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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펌)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에게 삼풍생존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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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내가 다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참을 울었다. 

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생각했다. 

내가 삼풍사고 생존자니까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먼저 삼풍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피해 대책 본부가 빠르게 구성되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해 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 병원까지 찾아 와 위로 했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는 사고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되었고  

언론들은 저마다 삼풍사고 붕괴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심층 보도를 성실히 해 주었다.   

물론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사고 후 일 년 쯤 지나자 바로 입금 됐다.   

덕분에 당시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벌어진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어쩐일인지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축소,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삼풍 때는 부실건물 인허가 내준 공무원들도 싹 다 처벌 받았다) 

사고가 난 후 한참 뒤 어디서 뼈다귀 같은 것을 찾아 와.

옛다 이게 유병언의 유골이다. 됐냐. 그러니 인제 그만 하자는 투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기자회견장에 억지로 등 떠밀려 나온 것 같은 얼굴의 503은

눈물이 흐르는 모양새를 클로즈업 해가며, 방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 나 불쌍하지 않아? 나한테 무얼 더 원해, 이제 그만해' 

 또 당시 삼풍백화점 자리는 영구적으로 재건축을 불허하고희생자 추모 공원을 세우자고 하던 언론들이 어쩐 일인지 세월호 때는 경기가 어려우니, 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여론몰이를 했다. 

그뿐인가, 어버이 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도 했다.

 

이쯤에서 잠깐, 

돈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생각보다, 돈이 주는 위로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 돈이 이후의 삶에 크게 도움 됐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을 피하고 그 돈을 안 받을 수 있다면 아니 내가 받은 보상금의 열배를 주고라도그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 번이고 천 번이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당신들은 모른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이런 사건 사고가, 개인의 서사를 어떻게 틀어놓는지.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고 이후로 나는 여태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물론 번번이 미수에 그쳤지만, 그간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 

한순간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로

나는 세상에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했고  

언제나 죽음은 생의 불안을 잠재울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깟 돈 얼마가  내 삶의 이유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글쎄 통장에 얼마나 있으면 그럴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삼풍때 정부로 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말한다. 

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고,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영원히 잊으면 안 된다고. 

 

오히려 나는 당신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건지

정권을 교체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게 뭐가 잘못된건지.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 묻고싶다.   

또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순간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면 왜 안 되는건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차라리 침묵하자. 아니지,자식의 목숨을 보상금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부탁인데 제발그 입 닫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 사실 이 글을 쓰고 어느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지 하루를 꼬박 고민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베 게시판에 쓰고 싶었지만, 암튼 

글이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으면 지울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댓글
  • MoonJane 2018/04/18 15:22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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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니문 2018/04/18 15:23

    삼풍백화점 사건생각하면 끔직하네요. 그만큼 세월호도 끔찍합니다.
    국민의 안전이 국가의 성장 밑거름이 되도록 나라를 바꿔줬으면 좋겠습니다.

    (MmE3P1)

  • goDINOS 2018/04/18 15:25

    역으로생각하면 맞더군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더정치적으로 이용하는

    (MmE3P1)

  • 루시퍼이펙 2018/04/18 15:25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 묻고싶다.
    또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순간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면 왜 안 되는건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차라리 침묵하자. 아니지,자식의 목숨을 보상금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부탁인데 제발그 입 닫자.
    구구절절 동감.

    (MmE3P1)

  • 키니네 2018/04/18 15:26

    친한 형을 삼풍사고로 잃었습니다. 그 형의
    동생은 제 삼십년지기 친구이기도 하지요.
    아직도 그날의 끔찍한 기억에서 못 헤어나는
    친구녀석을 위해 세월호때는 일부러 만남도
    잘 가지지 않았는데.. 작년즈음 그 녀석이
    저 본문과 같은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국가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로서의 예우는 받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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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니네 2018/04/18 15:26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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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mas312 2018/04/18 15:33

    정치적으로 불리할거 같으니 은폐해놓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니 뇌가 없는건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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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actory 2018/04/18 15:36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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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는매너 2018/04/18 15:44

    추천 누르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구구절절이 명문 맞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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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rhanryang 2018/04/18 16:43

    추천드립니다

    (MmE3P1)

  • 猪鹿蝶 2018/04/19 00:51

    추천합니다

    (MmE3P1)

  • sergelang 2018/04/19 01:10

    야밤에 눈물나네...딴지 회원님 힘들었을텐데 이런 글 써주셔서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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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잼 2018/04/19 04:19

    애써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하네요.. 와닿는 글입니다.

    (MmE3P1)

  • 지부랄타 2018/04/19 09:25

    ㅜ_ㅠ

    (MmE3P1)

  • Recocom 2018/04/19 14:48

    좋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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