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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부두교가 탄생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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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에게 '부두'하면 생각나는 것은 이런 게임 속 이미지일 것.


그 외에도 아이티란 국가나 부두는 잘 몰라도

이 종교에서 유래된 '좀비'라는 단어는 전 세계인이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미지들은 부두교와 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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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사제들.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화려한 무복(巫服)을 입지 않는다.

정갈한 흰색 옷을 입는 게 보통.


그리고 좀비를 소환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좀비는 워킹데드나 언데드도 아님.

심지어 '부두교'도 틀린 단어다.

일반적으로 부두 신앙, 하면 아이티 종교를 말하는데,
아이티 크레올어로 보두(Vodou)가 맞고, 또 그렇게 불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심지어 부두/보두에 신앙이라는 뜻이 있어서 부두교도 틀린 말이다. 가톨릭교가 아니라 가톨릭인 것처럼)


그럼 대체 보두란 뭘까.

이걸 알아보기 위해선 아이티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선 세 줄 요약)

1. 아프리카+유럽 문화의 혼합

2. 유럽 노예주들이 또 '유럽'함

3. 좀비 소환 안 함(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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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대서양 만악의 근원 크리스토퍼 콜롬버스)


"대서양(카리브해)에서 새 섬을 발견했다!

이 섬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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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 섬에서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들)

"이 섬의 이름은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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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섬(La Isla Española)이다! 왜냐하면 스페인의 섬이니까!"


…그리고 콜롬버스와 스페인 정복자들이 약탈은 물론,

유럽산 병균도 잔뜩 뿌려주신 덕에 아이티 원주민들은 몰살 직전까지 간다.


아프리카/대서양 식민지 중 최악의 인구 감소로서

한 세기 동안 인구수가 최대 9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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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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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프랑스야!

방금 사략선과 해적들을 사용해 백도어 전략으로 스페인 섬을 뺏었지.


스페인이 황금이 나오는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에 더 집중하고,

또 네덜란드랑 치고 박느라 정신 없는 덕분이지.


근데 섬 이름이 '스페인 섬'이 뭐야. 이름을 바꿔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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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원주민. 당시 인구수는 겨우 수천 명 남짓)


"그러니까 이 섬 이름은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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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식민지 이름은 생도맹그야!

우리 프랑스가 사랑하는 성인, 성 도미니코의 이름이지!"


(얼마나 사랑했는지 도미니카 공화국을 포함, 산토 도밍고/도미니카/도미닉 어쩌고가 수십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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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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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미니코. 생전 청빈, 신실, 평화를 강조했다)


(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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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니까 이제 금, 은은 시대가 지났어.

새 시대(18세기)의 떡상 코인은 설탕과 커피지!


이곳을 설탕, 커피 농장으로 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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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라니까, 씨1발……)

"그런데 노동력은 있음? 여기 산이 대부분이라 뭐 세우고, 짓기 빡센데.

스페인도 군사 요새만 겨우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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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대항해시대도 아니고 무슨 그런 걱정을."


"이 시대에서 인구는 복사 치트가 된다고.

니들 노예로 쓰면 되잖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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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말 그대로 노예를 갈아 넣었다.
1780년대 후반 생도맹그는 전체 대서양 노예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대략 흑인 노예수가 총 500,000명 정도였는데, 백인 인구는 32,000명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예 인구수가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다른 식민지에서 끌려온 1세대 노예였다는 것이다.


사망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2세대가 태어나기 전에 모두 죽어 나갔고,

이 가파른 인구의 성장은 오로지 노예 사냥과 노예 무역으로만 충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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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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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노예도 복사가 되는 걸 보니 뿌듯하구만.

그런데, 나날이 흑인 놈들이 말을 들어 먹지 않는단 말이지?'


"흑인-백인 혼혈들이 자꾸 깝치는 것도 꼴받고.

슬슬 '프랑스' 한 번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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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랑스가 아이티에서 한 만행들:


-노예주가 흑인 노예를 고문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돈을 받고 대신 노예를 고문해주는 전문 처형인이 있었다.
화형은 60파운드, 교수형은 30파운드, 귀 자르기는 5파운드 정도를 받았다.

-노예의 항문에 화약을 채워 넣어서 불을 붙이기도 했다.

왜 이러냐고? 재밌잖아(라고 프랑스는 생각했다.)


-상반신의 가죽을 벗긴 후 어깨에 견장을 못질하는 '군복 셔츠'란 고문이 유행했다.

이는 늘어나는 저항운동가들의 '군대'를 비꼬는 의미였다.


-말 그대로 절구로 찧어서 죽였다.


-가죽을 벗긴 후, 죽을 때까지 생살과 근육을 개미, 모기 떼가 물게 했다.


-어린 자식과 부모를 못 박은 통에 같이 넣고 언덕에서 굴렸다.


-도망 노예와 저항운동가들은 개 떼에게 물려 죽게 했다.

수렵견이나 애완용이 아니라, 오로지 처형용으로 들여온 개가 1만 5천 마리다.

(아이티의 사회문제인 들개들이 이 후손이다)


-채찍, 십자형, 화형, 끓는 타르에 던지기, 강1간과 성노예,

기타 등등 세세한 고문과 처형을 다 적으면 몇 페이지로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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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 개새1끼들아. 더는 못 참겠다."


…그리고 프랑스에게 저항해 일어선 노예들이 있었다.


이 왼팔이 없는 남자의 이름은 프랑수아 마캉달.

최초의 아이티 저항 운동을 시작한 전직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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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캉달이 그려진 아이티 20구드르 주화. 1967~1986년까지 생산)

정확한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쓸 수 있던 걸 볼 때,

노예사냥을 당하기 전, 고향에선 상당히 높은 신분이었던 걸로 추정.


어느 날 갑자기 납치 당해 노예의 신분으로 떨어진 그는 탈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사슬에 묶인 농장노예로서는 탈출이 여의치 않았다.


어느날 그는 사고로 위장해 왼팔을 탈곡기에 집어 넣었다.

팔을 잃고 밭일을 못하게 된 그를 농장주는 가축 담당으로 옮겼다.


그리고 1751년 어느날 밤,

가축떼를 몰고 나간 마캉달은 그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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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흑인들이여, 모두 모여라!

모든 노예를 해방하자! 백인들에게 복수하자!"


마캉달은 다른 노예들을 탈출시키고 규합해 산속에 비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당시 카리브해와 아메리카 식민지에는 이런 흑인 조직들이 여럿 생겨났는데,

이들을 '마룬(Maroon)'이라고 부른다.

크레올 프랑스어로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cimarrón)'란 의미다.


이들이 현대 카리브해와 남아메리카 흑인들의 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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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임무는 두 가지다.

백인 농장주들을 잔인하게 죽여, 노예들을 탈출시키는 것.

그리고 선조들의 지식과 문화를 아이들에게 전승하는 것."



그는 주술사 출신의 노인들에게 약초에 대해 배워 노예주들의 음식과 우물에 독을 탔다.

그리고 밤이 되면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공격하여 노예들을 해방시켰다.


또한 주술사와 사제였던 노인들은 다른 젊은이들에게 아프리카의 신화와 문화에 대해 가르쳤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여러 지역 문화, 심지어 프랑스의 가톨릭 문화까지 섞였다.


약초학과 제사, 아프리카 신화와 가톨릭 성인 전설이 마룬 내에서 뒤섞였고,

이것이 바로 보두의 시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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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1발.

마룬이 공격할 때 분명 노예들이 내부에서 협력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도 노예들 쫓아내기엔 너무 벌려놨고."


(당시 생도밍그의 농장과 저택은 너무 크고, 백인들은 수가 너무 적어서

흑인 노예가 없으면 절대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마룬 소속원을 고문해 본거지를 알아냈고, 결국 마캉달은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후 화형을 당했다.


그러나 이미 마캉달이 6년 동안 6,000명 이상의 백인 노예주를 죽인 후였다.


노예들 사이에선 마캉달이 새나 곤충으로 변해서 탈출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프랑스인들도 이 소문을 믿어 마캉달이 돌아오리란 공포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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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흑인-백인 혼혈 계층의 분노,

마룬들의 본격적인 저항운동 조직화,

프랑스 혁명과 프랑스 내 자코뱅의 식민지 해방 요구 등이 맞물려

아이티에서 저항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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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부크만과 세실 파티만. 이 둘은 보두의 사제이자, 동시에 아이티 독립군의 지도자였다.)


그리고 보두는 아이티 독립 전쟁에서 지도자이자 병사,

아이티 사람들의 문화적 연결고리가 되었다.


아이티는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미국에 이어 서반구에서 두 번째로 독립된 국가가 되었다.

현대까지도 아이티의 보두 문화는 생생히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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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프랑스군도 물리치고 독립도 했으니 이제 해피엔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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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식민지근대화론 알지?
우리가 근대화 시켜줬으니 돈 내놔.

1억 5천만 프랑."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 금액이 식민지 상실로 인한 손실액의 1/12에 불과하다 주장했지만, 사실 개뻥.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 금액은 당시 프랑스 연간 예산의 5배나 되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이 높은 금액과 막장 계약은 빚이 빚을 만드는 악몽적인 구조였고,

2012년까지 아이티의 GDP 대부분을 빨아 먹었다.


2022년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 빚은 약 210억~1,150억 달러(아이티 전체 경제의 약 1~8배)의 성장 감소를 만들었다.


참고로 21세기까지 프랑스는 근대화 빚 갚으라는 발언을 종종 해서,

아이티의 속을 뒤집어 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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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우리 은행에 빚 왜 이렇게 많음? 빚 갚기 전까지 우리가 점령함."

(그 빚, 프랑스가 다 빨아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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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이트 좀비 White Zombie(1932)》란 영화를 찍었는데.


흑인-백인 혼혈 보두 사제 악당이 등장하고,

보두를 사악한 의식처럼 묘사하고,

흑인들은 무식한 야만인으로 나오고,

좀비를 무덤에서 나오는 시체라고 왜곡하겠지만 상관 없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 아이티 보두 문화와 좀비 스테레오타입은 오래 지속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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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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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좀비가 시체가 아니면 대체 뭔가요?


A. 보코르(Bokor)가 주문으로 죽인 후 되살려 낸 사람.

보코르란 보두의 사제 계급 중 하나로 선과 악 양쪽을 행할 수 있단 점이
운강(Houngang: 남자 사제)이나 맘보(Mambo: 여사제)와 다르다

보코르가 티본앙주(Ti bon ange:영혼/정신)를 빼냈으니 자유의지나 사고력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는 있으니까 정기적으로 마법을 걸지 않거나, 주술사가 죽으면
다시 티본앙주가 몸으로 되돌아가 자유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빼낸 티본앙주도, 살아있는 육신도 모두 좀비라 부른다.

둘 다 보코르의 노예다.

(그림에서 줄에 묶인 게 육체의 좀비, 손에 든 병이 티본앙주의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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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문명 박물관에 전시된 웅간과 맘보의 제단과 의식 도구들)


보코르는 보두에서 흔히 '양손으로 모시는 사제'라고 불리는데,
왼손과 오른손, 즉 선과 악 양쪽을 행한단 의미다.


일반적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웅간과 맘보와 달리
보코르는 이름대로 보두와 아이티 사회에서도 아웃사이더에 속한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보두의 핵심이 결코 아니며,

보두 문화도 결국 우리나라 민속에서도 볼 수 있는 조상숭배와 애니미즘 신앙이다.


(한국 무속문화에 살이나 염매같은 저주문화가 있지만,

어다까지나 예외적이고 비주류 문화였단 점에서 비슷함)


또한 보코르의 주술에 걸리는 사람들은 주변에게 배척 당하거나 원한을 받는 사람,

즉, 악인이다.


그러니까 악인은 천벌을 받게 된다는 인류 공통 신앙의 보두 버전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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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두에 인형에 바늘 꽂는 그런 거 없다.

이것도 영화가 만들어낸 '가짜 부두교 문화'.


부두에서 누군가 보호하거나, 해를 끼칠 때 쓰는 주문들은
주로 분말이나 아니면 말로 되어 있다.

분말로 된 건 가루 주문(Coup Padre), 말로 된 건 공기 주문(Coup l'aire)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형 주술은 오히려 유럽이 기원으로

(주로 밀랍으로 만든다. Invultuation이라고 함),

비슷한 것으론 일본의 축시 참배가 있다.

댓글
  • 장사니 2025/05/31 23:26

    결론 : 식근론 주장하는 놈들 있으면 좀비로 되살려도 된다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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