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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식 기자 -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에 대한 소회

신명식 기자는 내일신문 편집국장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호남에서 농사 지으면서 간간히 페북에 글을 쓰는데 어제 안철수 발언과 관련해서 2012년 단일화에 대한 글이 올라왔기에 퍼왔습니다, 참고로 문안 모두에게 비판적인 분이란걸 감안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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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짐승' 발언까지 나오기에 몇 번을 망설이다 적는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힘을 합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게 좋다고 본다. (내가 단일화협상 당시 문캠프 사정은 잘 모르니 이 글의 한계는 있다. 다만 단일화협상을 전후한 안캠프의 사정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찾아 '비판적 지지'를 할 뿐이다. 내가 할 일이 없나 돈이 없나 알량한 식자의 자존심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이유불문 백 번 잘못했다.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 


안철수, '그의 방식으로' 선거운동 열심히 했다. 누구든 이걸로 시비 걸면 안된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과 안이 힘을 합쳐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어느 쪽에서 일하든 나중에는 하나로 합쳐진다고 생각했다. 농한기를 이용해서 내 돈 쓰며 3개월 정도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국민소통위원 이라는 명함을 주기에 젊은시절 택시노조에서 일했던 인연을 찾아 택시기사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런데 안철수가 그런 방식으로 후보를 양보인지 포기인지 한건 정말 잘못한 것이다.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면 이기고,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되면 진다던 사람이 왜 그렇게 포기를 했나? 나는 그게 가장 잘못 됐다고 본다. 안철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는 왜 포기했을까? 어느 시점에서 당 조직을 가진 문재인이 호남에서 상승세를 타면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를 앞서가기 시작했다. 박근혜와 맞붙을 후보로는 문재인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나오는데 정작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아마 여론조사를 했으면 승패는 반반이었을 것이다.


그는 패배의 위험 보다는 안전한 '양보'를 택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단일화를 위한 양자티비토론 하고 오더니 "상대는 나를 공격했지만 나는 비판할 대목이 많았지만 예의상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하수라고 본 사람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자존심이 무척 상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후 담판이 깨지니 갑자기 캠프 간부들 몇 명 부르더니 "나 후보사퇴 합니다" 했다. 공식논의구조에서는 전혀 검토가 안됐다. 뒤에서 누구와 상의했는지 모르지만 공식선에서는 전혀 논의가 안된 걸 덜컥 발표했다. 캠프 안에서 그 누구도 그런 식의 후보사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모든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다. 이건 양보가 아니라 포기였다. 이유도 몰랐다. 대부분 캠프 근처에서 저녁 먹다 들어와서 날벼락 맞았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물었다. "문재인을 도울 겁니까?"


안철수 묵묵부답.


그날만큼은 양보가 아니라 포기였다. 상처 받은 자존심 스스로 달래기였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오마이뉴스에 '안철수도 외면한 안철수현상의 주역들'이란 글을 기고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계속 선의의 경쟁을 하며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것때문에 욕 많이 먹었다. 말은 옳다만 이 시점에서 허탈감에 빠진 캠프 사람들의 아픈 곳을 찔러야 했냐는 반발이다. 그런데 어쩌나, 대선은 코앞인데.

그래도 안철수는 나에게 전화해서 "글 잘봤다,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마음을 추스린후 그 후 열심히 선거운동했다. 이걸 시비 걸면 안된다. 


내가 비판하는 건 왜 누구와도 상의 하지 않고 포기인지 양보인지 했냐는 것이다. 그때 공식논의구조에서 사퇴 결정과 이후 대책까지 논의를 했다면 그야말로 살신성인 양보가 됐을 것이다. 아니, 단일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이 됐을지도 모른다.


안철수는 소수의 인원으로 선거조직을 만들었다. 양 캠프의 통합보다는 그걸 원했다. 그 조직에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졌다.나는 대선 전 날까지 택시기사들을 만나고, 문재인을 지지해야 하는 논리를 정리해서 수 백명의 택시기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거 다음날 생업으로 돌아왔다.


안철수가 미국에서 돌아와 새정추 라는 걸 만들었다. 공동대표가 나에게 전화해서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완곡하게 사양했다.그런데 명색이 공동대표들이 어느 날 새벽 멘붕에 빠졌다. 통합민주당과 새정추가 통합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전혀 낌새를 못챘다. 윤여준과 김성식이 떠났고, 광주시장 공천이 유력한 윤장현은 남았다. 새정추 추진위원이라는 사람들이 통합을 '추인'해 주었다고 한다. 안철수는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1년여 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때는 누구와 상의하고 결정했는지는 나에게 정보가 없다. 자수성가한 창업자 오너의 한계인가? 그가 정치를 하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치지도자와 동지관계인지, 오너와 머슴 관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소양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특히 그가 나홀로 후보사퇴를 한 것은 여전히 용서할 수 없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지혜를 모으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고, 누구 됐든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했다.


내가 겪은 바로는 자존심 때문에 나홀로사퇴, 이후 마음을 추스려 적극 지원운동, 이것이라고 본다. 직장까지 버리고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수억원의 연봉까지 포기하고 캠프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한때 안철수현상을 갈망했던 지지자들에게 나홀로사퇴는 큰 상처를 주었다.


현재 그가 곤궁한 처지에 있지만 남 탓할 것 없다.



댓글
  • 아래위옆 2017/02/14 19:33

    국민의당 만들고 영입인사 문제 발생하니
    영입인사한테 아무 말도 안하고 바로 짤랐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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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트위시 2017/02/14 19:35

    [리플수정]안철수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철수의 문제점을 이렇듯 잘아는데 우매한 철수와 철수의 지지자들만 모르고 있지요. 철수는 시대가 내려준 대한민국의 구세주인데 왜 노무현 친구라는거 빼면 별볼일 없는 변호사 나부랭이 따위가 지지율이 훨씬 높냐고 빼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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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형돈 2017/02/14 19:36

    2012년 그 때 분명 안철수는 문재인을 도왔습니다.
    그가 최선을 다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후보사퇴를 하며 문재인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말도 했고,
    사퇴 이후 유세도 몇번 했습니다.
    분명히 도왔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표도 본인이 부족해서 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조금 아쉬웠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정도 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어제 짐승만도 못하다는 발언은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안철수 의원은 지금 본인의 지지율을 보시고
    2012년 그 지지율이 왜 그렇게 풍선 바람빠지듯 쪼그라 들었는지 잘 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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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elessWP 2017/02/14 19:36

    포기인지 양보인지 깽판인지
    결국 불리하니 ㅉㅉㅉ
    의사결정과정이 딱 기업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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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락윤 2017/02/14 19:37

    안찰수야 본인 나름으로 열심히 문재인 도왔죠. 이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게 본인 나름인게 문제... 유권자들이 저게 돕는거야 아니야로 긴가민가 했으니 이게 문제였죠. 지지자들의 화합에 실패하게 만든 책임에서 안철수의 지분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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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상기억 2017/02/14 19:38

    [리플수정]저래서보좌관20명넘게교체되었나보네ㅋㅋ있는사람도떠나게하는능력......파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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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그리 2017/02/14 19:40

    핵심적인 부분을 잘 짚고 있네요. 사퇴 이후에 열심히 도왔나 이런 건 핵심이 아니죠. 결국 왜 어쨌든 단일화를 하지 않고 일방적인 사퇴라는 형식을 취했나 이게 정말 핵심적인 부분인데... 정말 자기가 박근혜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면 1%의 확률이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단일화를 했어야했죠. 그걸 이 사람도 지적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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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윙스 2017/02/14 19:48

    이 부분의 안전대표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떠난 이유라고들 하죠
    최대한 좋게 해석해주면 자기사람 챙기기를 안한거고 비판적으로 보면 본문의 비판처럼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한거죠.
    반기문 전총장도 비슷했죠.
    이 부분은 안전대표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많이들 한자리 차지할 요량으로 모였겠지만 그래도 생업 던지고 찾아온 사람들 생각을 좀 더 했어야합니다.
    양보냐 아니냐를 비토하기 보다는 차라리 이 부분을 비판하는게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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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UKS 2017/02/14 19:52

    이야 참신한논리네요 캠프랑 상의 안했으니 도와준게 아니라 깽판이다? 후보 등록일 하루 전에 안철수가사퇴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을 꾸짖어달라고 했는데 자존심 상해서나홀로 사퇴? 에라이 나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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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井山보리밭 2017/02/14 19:57

    포기인지 양보인지는 논외로 하고 방식은 최악의 방식이었죠.그런 방식의 후보사퇴 하는 순간 이미 대선은 끝났 습니다.이후의 유세부분은 안철수방식으로는열심히 도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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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위한멜로디 2017/02/14 20:15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얘기들이 대체로 비슷한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어쨌거나 양보했다는 생각이지만 저런식의 사퇴는 정말
    안 좋은 방식이었다 생각합니다. 훗날 다시 단일화 상황이 온다면 미리 미리 준비해서 다시는 일방적인 사퇴나 양보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지지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경선을 통해서 뽑아야 한다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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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직불바다 2017/02/14 21:05

    저런 이야기에 대한 판단은 개인이 하는거고 측근으로 있다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쪽 방향으로 일관성이 있네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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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lnutmani 2017/02/14 21:53

    그렇죵
    떠난 최측근들
    23명이나 교체된 보좌관들 야그에 공통점이 보임요
    비선과만 소통
    최측근과도 불통
    인문학적 소양 부족
    정치적 포용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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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2017/02/14 22:19

    안철수의 정치 문법과 기성 정치의 정치 문법은 다르다.
    안철수의 문법을 해독하지 못한 보좌진이라면 떠날 수밖에
    기성정치와 타협하는 안철수는 더이상 안철수일 수 없죠.
    정치를 바꾸는 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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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에요 2017/02/14 22:33

    walnutmani// 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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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lnutmani 2017/02/14 22:35

    산수유/ ㅋㅋㅋ 웃고 갑니당. 닳고 썩은 정치인들 끌어모아서 반문연대 결성한게 누구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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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네out 2017/02/14 22:51

    경선 끝까지 했더라면 지더라도 안철수가 지금 대권주자가 됐을거라 봅니다 경선 포기가 가장 뼈아픈거였죠 안철수가 이길수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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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shop 2017/02/14 23:02

    밸런스 있는 의견으로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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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옿립니다 2017/02/14 23:11

    산수유// 님이 이야기하는게 제왕적 리더쉽의 기본 베이스에요. 나의 문법을 알아먹는 사람과만 함께 하겠다. 자꾸 문재인과 비교해서 민망하긴 한데.. 문재인 선대위에 직함 맡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문 인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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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골교주 2017/02/14 23:19

    양보가 아니라 포기죠. 그로인해 시너지효과 단일화효과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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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방울 2017/02/14 23:44

    BRUKS// 한마디로 정리하면 위선과 체면겉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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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고하와이 2017/02/15 00:40

    눈물찔찔포기쇼 하면서 마지막에 새정치는 여기서 좌절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후 워딩상으로 문재인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고 자기 지지자들에게 과연 그런 의미로 전달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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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하 2017/02/15 01:00

    안철수는 이걸 '아름다운 양보' 라고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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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하 2017/02/15 01:05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3년 전 자신의 대선후보 양보에 대해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심약한 사람은 절대 못한다"고 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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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호 2017/02/15 01:24

    [리플수정]출신성분이 ceo라서 민주적 리더쉽이 뭔지 모를수도 있는데
    아직 배울생각도 없는것 같아서 미래가 안보임
    아무리 포장해봐도 국민들은 눈치 채고 있어
    진보신당에서 나왔던
    안철수는 착한이명박 이다 논평은 시대를 앞서갔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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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ottA 2017/02/15 04:46

    [리플수정]문캠프에 줄이라도 섰냐?
    안캠프에 있었다면서 왜 양보했는지 너는알거아냐?
    그 진실을 말해야지
    대선임박하면 왜 안철수가 대선을 양보할수밖에 없었는지 밝힐거야
    그러면 문재인 끝난다
    양심을 어디 논두렁에 쑤셔넣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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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mata 2017/02/15 04:47

    ScottA//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입니다 그쪽 수준으로 평가하지마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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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ottA 2017/02/15 04:53

    redmata/ 아까 대개 싸가지없게 리플 다십니다 그려 문빠들의 종특이제 싸가지없게 구는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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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키 2017/02/15 05:02

    ScottA// 싸가지는 당신도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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