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의 승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전쟁에 우연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고 미드웨이 해전도 우연스러운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저 만화에서 일본군이 워게임 결과를 번복한 것이 "저 정도 억까는 다이스 갓의 농간이다" 하거나,

미군이 이긴 게 "길가다 넘어지더니 바로 뒤통수 쪽에 칼 있어서 찍혀서 죽는 급"이라는 말을 들어서 끄적여봄.

1. 하필 항모 부대 근처에서 미국 잠수함이 나왔다?

미군은 이미 일본군의 암호 통신을 해독해 일본이 6월 4일경 미드웨이를 공격할 것임을 알고 있음.

그래서 전날인 3일부터 미드웨이 섬 주변 일본 함대 예상 진로에 정찰기를 쫙 깔고 있었고

항공모함 3척(엔터프라이즈, 요크타운, 호넷)와 다른 군함 및 잠수함을 미드웨이 주변에 매복시킴.

총 12척의 잠수함이 매복 및 정찰하다가 그 중 하나인 USS 노틸러스에 발견 된 것임

2. 하필 그걸 잡으러간 일본 구축함이 잠수함 추적을 포기했다?

 

일본 구축함은 노틸러스를 폭뢰로 겁나 공격함.

하지만 일본의 대잠 능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당시 일본 항공모함이 미국의 공습을 받기 직전이라 전력이 분산 됐음.

노틸러스도 잡진 못했지만 쫒아내고 일본 구축함 아라시는 본 함대에 돌아간 것임.

 3. 하필 본대로 복귀하던 도중 길 잃은 급강하 폭격기 편대에게 들켰다?

 

미리 일본 함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안 미국이었으나 일본 함대는 안전을 위해 중간중간 항로를 바꾸었고,

미군이 띄운 정찰 및 공격기들은 작전에 실패하고 돌아오기도 했음.

항공모함에서 출발한 공격기들도 비슷해서, 호넷 소속 VB-8 급강하 폭격기 편대도 적의 예상 진로에 갔으나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옴.

그러던 중 맥클러스키 소령이 지휘하는 VB-6, VS-6 급강하 폭격기 편대가 기름이 떨어져감에도 원래 일본 함대 예상지보다 더 수색을 하다가 발견하고 공격한 것.

 

이 '좀 더 가보자'하다가 적을 발견한 것이 그나마 우연이라면 우연.

그나마도 이미 적의 위치를 알았으니 미드웨이 섬이나 미항모에서 2차 공격을 할 수 있었음.

 

4. 하필 구축함이 급강하 편대를 항모에다 끌고 왔을 때 항모들을 지키는 함재기가 항공에 없었다?

앞서 말한 급강하 폭격기 전에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에서 발진한 뇌격기 편대가 먼저 일본 항모들을 발견하고 공격함.

당시 뇌격기는 수면에 가깝게 날다가 어뢰를 날려야 하다보니 낮게 날았고, 그걸 잡으려고 일본 전투기들도 낮게 남.

이 뇌격기들은 대부분 격추 당했으나 그렇게 전투기들의 시선을 묶어뒀고 일본 항공모함의 대공포도 그러함.

 

덕분에 고고도에서 내리찍는 급강하 폭격기들이 방해 없이 폭격에 성공함.

 

5. 하필 항모도 지상, 해상 공격할지 갈팡지팡하다가 갑판 근처에 폭탄, 어뢰 굴러다니고 있었다?

원래 일본은 1차로 섬을 공격하고 2차로는 미함대를 공격하려고 함.

그런데 1차 공격에 성공한 공습 부대 지휘관이 함대 사령관 나구모에게 미드웨이 섬에 대한 2차 공격을 요청함.

나구모는 고민하다가 미함대를 공격하려고 준비하던 공격기들의 무장을 지상공격용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함.

그러던 중 잠복해있던 미항모 엔터프라이즈, 호넷, 요크타운이 일본 함대 공격에 나섬.

일본군이 2차 공격 준비를 하며 시간이 걸리는 동안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에서 공격기들이 출발함.

일본군은 그제야 공격기의 무장을 다시 대함선용으로 바꾸기 시작함.

그렇게 명령의 번복에 일본 항모의 갑판은 폭탄과 어뢰와 함재기용 기름이 혼재되어있었음.

현장 지휘관과 사령관의 판단 실수와 우유부단함이 낳은 결과.

6. 하필 급강하 폭격기가 죄다 일본 항모 약점만 정확히 찌르면서 개박살났다?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는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조작성이 좋고 견고하고 높은 명중률을 가지고 있어서 미드웨이 해전 이후에도 전쟁 끝날 때까지 사용함.

미군의 항공대원들은 진주만 이후 6개월 동안 훈련과 실전으로 능력을 갈고 닦음(더 미리 준비한 일본군 만큼은 못했겠지만)

그 외의 주요 원인으로 일본 항모 자체의 문제가 있는데,

우선 마치 제로선처럼 항공모함의 속도와 함재기 탑재량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장갑이 상대적으로 얇았음.

그리고 미국 항모는 격납고가 격벽으로 나뉜 밀폐형 구조여서 화재 확산 방지에 유리했으나,

일본 항모는 격벽 없는 개방형 격납고라 폭탄에 의한 피해가 격납고 전체로 퍼짐.

방화,·소화 시스템과 데미지 컨트롤이 미비했던 건 덤.

 

3줄 결론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이 승리한 것이 우연의 우연이라 하는 건 겉만 아는 것이고 요소요소 들여다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

일본군은 현실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전투 상황이었음에도 적과 자신의 능력도 잘 모르고 그걸 기반으로 두루뭉실하게 작전을 짰고,

저 만화는 그것을 꼬집어 당시 일본 해군의 무능을 말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