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달 전에 숱한 비난과 반박, 욕설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자기방어기제 때문에 자신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지나칠 만큼 가혹하며, 최근의 발언들에서는 논리적 모순이 충돌하는 이재명에 대해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걱정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재명이 SNS상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과의 설전에서 언어의 폭력성과 선동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이재명의 지지층이 더민주의 전통적 지지층보다는 정의당 지지자들, 호남과 수도권의 무당파층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들의 성향(문재인 죽이기에 주저함이 없고, 이재명을 빼면 더민주의 다른 후보들은 지지할 생각이 없어 미련없이 손을 털 가능성이 매우 높은)을 파악한 이재명이 '손가혁출정식'에서 쏟아낸 발언들까지 더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집니다. 문재인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간에 도는 문재인 비난(비판이 아닌)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그의 연설은 더민주 경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이번 논쟁과 연설을 해석하는 이재명 지지자들의 반응입니다. 그들에게는 지지율 3위의 대권주자로서 네티즌과의 언쟁에서 감정조절에 실패한 이재명이 억울한 피해자로 보일 것이며, 네티즌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같은 당 유력후보를 공격하는 파렴치한 가해자로 인식될 것입니다. 이런 편향된 해석과 일방적 반응은 손가혁출정식의 선동연설과 합처져 문재인을 맹폭하는 사이버 상의 핵폭발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남이 하면 불륜, 자신이 하면 로맨스'인 이재명의 언어폭력과 선동연설이 정당방위로 보일 것이며, 이재명에 의해 '권력을 이용해 아들의 취업이나 청탁하고, 기득권이 무서워 납작 엎드린 채 그들과 결탁해 자신의 이익만 챙긴 비겁하고 부패한 정치인'으로 규정된 문재인에게 맹폭이 가해질 것입니다. 더민주의 후보선출이 완전국민경선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재명의 이런 전략은 문재인에 대한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유도해 최종승자에 오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마치 새누리당 의원처럼, '주어'를 명시하지 않은 이재명의 문재인 폄하와 선동은 더민주의 경선과정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 것이며, 완전국민경선제의 약점을 파고들어 왜곡된 결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재명과 지지자 간의 일체감이 높아질수록 문재인을 향한 공격수위는 높아질 것이고, (문재인 극렬지지자와 프락치들의 위장공격까지 더해지면) 모든 쓰레기 언론들이 이를 확대재생산해 '문재인 죽이기'에 열을 올릴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뒤엉켜버립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유권자는 (1) 정당에 대한 애착심, (2) 이슈에 대한 의견, (3)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 등을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합니다. 유권자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립한 '인과성 깔대기 모델'에 따라, 가장 큰 단위인 이념과 가치 선호에 의해 첫 번째분류를, 그 다음에는 '박근혜 탄핵', '정경유착 종식', '복지 확대', '개헌' 같은 핵심 이슈(정책)들에 의해 두 번째 분류를, 마지막으로는 후보가 보여준 이미지(성과 포함)로 세 번째 분류를 함으로써 지지후보를 결정하곤 합니다.
10~12% 정도의 이재명 지지자들도 이런 과정(순서는 바뀔 수 있다)을 통해 지지층을 형성했을 것입니다. 왼쪽이 넓고 오른쪽으로 좁아지는 깔대기라고 할 때, 이재명 지지자들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가는 세 번의 분류를 거치면 이재명에 대한 충성도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해집니다. 이들 중에서 자신의 욕망(선거 승리)을 지지후보에 투영해 하나의 결합체로 생각할 정도에 이르면 극렬지지자가 됩니다.
이들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거론되는 '고결성(integrity), 신뢰성(reliability), 능력(competence)' 등은 더 이상 판단과 검증의 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지후보에게 유리하다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차가운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지지후보가 최대 경쟁자의 지지자들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몇배에서 몇십배로 되돌려주지 않으면 터질듯한 분노와 흥분상태를 해소할 방법이 없기에 더욱 무섭기만 합니다.
특히 지지율이 미미해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박원순의 문재인 공격과는 달리, 한때는 1위를 추월하기 직전의 지지율까지 올라갔던 이재명의 공격은 그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탈탈 털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아들의 취업청탁'까지 들고나온 이재명의 선동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넘지말아야 할 어떤 마지노선도 존재하지 않으니 광란의 잔치를 벌여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히틀러의 나치는 유대인을 박멸해야 할 악덕한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역사상 최악의 범죄인 대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는데, 이재명은 문재인을 '권력을 이용해 정유라를 챙긴 박근혜와 비슷한 존재'로 매도함으로써 박멸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히틀러의 방식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재명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파악해 그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던 필자가 지난 일주일 동안 침묵했던 것은 문재인의 호소 때문이었는데, 이재명이 제무덤을 팔려고 작정한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현재의 상황은 박원순이 포문을 열면 이재명이 뒤를 바치고, 쓰레기 언론들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죽이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번이 아니면 다음이 없다는 막가파식 마타도어는 모두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간극만 남길 뿐입니다. 정권교체에 성공해서 촛불의 명령인 체제혁명에 성공하려면 경선 이후에는 '인과성 깔대기 모델'을 역으로 가며 하나의 팀(one team)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촛불집회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18%까지 치고올라갔던 지지율이 10~12%로 내려왔지만, 더민주의 전통적 지지층과 다른 이재명 지지자들이 경선의 승자에게 대선에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안희정의 말처럼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인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부터 노무현을 끝없이 흔들어대던 '후단협'의 변형판이 '문재인 죽이기'를 목표로 더민주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욕망과 초조함이 이성을 지배하면 정신은 숨이 턱 막히기 마련인데, 이재명이 그런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촛불집회의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특검수사가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서 주춤거리고, 이에 맞춰 보수층의 결집과 박근혜의 시간끌기에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가 늦춰지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이재명과 박원순의 도를 넘은 문재인 공격과 디스는 촛불의 염원을 무위로 돌리는 반역과 반동의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재명과 박원순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치열하고 선명한 경쟁은 모두에게 좋지만, 상대를 향한 도를 넘은 공격은 모두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통큰 승부를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아니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과신과 욕망이 초조함과 만나면 지켜야 할 선이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정치교체가 아닌 정권교체가 촛불에 담겨있는 시대정신이자 명령이라면 우리 모두가 한 팀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새누리가박근혜다
#박근혜는하야하라
#바른정당도박근혜다
사진
에휴
앞으로는 영영 선거안나오려고 저러나... 길게보지를못하네영
그저 행복한 고민같은거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현명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흙탕 싸움을 걸어도 품위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쓴 분 만큼의 품위는 아니라도 같이 쌍욕하며 진훍탕 싸움을 하는 것은 문재인 지지자의 수준/품위도 같이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아서 걱정입니다. 문재인 지지층의 스펙트럼도 너무나 다양하거든요. 또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싸움을 붙일테고요.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