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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용병의 사적인 일기] - 죽기 전 먹고싶은 음식

안녕 여러분

비가 와서 감성적인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이전에 썼던 글을 보시고 보면 더 재밌습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전인 2011년

막장노답인생이었던 저도 대학을 가게 됩니다.

원래는 고등학교때 집이 어려워져서

고1때부터 이런 저런 알바를 하다가

굳이 대학의 필요성을 못느꼈지지만

아버지가 그래도 대학은 가야한다며 가게되었지요.

2년제 지방사립대

등록금만 400만원

교재랑 이것저것하니 총 500만원 깨지더군요.

누군가에게 등록금 500만원은 그냥 돈일지 몰라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에겐 나 대학 갈 생각 없다 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맘이 바뀔까봐

500만원 한뭉치를 옷장속에 숨겨놓으셨다고 하더라구요.

빚쟁이들이 못가져가게.

그 돈으로 대학에 가게 되었으니

고등학교때처럼 설렁설렁 다닐 수 없다.

생각한것도 잠시

통학이 너무 힘듭니다.

제가 파주사는데 오산까지 통학했습니다.

새벽 4시40분에 일어나서 씻고 5시 20분 버스를 타고

전철역가서 서울역가는 경의선타고

서울역으로가서 서울역에서 기차타고

오산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타고

왕복 6시간의 통학은

한달만에 사람을 미친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통장을 털어서 무보증금 월세 40 원룸을 얻었습니다.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성적이 썩 괜찮아서

이대로 공부에 전념하면 장학금도 탈 수 있을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알바에 시간을 쓰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어머니가 생활비로 보내주시는 1주일 5만원

아껴서 쓴다고 했는데 과제하느라 돈 써서

돈 들어온지 4일째인 목요일

제 수중에 딱 천원짜리 한장 남아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보니

당근 반개, 계란 한개, 쌀 한컵

그걸로 묽은 죽 끓이듯 해먹으니까

양은 많은데 더럽게 맛이 없네요.

과제가 많아 집에 올라가기도 그렇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돈좀 더 보내달라고 하는것도 미안하고

친구한테 빌리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진짜 거지가 된겁니다.

21세기에 밥 굶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었는데

그게 저더라구요.

그래도 다행인건 금요일 제빵수업이 끝나면

빵을 가져갈 수 있으니

그걸로 주말을 버티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빵이 잘 나와서 지역단체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기부한다는데

죄송한데 제가 배가고파서..소보로 몇개만 뺍시다

이럴 순 없잖아요.

목요일 저녁으로 계란당근죽 먹고

금,토 굶으니까 배가 많이 고프더라구요.

그래도 버틸만 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날 학교에 책 가지러 갔다가 오는 길에

2층 현관앞에 누군가가 먹다 내놓은 중국음식 그릇이 있더라구요.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먹었구나...싶었는데

탕수육이 되게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와...부자다...부럽다...

..그냥 지나쳤어야했는데

그 앞에 쭈그려앉아서

깨끗한거같은데...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이사람은 뭔데 음식을 이렇게 남겼나...

아..그냥 지나갔어야 했는데

멍청하게 짜장면 그릇을 살짝 들쳐봤습니다.

탕수육 옆에 담배꽁초가 있더라구요.

그대로 내려놓고

집으로 올라와서

미친사람마냥 책 집어던지면서 울며 소리질렀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지켜오던 마지막 자존심이

산산히 부숴져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이틀 굶었다고 남이 버린 음식을 들추다니

내가 무슨 떠돌이 개.새끼도 아니고

사지멀쩡해서 뭐하는 짓인가

차라리 그냥 뒤져버리지그랬냐

모든게 미웠고

그렇게 계속 울다가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바로 알바자리를 구했습니다. 

사람이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면 이렇게 비참할수있구나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그런 비참한 경험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물류센터, 마트창고정리 등

딱 한달동안 일하고 공부할거 하고

다른 일에 절대 시간을 쏟지 않겠다 생각하며

오유도, 미드도, 만화도 끊고 한달을 사니까

적지만 성적우수 장학금도 타고

통장에도 돈이 쪼끔 모이더라구요.

학기 끝나고 자취하는 친구들이랑 셋이 모여서

탕수육 대짜 3개 시켜 먹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그냥 자퇴했어요.

앞으로 들어갈 천만원 넘는 등록금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하면서 지금껏 일하고있죠.

죽기전 먹고싶은 음식

저는 탕수육이라고 말합니다.

내 인생의 가장 비참함을 맛보여주고

나의 한계를 보여줬으며

저의 현실을 보여주었죠.

만약 그 일이 없었더라면

제가 나중에 절망적인 경험을 했을때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요.

그때의 저는

땡전한푼 가진거 없는데 자존심만 남은 애새끼였지만

그리고 그 일 이후 다른 절망적인 일도 많았지만

시.팔 그래도 남이 먹던 음식 뒤지지는 않잖아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가끔 밑바닥 찍어보는것도 나쁘지않아요.

밑바닥 찍어봐야 다시 차고 오를 수 있거든요.

밑바닥은 찍을 수 있지만

소스는 부어먹자 망할 찍먹파들아

이상입니다.
댓글
  • 지라르붕자크 2016/12/21 20:06

    부먹파라니 ㅂㄷㅂㄷ
    어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달아도 실례일 거 같고..
    그러나 인상깊게 읽고 갑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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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돌돌. 2016/12/21 20:14

    뭔가 짠하다가 재밌다가 공감도 되고 저의 힘들었던 시절도 기억 났다가 '아 나는 죽기전에 뭐가 가장 먹고 싶을까' 생각하게 되는군요.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이 있죠. 저도 못먹고 지낸 시절이 있어서 많이 공감 됩니다. 갑자기 생각을 하려니 죽기전 먹고싶은 음식이 뭘까 당장 생각은 안나지만 탕수육은 찍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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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변태 2016/12/21 20:49

    ㅡㅡ
    부먹이라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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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사랑 2016/12/21 20:58

    예!! 부먹파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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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용★ 2016/12/21 20:58

    나라가 어지럽다고 찍먹파가 기승을 부리다니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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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니랑민아링 2016/12/21 21:00

    부먹진리
    부먹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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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몽상 2016/12/21 21:05

    후배님 이시긴 개뿔 나도 자퇴해서 남남이네요!
    제빵 수업 때 남는 빵 너무 많아서 길 가다가
    길 가는 사람 하나씩 나눠줬던 기억이 나네요
    별 미1친 놈 보듯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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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rley 2016/12/21 21:06

    저는 한솥 김치찌개요
    수능 망하고 논술 학원 다니면서 수능 망했다고 용돈도 못받고 100원짜리 긁어긁어 겨우 만든 돈으로 김치찌개 먹었었어요
    정말 맛 없었지만 정말 잊지못할 맛이었어요
    눈물 젖은 밥을 그때 처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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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학교전산과 2016/12/21 21:10

    토닥토닥...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겁니다.
    힘내세요!
    비록 부먹은 아니지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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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_악마. 2016/12/21 21:16

    죽기전에요…?
    아우. 그냥 죽지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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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장님딸내미 2016/12/21 21:30

    부먹이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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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IN 2016/12/21 21:36

    저는 두가지 인데, 하나는 고등학교때 쌀도, 김치도 없고 단칸방에 공동화장실을 쓰던 그곳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신라면 수프 국물로 끓인 수제비랑, 유학초기 한국에 손벌릴수도 없고 알바도 구하지 못했던 때, 돈이 없어 대한항공에서 나눠주는 볶음고추장만 넣어 비빈 밥이에요. 서글퍼서 다신 먹고싶지 않지만 삶의 슬럼프가 찾아올땐 문득 그 음식들이 생각나요. 다시는 이 음식을 먹지않는 삶을 살아보리라 울면서 먹었던...
    갑자기... 요즘의 제 삶을 반성하게되네요.
    그리고 탕수육은 부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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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즈 2016/12/21 21:38

    엄마가 어릴때 해줬던 음식들요. 솔직히 요리 취미도 없으시고 귀찮아 하시는데 ㅋㅋㅋ 주말에 해주시던 특식들 ㅋㅋㅋ
    오므라이스
    감자 버터 구이
    야채 하나도 안들어간 스팸 넣은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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