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범죄라는 거 아십니까? "
김남우는 택시기사의 질문이 참 뜬금없다 생각했다.
할증이 붙은 늦은 밤. 피곤함에 절어 택시를 잡아탄 김남우에겐 별로 반갑지 않은 대화였지만, 바로 옆자리를 무시할 순 없었다.
" 완전범죄라는 건 뭐, 추리 소설 같은 데서 나오는 그런 거요? "
" 그렇죠. 소설 같은 데서 많이 나오죠.. 하지만 현실에서도 완전범죄는 아주 많을 겁니다. "
" 그래요? "
김남우는 별 관심이 없는 투였지만, 택시기사는 계속 말을 걸었다.
" 사실, 완전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는 이상, 우린 알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범죄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순간 이미 그것은 완전범죄가 아닌 게 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완전범죄가 정말로 많을 겁니다.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
" 아 네에. "
김남우는 수동적으로 대답은 해주고 있었지만, 정말로 관심 없는 대화 주제였다. 한데,
" 선생님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십니까? "
" 네?? "
택시기사의 이상한 질문에, 김남우의 고개가 잠깐 옆으로 돌아갔다.
" 아...죽이고 싶은 사람이요? 아뇨 뭐 딱히... "
" 저는 있습니다. "
" 아...예에. "
김남우는 뭐라 리액션을 하기도 애매한 대화에 조금 불편해했다.
택시기사가 물었다.
" 혹시, 변호사 최무정 아십니까? "
" 네? 아! 그 TV에 자주 나오는~ "
" 네. 제 친구였습니다... 그놈이 제 마누라와 붙어먹었었습니다. "
" 아...?! "
김남우는 놀란 눈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택시기사는 원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놈 때문에 전 마누라랑 이혼하고.. 애들도 엇나가고..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놈은 TV까지 나오며 잘나가더군요.. 저는 정말 그놈을 죽이고 싶습니다. "
" ... "
이까지 빠득 갈며 증오심을 내보이는 택시기사. 김남우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택시기사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주제를 완전범죄로 돌렸다.
"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완벽한 완전범죄는 교환살인 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대신 죽여주는 것이죠. "
" ... "
김남우는 아까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던 게 떠오르며, 절로 침을 꿀꺽 삼키게 됐다.
" 사실, 살인 자체는 쉽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게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문제가 되는 건 항상 살인 이후의 수사입니다. 수사과정에서 용의자들을 추리고, 추궁하고, 지문이니 흔적이니 알리바이니, 증거들을 대조해보는 과정에서 범죄가 드러나는 거죠. 그렇지만 교환살인은? "
" ... "
" 애초에 용의 선상에 오를 수조차 없으므로, 완전범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아니, CCTV와 목격자만 조심해도 완전범죄가 성공하겠죠. 현장에서 머리카락 따위의 증거가 나온다 쳐도, 경찰이 어디에서 대조를 해보겠습니까? 피해자 주변의 사람 중에서나 대조해보겠죠. 안 그렇습니까? "
" 그렇..겠네요.. "
" 그래서 전 교환살인이야 말로 최고의 완전범죄 수법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그것도, 아예 일면식도 없는 사이의 사람들끼리.. 인터넷이나 SNS 같은 걸로 접촉한 흔적조차 없는 사이의 사람들 말입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택시기사와 손님? "
" ... "
김남우는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택시기사는 김남우를 힐끔 쳐다보며 웃다가, 정색하며 말했다.
" 다시 한 번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습니까? "
" ... "
택시기사는 무심한 듯 앞만 보고 있었지만, 그가 던진 질문에 담긴 무게는 김남우를 식은땀 흘리게 했다.
김남우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 예.. 저는..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습니다.. "
" ... "
김남우의 대답에 택시기사는 침묵했다. 그 말이 많던 택시기사가 아무 말도 없으니, 김남우는 더 무서웠다.
택시가 거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서야,
"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며칠 전부터 이 시각에 택시를 타시는 분들께, 선생님께 드린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
" ... "
" 아직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분이 없더군요.. 뭐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요. "
" ... "
김남우는 긴장한 얼굴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대화 없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택시기사가 김남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 어느 날 혹시... 선생님이 TV를 보시다가, 최무정 변호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 아... "
김남우는 흔들리는 눈으로 택시기사를 보았다. 그는 김남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그때 저는 어쩌면... 또다시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과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말입니다. "
" ... "
김남우는 똑똑히 알아먹었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도 조심스러워 말하지 못했다.
이런 수준의 이야기들을, 쓰기만 쓰고 올리진 않았었거든요...; 어쩔까요?
사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조금 심심한 이야기들이나 식상한 이야기들이 자꾸만 계속된다면, 굳이 제가 올리는 이야기를 계속 챙겨 볼 분들이 줄어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ㅗㅜㅑ
입조심 하라는 뜻이군요. 어릴적에 제일 무서운 말이 엄마한테 이야기 하면 죽는다. 였는데..
짧아도 좋고 식상한 소재도 작성자님 글들 보면 뭔가 재밌어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복날님 글은 재밌게 챙겨보고있어요
본인의 글에 부족함을 느끼고 더 좋은 길로 나아가려는 모습은 좋지만
본인의 글을 본인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댓글들을 자주 접하니 재밌게 읽고있는 저를 부정하시는것 같아 속이 상하네요
저는 늘 신선하고, 재밌다고 느껴요
어떨때는 와! 탄성이 나올만큼 다채롭고
어떨때는 내가 예상한 결말과는 달라 놀라워하면서요
자만하지 않는것은 좋으나, 자신감을 잃지 말아주세요
욕심이지만
앞으로 50년만 더 읽고싶네요ㅎㅎ
책으로 나왔으면,,
단편 서스펜스.드라마로 나왔으면....
혹시 책 내시면 말씀해주세요.
평소에 공포게시판 잘 안 보는데 이 글 하나 읽고 반해버렸네요.
멍청한 택시기사 같으니라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진즉에 복잡한 방법으로 써먹었는데...
누군가가 택시기사한테 김남우를 죽여달란 내용인지 알았는데
아이고 이런;;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복날님은 죽기시르면 빨리 한개 더하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