의했고,
실내에서만 촬영하자고 하셨네요. 카페가 25평 정도 되는 면적이었습니다. 속으로 오늘 촬영이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머님 외모는 평퍼짐하고 기가 쎄게 생긴 가수 양희* 님(죄송ㅠ)
필이 났고, 말 안듣는 오빠가 4살배기에 실내촬영만 가능하고, 아직 도착전인 점 등등 모든 것이
불리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삼삼오오 도착하면서, 인사를 건네고 식전 15분 전에야 연출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투바디를 씁니다.(a7m3+아트50.4+뽀로로핸폰장착, a7m3+아트24-35+v860iis) 하나는
목에 걸고, 다른 하나는 왼쪽 어깨에 걸어 스트랩이 서로 꼬이지 않게 했습니다.
연출사진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점점 불거졌습니다. 여자아기의 4살난 오빠가 촬영도중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렌즈 반대편으로 돌리고 절대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본인 그리고, 아이 부모님이 달래고, 친척, 양가할아버지
할머니 등등이 어르고 달래고 하였습니다. 4인 가족사진은 2컨셉 정도는 촬영되어 더이상 4인 연출은 안되는 것으로
동의받아 3인, 2인, 아기 독사진 연출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공간이 좁고 개방된 곳이라 여기저기서 친척들
소음에 아기 시선끄는 행동들이 점점 더 지치게 만들더군요 ~ 한두번 양해를 구했는데도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짝짝이, 뽀로로유튜브로 누가 더 아이의 시선을 끄는지의 줄다리기 싸움 같은 것이었죠. 여차저차하여 연출은 여러컨셉으로
마무리되었고, 사회자없이 돌상실장에 돌잡이 진행을 하여 스케치 촬영을 하였으며 돌상 원판사진만 남았습니다.
다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돌상과 카페 테이블 거리가 가까워, 테이블 위에 삼각대를 아주 짧은 다리로 장착후 카메라를
거치하여 준비하는 와중에도 카페 여주인은 군시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단체사진을 삼각대없이 들고도
잘 찍던데 테이블에 기스나면 어쩌려고 그러신가요?" 저는 순간적으로 그 주인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그것은
언제나 이성의 선에서 절제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기스는 안나게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제 촬영스타일이 이렇습니다.'
원판 노출, 측광을 하고 조리개와 ISO를 셋팅하고 4인 가족을 자리잡게 하였습니다. 아기앉은 엄마, 4살오빠앉은 아빠
이런 구성이었습니다. 문제는 4살 오빠였습니다. 렌즈를 절대로 안봅니다. 얼르고 달래고 하면서 이름을 크게 부르면
그제서야 고개를 0.5초 돌립니다. 그 순간을 이용하여 촬영해야하는 미션 임파서블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니3세대의
고마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eye-af를 믿고 4살배기 오빠 뒷통수만 바라보고, 스텐바이와 함께 오빠를 불렀습니다.
그 오빠가 고개를 재빠르게 돌릴때면 부모와 아기는 조합으로 눈이 돌아가고, 고개 돌리고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4인 가족은 촬영되었습니다. 정자세가 아닌 아빠에게 안긴오빠가 발버둥쳐서 아버지 허리가 약간 휘게 나온
사진이 그나마 베스트 샷이었습니다. 다행히 표정은 나쁘지 않았네요. 4살오빠에게 친척이 알사탕을 주며 말잘을으리고 하여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4인+본가 조부모도 진땀빼었고, 4인+처가 조부모때도 4살오빠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빡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진 그만!!!, 나 더이상 사진 안찍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 좋은 날에!!!"
그 장면에서 모든게 조용하고 적막감이 돌았습니다. 아버지가 빡칠만도 했습니다. 그 무거운 4살배기를 들고 발버둥치고,
고개 안돌리고, 표정은 웃어야 하고, 카페여주인은 에어컨 가스를 갈았는지 안갈았는지 모르겠고, 산후조리원 버금가는 찜
통 카페에서 사진포즈만 하고 있었으니...5분간 촬영을 중단했습니다. 아기 돌상 독사진이 남아있어서, 아버지에게 다다가
말했습니다. "아버님, 좋은 잔치날, 제가 진행이 미숙해서 심려를 끼쳐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버님 왈"아닙니다.
제 아들녀석이 너무 말을 안들어서 그만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아기 돌상 독사진은 촬영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비도 오는 날에 날궂이 한 느낌이었습니다. 짐을 싸고 카페 밖에서 에쎄 체인지-업 담배를 2개피를 연사로 날렸습니다.
'아...* 발 돌스냅하다가 혈압약 먹어야 할 지도 모르겠네' 하는 생각을 하며, 시동을 걸고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였습니다.
다음 촬영지에서는 다행히 형제가 없는 아기였습니다. ㅠㅠ 홀도 넓어서 뽀대나는 사진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ㅠㅠ
시비거는 카페주인도 없고, 방해하는 친척들도 없고, 연출 컨셉할 수 있게 잘 꾸며진 곳이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스냅 선배님들은 정말 일단 존경심이 듭니다. 돌스냅한지 아직 2년이 안되었지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모든 촬영조건이 복불복 같습니다 ㅠㅠ
https://cohabe.com/sisa/109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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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스냅 쉰지 4년 넘어서 가물가물했는데
읽으면서 그만 생생해져버렸네요 ㄷㄷㄷㄷ
고생많으십니다ㅜㅜ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엇!!! 감리!!! 무림 고수가 직업이신줄 알고 있었네요!!!
모든 상황이 복불복이 아닌, 좋은 상황 복붙같기를!!!
"포스와 함께 하시길!"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진짜 고생 많으시네요ㅠㅠ역시 취미와 업은 하늘과 땅 차이네요
일단 돌스냅하시는 분들은 존경하셔야 합니다.
글만 읽었는데 머리가 다 아프네요. 아기 사진은 정말 난이도 극상인것같아요 ㅠ
정작 돌 주인공 아기는 소리에 반응을 잘하기에 괜찮습니다만, 언니오빠형제가 있으면 업무강도가 배로 늘어 나는 것 같습니다.
다들 사진을 위해서 협조적인 태도면 10분이면 되는데 한명만 비협조적이어도(꼭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이래도 알아서 이쁘게 잘 찍어주는 게 프로겠지~ 하는 마음) 엄청나게 힘들어지죠. 주말에 쉬지 않으시고 실장님으로 일하시는 거 자체가 훌륭하시네요.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작가님
스냅은 진짜 페이 올라야되요ㅠㅠ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ㄷㄷ
함께 있었던듯 생생하네요 ㄷㄷ
브**뜨돌상인가? 그 대전에 있는 그 업체 일 하시는것 같던데,
대부분 둘째아기 소규모 돌잔치라서 첫째보다는 애로사항이 좀 있긴 하더라구요^^
3~5세 정도 형제가 있으면
부모에게 안으라고 하지 마시고
의자를 엄마아빠 사이에 하나 갖다 놓고
거기 위에 서있게 해보세요.
찍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저는 지난 주말은 다행히 무난하게 잘 넘어갔는데
고생 많으셨군요.
화이팅입니다 ^^
개인적으로 정말 그 컨디션이 제일 중요한것 같습니다.
식전에 아기 충분히 자고 올라는 당부와
컨디션 좋을때 연출 및 단체사진후딱 찍게 되더라구요.
연출도 3-4포즈 단체도 부모와아기, 아기 독사진,
외가 , 친가 이렇게 후다닥 찍으면 이제
살았다하고 한숨쉬면서 자얀스럽게 스냅(지인들 축하해주는 장
면과 돌잡이)을 찍게 되지만 여기서는 체력이 증요하다고
생각하여 충분히 사전에 밸런스를 맞추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돌스냅찍는데 부부싸움해서 말려가며 촬영한적도있네요 ㅋ 찍어도 찍어도 쉽지않은일인것같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