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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며 목공예 취미로 하는 1인 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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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선 육아 2년 넘게 하고 있는 자게이입니다. (남아이고 현재는 네 살이네요)
육아 우울증이 남자에게도 찾아올줄은 몰랐습니다. 반년새 살이 10키로 넘게 찌고 매일 맥주와 야식으로 육아에 대한 보상심
리를 받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육아가 힘든걸 아니 애엄마도 별로 뭐라 하진 않았네요.
경험해보니 육아하는 엄마들이 왜 살찌는지 절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하루 너무 의욕도 없고 더는 안되겠다 싶어 나무를 깎아 윷을 만들게 됩니다.
갖고 있는 공구라고는 캠핑 나이프와, 연마용 쇠줄, 그리고 톱...
나무는 아파트, 공원, 산책로, 숲에 널리고 널렸더군요. 물론 모든 나무는 가지치기 한 나무, 고사목, 폐목재로만 썼죠.
몇개월, 대략 100여개 넘게 만들다보니 동네 벼룩시장에 팔 정도까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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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판을 만들다가 뱀주사위도 만들어봅니다. 8면체 주사위, 20면체 주사위....
그리고는 연필꽂이도.... 연필꽂이는 통나무 잘라서 드릴로 구멍뚫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데, 용기내어 조각에도 도전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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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라는게 나이프와, 조각칼(문방구에서 파는 초,중학생용) 만 있으면 되긴 하는데,
사실 위험하고, 또 조각이 어려울 수 도 있지만, 유튜브에 영상도 많이 있고, 한번 해보니 자신감이 생겨 금방 실력이 늘게 됩니다. 전, 이스터섬에 있는 거대석상 모아이부터 만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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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 장난감도 직접 만들어줘봅니다.
장난감을 만들어주면 아이는 옆에서 계속 지켜봐주고, 우리 아빠가 만든거라고 온동네방네, 어린이집에 자랑하고 다니니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나무로 만들었으니 내구성은 뭐, 최고입니다.
또한 아이가 사주는 장난감보다 훨씬 좋아해서 자신감은 더더욱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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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넛을 좋아해서 콰지 캐릭터를 인두로 새겨주고, 이때부터 목공예에 끈을 응용해볼까 해서 전통매듭에도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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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한 소나무 뿌리는 좋은 목공예 재료입니다.
모아이를 조각하고 만들었는데, 만들고나니 소련의 전설적 락밴드 키노의 보컬, 한국인 '빅토르 최'의 얼굴이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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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나 참나무로 나무껍질을 계속 벗겨내다보면 나이테가 나오게 되고 이는 부엉이 눈을 표현하는데 자연스레 눈동자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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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한 소나무 뿌리를 자세히 보면 생각치도 못한 모양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무를 가능한 자르거나 조각하지 않고 이리보고 저리 살펴봐서 떠오르는 형태를 유추해서 만드는 목공예가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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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플레이팅 겸용)도 만들어봅니다. 많이들 쓰시는 캄포나무니, 박달나무같은건 왠만한 장비가 없어선 자르는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참나무(졸참나무로 사료됨)를 잘랐구요, 이거 1만5천원짜리 휴대용 톱으로 자르는데 90분 걸렸습니다.
사포는 80방짜리 30분, 300방짜리 10분, 500방짜리 10분 정도 하고난 후, 들기름 두 번 먹여주었습니다.
고등어구이나, 삼겹살 통바베큐 하고 나서 이 나무도마에 올려주면 기름도 잘 흡수되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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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꽂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컵과 같이 가운데를 파는게 불가능해서 (그러한 장비가 없음)
드릴로 구멍을 달리해서 연탄같이 만들어서 씁니다. 이러면 각종 펜이나 도구가 서로 섞이지 않고 한번에 찾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목공예를 하는 이유와 용도는 다양합니다.
1. 선물용(사진과 마찬가지로 목공예도 남이 알아봐줘야 진가를 발휘하고 계속 하게되는 원동력이기 마련입니다.
- 윷 : 명절날 지인 선물
- 솟대 : 지인 집들이 선물용
- 부엉이 조각 : 몽당연필 꽂이(선물용)
지인분들한테 한 개, 두 개씩 주니 줄때마다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날 알아봐주니 점점 동기부여가 됩니다.
2. 내손으로 모든걸 DIY
- 연필꽂이, 휴지걸이, 도마 등 생활용품 제작
3. 마음의 정화
- 각종 동물 조각 등 심신 안정 및 자아성취감에 크나큰 도움
참고로, 목공예 하려면 최소 도구는.... 조각을 하냐, 가구를 만드냐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만,
1. 드릴(필수!, 2mm부터 9mm정도 까지의 2mm단위의 구멍뚫는 드릴비트(기리는 일본말), 10mm이상 구멍뚫을 수 있는 나비비트(는 선택) 전 전기를 쓰는 전동공구는 드릴과 작은 조각기(드레멜)만 사용합니다. 조각기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완전편함(드릴은 구멍만 뚫지만, 조각기는 구멍뚫고, 절단하고, 연마하고, 가공하고 다 할 수 있음.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함)
2. 톱은 등산가방에 들어가는 휴대용 접이식 스웨덴 제품,
3. 칼은(목공예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임) 모라나이프(2만원대 스웨덴 브랜드. 노르웨이 제품 헬렐레 나이프보다 훨씬 튼튼하고 가성비 최고임)
4. 그외 연마용 줄(무조건 거친 황목으로. 목재용 줄 아닌 쇠줄이 싸고 좋음) 30cm, 10cm 두개는 꼭 있어야....
5. 사포는 몇 번 못 쓰지만, 줄은 평생 씀)과 종이 사포 말고 천 사포(100이하 짜리, 200~300짜리 두가지만 있으면 됨. 200~300짜리 몇 번 쓰면 500~800정도의 사포가 되서 마무리용 가능함)
6. 인두(글씨 쓰거나, 본인만의 도장, 문양 새길때 아주 좋음. 인두도 몇 번 사용해보면 신세계임. 인두로 그림그리는 '인두화'도 배워볼 예정임)
이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네요.
전 10평대의 작은 빌라에 살지만, 아파트에서도 크게 소리나거나 하진 않습니다. 톱질이나 사포질은 바깥에서... (낮에는 간혹 집에서 하기도 합니다.)
전동톱이나, 전동샌딩기 있으면 편하지만, 실톱으로도, 종이사포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튜브에 만드는과정도 이제 막 시작하며 올려보는데, 사진만 찍어서 인지 영상은 너무 어렵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bdx1Ls1evt8
이젠 애가 어느정도 커서 육아 그만하고 빨리 취업을 해야하는데, 취업이 생각보다 어렵군요.
(마눌님한테 이력서 안쓰고 매일 나무만 깎는다고 잔소리 듣는 중...)
'경력단절'이라는 말... 제겐 너무나도 절실히 와닿습니다. T.T
사진을 취미로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할때가 지금처럼 아이가 어려서 사진 많이 찍어줄때 절실히 느끼곤 하는데,
목공예를 독학으로 해보니... 육아를 안했더라면 목공예 도전해보질 못했을텐데, 이렇게 만들어갈수록 무궁무진합니다. 진작에 배워볼껄 하는 아쉬움과, 이쪽으로 일을 본격적으로 배워서 직업을 삼아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현실은 힘들겠죠?)
목공예 관련 궁금하신 질문있으면 달아드릴께요~!
(기타 다른 질문도 좋습니다. 육아도 2년 넘게 해서 답변에 자신있고, 사진도 15년 넘게 찍어 자신있습니다!)
댓글
  • 르로이사네 2018/11/27 23:40

    와 저랑 비슷하네요
    회사 그만두고 전업으로 2년간 애봤었는데 애때문에 힘드니 맨날 밤에 혼자 집에서 술마셨어요
    아침에 얼집에 데려다주고 낮엔 그냥 잠만 자고 ㄷㄷ
    그러니 살은 살데로 엄청 찌고 또 우울증에 성격도 날카로와져서 와이프랑 맨날 싸웠죱 ㄷㄷ
    그래서 와이프랑 같이 취미로 목공 배우고 관계 많이 좋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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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전 2018/11/27 23:43

    비슷한게 아니고, 똑같은 삶인걸요?
    목공예를 배우기전까지 저도 아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나서 매일 잠자곤 했는데(새벽까지 술마시고, 컴터하고, TV보고.....-.-) 삶이 통째로 바뀌더구요.
    단, 제 아내는 목공을 지금도 싫어합니다.(집이 지져분해지고, 위험하다며....)
    취업하고, 나중에 50살 넘어서 본격적으로 배워보라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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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로이사네 2018/11/27 23:45

    저희는 헤펠레 목공방에 돈내고 배웠어욥 ㄷㄷ
    장비사서 집에서 하고싶었는데 소음이며 톱밥 날리는게 답이 안나오겠더라구욥 ㄷㄷ 장비도 오지게 비싸고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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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전 2018/11/27 23:52

    아, 소음과 톱밥 절실히 공감합니다!!!
    집에서 통나무 조각한답시고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선 네 시간동안 끌로 표피 벗겨내고, 사포로 밀어주어 간이 의자를 만들었더랬죠. 만들고 나니 분진가루가 거실과 주방에 한가득 살포시 내려앉아 있더군요.
    1층인데, 2,3,4층까지 다 들렸을 듯 싶어요~
    참! 나무 크기 제 발 보면 대략 짐작 가시죠? 20kg도 넘는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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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로이사네 2018/11/27 23:55

    와 저걸 끌로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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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전 2018/11/28 00:16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다시 하고 싶지 않네요.
    망치질 네 시간 해보니, 통나무로 부처님상 등 만드시는 무형문화재 조각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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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쎼랄클럽 2018/11/27 23:40

    생활비는 배우자분이 해결하시는건가요 뤼스펙...육아도 엄청힘들고 생활비버는 벌이도 힘들죠...서로 이해하면 좋은데 그게 힘든순간 트러블이 생기는거겠죠 미네랄 50000이 있지 않는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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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전 2018/11/27 23:46

    네네. 배우자가 벌어옵니다. 애낳고 1년동안은 제가 벌었더랬죠. (아내 회사가 육아휴직 1년을 주는 좋은 회사였고.... 전 남자라 육아휴직 없는 회사...T.T 그래서 퇴사를 과감히 결심했더랬죠)
    미네랄이 없어서 show me the money는 못 했지만, 그래도 제가 육아를 해보니 operation CWAL이 되더군요. 님 말씀처럼 이해심을 얻게 되었고, 부부사이도 육아하고나서 엄청 좋아지더랍니다.
    부족한 미네랄은 각종 사진공모전에 열심히 도전하고, 지인들 촬영(돌스냅, 웨딩, 행사 등)해서 근근히 버티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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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_⊙]사과 2018/11/27 23:44

    전 육아하니 살이 빠지더라구요..뭐 술도 못먹고 밥도 절 못먹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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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전 2018/11/27 23:47

    우와~! 정말로 힘드셨나봐요. 살이 빠지셨을정도면...
    보통 육아하면 아빠나, 엄마나 밥맛이 없어서(대개 아이가 먹다남은 밥과 반찬 먹느라...) 1일1식 하기 마련이고, 인스턴트, 배달식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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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복도로사진쟁이 2018/11/27 23:53

    뭔가 내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정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저도 종이공작을 한창...하다가 건담도 만들어보다가...흠...)
    그나저나 육아 + 교육 제대로 하면 부모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새삼 느끼게 되죠.
    요즘 육아 거저 하려는 부모들이 많아서 아쉽고 또 큰일입니다.
    자녀교육은 결국 관심과 시간 투자인데 다들 욜로 하느라...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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