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운동가기 전 저녁이나 간단히 떼울까 하여 근처 김밥집에 들렀습니다.
라면에 돈까스김밥을 한 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젊은 남녀가 들어오더군요. 한참 메뉴를 신중히 고르더니 참치돌솥과 냉면을 시켰습니다.
여자분은 화장실을 가고 남자분 혼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중인데 70대와 40대 정도로 보이는 모녀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며 가게로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따님이 그 남자분 앞에 서서 뭐라고 하십니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무슨 소리인지는 들리지 않고, 남자분도 난감해 하는 사이 주인아줌마가 양해를 구합니다. ‘혹시 자리 좀 옮겨줄 수 있어요? 이 분이 이자리에만 앉으셔서...’
어머님도 바로 죄송하다며 말씀을 잇습니다. ‘아이고, 미안해요, 우리애기가 자폐가 있어서 꼭 여기만 오면 이 자리를 고집해서, 미안해요. 총각...’
그 커플 자리에는 밑반찬이랑 물등이 대충 세팅된 상황이지만, 남자분은 전혀 망설임없이 ‘아유, 그러세요. 여기 앉으세요.’라며 바로 비켜주더군요.
얼마 뒤 자리에 돌아온 여자분이 ‘어? 자리 옮겼네?’라고 묻자 남자분이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음식 나왔다. 얼른 먹자~’라며 말을 돌립니다.
원하는 자리에 앉은 모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묻지 않고 언제나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김밥 한 줄을 주문합니다. 그리고서야 묻습니다. ‘아가,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따님은 잠시 고민하다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이거 먹고 나가서 사주겠노라 약속을 하시고 나온 김밥 한 줄을 따님과 나누어 드십니다. 마치, 제가 혹은 제 와이프가 제 네살난 딸아이를 어루듯 그렇게 노모는 따님을 어루어줍니다. 그 어머님 마음에는 최소 40대는 되었을법한 그 따님이 아직도 아가인 거겠지요...
제가 먼저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을 감히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봅니다. 그리고 김밥 한 줄 팔아주는 손님이지만 VIP 예우하듯 자리양보를 부탁하고 친절히 두분 국물까지 챙겨주는 주인아주머니 마음씨에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또한 노모가 아쉬운 소리를 한 번 더 하지 않도록 애둘러 자리를 옮긴이유를 설명한 그 남자분의 작은 마음씀씀이에도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글쎄요. 제가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풍부해진건지, 아님 애아빠가 되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된것인지는 몰라도 오늘 제가 겪은 이 짧았던 일들이 결코 가볍지 않게 기분좋으면서도 무언가 다시금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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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말아톤 잠깐 봐서 그런지 ㅜㅜ 글이 와닿네요
헷
아직도 세상은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죠
좋은사람들.ㅋ
그래서 세상은 그래도 살만합니다
자리 양보해준 남자분이 마음 씀씀이가 참 좋네요. 그 여친은 남자 잘 고른듯 하네요.
사장님도 남자분도 훌륭하시고, 그걸 알아보신 이지노우 님도 좋은 분이실듯
이래서 세상이 아직은 ㅜㅜ 감동이네요
흐뭇한 이야기네요.
이보다 더 좋은 수필 없네요.
그 김밥나라 동네면 저도 가서 팔아드리고 싶네요
오늘 최고의 글입니다!
뭐야 야밤에 왜 울리고 그래 ㅠㅠ
잠깐 천국에 갔다온 기분이네요
김밥천국에서 천국을 보셨군여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참 배려 가득한 말인 듯..
따뜻한 글입니다. 등장인물 중에 한명이라도 배려심없는 사람이 있었으면 단번에 분위기가 달라졌을텐데... 특히 젊은남자의 "여기가 시원해서"라는 말이 좋네요.
와..... 여기가 시원해서....
우리딸 미래 남친이 저랬으면 좋겠네요.
주인아주머니도
남자분도
훈훈합니다
새벽에 눈물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저런 남친 있었으면 좋겠다...
남자지만...
좋은 사람들.
괜스레 찔끔 ㅜㅜ
등장 인물 모두가 좋은 사람들...
마음에 따뜻해지네요 ^^
남자분 뭐죠? 심쿵!
진짜 좋은 수필이네요
글 맛깔나게 잘쓰셨네요.. 훈훈합니다~
영상 지원이 되네요..므흣~
아.. 좋다.
남자 존멋이네여
자연스럽고 소소한 평화의 일상
이맛에 엠팍합니다.
‘여기가 더 시원해서’ 좋은 센스네요!
좋은 분과 만나시는 여자분도 상황 알았어도 센스 있게 옮겨주셨을 겁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가 시원해서 키야!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뭐죠, 이 완벽함은???? 다들 멋지네요
커플로 온 여자분 지금 남자친구 꼭 잡아야겠네요.
옮긴 자리가 더 시원해서 옮겼다고 하는 그런 예쁜 말 참 복받을 겁니다
좋은생각 책 보는 것처럼 따뜻하네요ㅠㅠ
가족중에 같은상황이 있어서 글로만봐도 참 고맙네요.
김밥집에 계셨던 모든분들 복받으실껍니다.
어우씨 눈물 고였넹..
글 잘 쓰시네요 저도 아이가 생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더라구요
유행어 밉시다! 응 여 시
[리플수정]이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 한게서 본적 있네요. 방송 스샷이었는데 나이드신 아버지에 아들이 다운증후군이었나 그랬는데 시간 흘러 다시 찾아가보니 아드님이 죽었다는 내용이었죠. 오늘 이 글을 보고 나니 다시 그 글이 떠오르네요. 본문속 모녀가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고 따뜻한글 올려주신 원글님께도 고맙다는 말 하고 싶네요.
와.. 여기가 더 시원해서라니
저런 센스는 어떻게 배우는 겁니까?
여자친구가 들어와서 뭐라뭐라 하는 상황을 예상한 제가 부끄럽네요 ㅠㅠ
몇년전 겨울에 아파트앞 김밥천국에서 밥먹고 있는데
허리 구부정한 최소 80은 넘어보이시는 할머님 한분이
간신히 자리잡으시고 김밥 한줄 시키셨어요. 서빙 하시는
분이 장국이랑 김치 단무지 수저 젓가락 세팅 해주시고
장국을 겨우겨우 한숟갈씩 드셔가며 천천히 김밥 하나하나
잡수셨던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네요.ㅜ
그때 저도 그 할머니께 동정이나 연민 같은 감정을
느꼈나봅니다 ㅜ
약자를 배려하고 보듬을수 있는 훈훈한 글이네요
글쓴분 시선이 참 따뜻하네요 ㅊㅊ
좋은 글이네요 ~ ^^
노모와 가게주인과, 자리를 양보한 남자친구와,
이걸 좋은마음으로 지켜보신 작성자분.
[리플수정]김밥...천국......추천...
아.....좋은글
더위 날씨가 헬이지만 짧은 글에서 천국을 느꼈어요
젊은 남자분 참 멋지고, 마음 씀씀이가 예쁘네요..
훈훈한글 감사합니다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아 찡하네요 추천드립니다
여기가 더 시원해서라니 저런 센스 넘 부러움
여기서 분탕질하는 어그로들이 이런글을 읽어야하는데
뭉클하네요. 저도 지인 중 비슷한 가족이 있어서..
글잘쓰시네요~실제로 본것을 저렇게 깔끔하게 글로 옮기는게 쉬운일이 아닌데요~내용도 쓰신분도 모두 굿입니다~
훈훈하네요^^
와 저여자분 남자 잘만났네
훈훈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
아직은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글 잘쓰신당..
감동적이고
긴 글인데 몰입도가..후덜덜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훈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 눈물이나네요~ 모녀분들도 글쓴이분도 김밥집사장님도 젊은 커플도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맨날 이런글만 볼수있음 좋겠네요.
캬~ 글하나에 인격자들이 우루루 나오는구나...
전 글쓴분이 제일 따뜻하신 분 같이 느껴지네요. 잘봤습니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네요.
그냥 무심하게 지나칠수도 있는 일상인데, 글쓴분 같은 분을 만나 여러 사람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네요.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캬! 심쿵!
삭막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자고로 이런 글은 추천하라 배웠습니다.
이런 좋은 글 읽을 수 있어서 불펜을 합니다. 마음이 따뜻하네요.
자리를 비켜준것도 고맙지만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음식 나왔다. 얼른 먹자~’라며 말을 돌립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두모녀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져서 감동입니다..저 같으면 걍 자폐라고해서 비켜줬어라고 말했을거 같은데...
그 남자가 접니다.
북풍님꺼 따라해봤슴돠ㅠㅠ
오랜만에 가슴이 따듯해집니다. 정말 저기 김밥천국이 어딘가요??? 가까우면 가겠습니다.
사장님이 아주 좋으신 분 같습니다.
자리에 돌아온 젊은 여자가 뭐라고 하려나, 긴장하고 봤다가 마음이 따뜻해졌네요. 좋은 글 나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들이 많아지는 엠팍을 기대해봅니다~
김밥헤븐조선
날이 더워서 따뜻한게 별로지만 참 따뜻하네요~
젊은 커플 남자분,
자리 비켜드리는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비켜드렸을 것 같은데
그 짧은 순간에 '응 이자리가 더 시원해서' 라고 말한다는 것은
평소에도 그만큼 배려심이 강하고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겠네요.
참 훌륭한 젊은이같습니다.
홍대 쪽에 살때 어떤 돈까스집 문에 '돈까스가 드시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못 드시는 분들 주저마시고 들어오세요.' 라고 붙어있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훈훈한 마음이 드네요.
아... 저도 사랑하는 이들과 저자리에서 웃으며 가볍게 저녁한끼 하고 싶은. 그런느낌입니다.
원글님이 올려주신 글 덕분에 저는 오늘 또 한가지를 마음으로 배웁니다. ^^ 아들에게도 가르쳐주겠습니다.등장인물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훈훈한 내용에 감사
저는 커플과 모녀간에 다툼이 발생하는 스토린 줄 알고 조마조마했더란ㅠㅠ
아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네요.
멋지네요~~
와 여기가 더 시원해서에서 진짜 띵... 저도 나름 예의있고 센스있다고 자부했는데 저런 센스 꼭 배우고 싶네요.
작은 마음 씀씀이부터 배워야겠네요. 이런 글 너무 좋네요
아름다운 글이네요
와 추천이요 ㅊㅊ
처음 보다가 여친이 돌아와서 왜 자리 바꿔줬냐고 싸우는내용이구나 했는데 훈훈한 글이었군요
반전이 없네요... 에잇 추천이나 받아랏~!
불펜 문학상 올해의 수필부분 대상 ㅠㅠㅠㅠㅠ
저도 대단한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이 글의 등장인물들 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솔로분들 잘 보셨죠?
애인있는 양반들은 이유가 있어요 ㅋㅋ
와
저기에 나오는 분들도 멋지시지만 이런 따뜻한 글을
써준신 원글러님도 멋지시네요
내 아들도 저런 남자가 되어야...ㅊㅊ
작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가슴 뛰는 인생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겠지요.
삶의 조그만 틈을 만들어 주신 분들과 글을 읽으신 분들께도 따뜻함이 깃들길 바랍니다.
옹졸한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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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에 감동받아 이 감동을 기억하기 위해서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어차피 눈팅 유저지만)
아직은 그래도.. 따뜻해집니다.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이 느껴지네요
이상한 글인가 했는데 정말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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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따뜻한 글에 울어버렸습니다
그냥 소소한 이야기인데 뭔가 훈훈하네요
훈훈합니다~!!
여친이 진상 필까봐 조마조마했네요. 다행..훈훈 ㄷㄷㄷ
세상은 살만하다는걸 느끼네요..좋은사람이 되고 싶은 맘까지 가져갑니다.
날이 덥지만 이글을 보니 불펜은 시원하네요.
불페너였으면 저사람이 비키라해서 구구절절 설명햇을듯
저도 여친이 와서 싸우는 글인줄 알았는데..
훈훈하네요!
마음속에 담아두고 적절하게 써먹을래요
여기가 더 시원해서 ..
늙은 자식을 보살펴야 하는 더늙은 어미가 참으로 애닯도다.
그것도 자식이라고 보살피는 어미의 본성이야 참으로 가상하지만
평생을 살펴야 하는 그 고담함도 참으로 애닯도다.
저런 형편의 사람은 국가가 좀 더 아니 훨씬 더 도와야 한다.
몸도 아픈데,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면 더 힘든다.
경제적으로 국가가 많이 도와야 한다.
그게 바로 공동체다.
저는 자식도 자폐를 가진 자식도 없기에 자리를 양보해주신 남자분에게 더욱 이입이 되네요..
진짜 남자분 멋있네요.
어휴 눈물이...
등장인물도, 글도 모두 예뻐서 추천 하나 남기고 갑니다.
아우 땀때문에 몸에 수분이 고갈됐을텐데
눈에서 육수가 나오네...
좋네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