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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역의 유시민과 심재철

희대의 독재자 박정희가 암살당했던 10.26 사태가 발발했던 때.

자칭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의 손에 의해 긴긴 독재는 막을 내리고

그 삭막하던 대한민국에도 그 삭막하던 서울에도 '어쩌면..' 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슬슬 피어오르던 시기..

 

대학가의 열정적인 민주화 열망..

그 중심에는 매파라고 불리던 대의원회 회장 유시민이 있었고,

비둘기파라고 불리던 서울대 총학생회장 심재철이 있었다.

 

자유에 대한 열망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를 중심으로

서울 부근의 대학생들은 피끓는 열기로 민주화를 목놓아 울부짖었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란 인간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이에 대응한다.

허나 이같은 특단의 조치에도 그들의 열망은 사그러들 줄 몰랐고, 그 여세의 절정은 1980515일로 이어진다.

 

 

1980515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서울역 광장에 운집한 대학생들의 수는 무려 10만 명이었습니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오직 하나, 자유였다.

'전두환 사퇴' '비상계엄령 해제'를 외치던 그 커다란 에너지는 주위의 시민들조차 감동시키며 흡수시키기에 이르렀고 4.19 혁명 이후 광복 이래 최대 변혁이 올 지도 모른다는 가슴 벅찬 희열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피어났다.

 

어떤 나라라도 국가 발전의 필수요소는 혁명을 수반한다고 했다.

혁명이 바로 앞에 다가온 듯 했다.

그것도 그 어떤 정치적 배후 없이 오로지 대학생들의 힘에 의해,

그 젊은이들의 열정에 동화된 시민들의 힘에 의해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짚어볼 때도 1980515일은 절정의 순간 이었고

결단의 순간 이었으며 역사의 순간 이었다.

돌이켜보건데 그 날은 대한민국이 독재와 민주화의 경계선에 한 발 씩 담근 상태로

어느 한쪽 발만 디디면 정세는 완전히 기울어지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순간, 당시 대학생 지도부였던 매파 유시민과 비둘기파 심재철의 주장은 둘로 나뇐다.

 

심재철 : "솔직히 처음 예상보다 너무나 많은 수의 인원이 군집했다.

이 많은 인원 수를 통제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대로 계속 청와대까지 진군하다간 사분오열되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지 모른다. 일단 각 학교로 해산 뒤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다시 진군하자"

 

....

 

 

유시민 : "지금 이 상태에서 해산을 명하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모든게 끝난다. 이 많은 인원이 현재 여기서 복귀한다면 신군부는 어떤 보복행위를 할 지 모른다.

결단코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걸 끝내야 한다."

 

허나, '학생회장' 유시민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아니 절대적으로 총학생회 회장 심재철의 발언권보다 파워가 약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많은 인원을 통제하기엔 결국 어느 한 쪽으로 지도부 세력을 모을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총학생회 회장 쪽으로 주도 분위기는 흘러갔다.

 

유시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

심재철은 서울역 광장에 운집한 수십만의 대학생들에게 각 학교로 복귀하길 명한다.

 

이것이 한국 근현대사 역사상 가장 통탄할 순간으로 기억되는 서울역 회군.

예상대로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결국 그 많은 인파는 해산되고

뜻이 통하는 몇몇 무리들은 각 학교로 복귀 후에도 철야농성을 하며 시위를 계속했으나

서울역 광장의 그 어마어마했던 물결에 비해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 였다.

 

신군부... 이 때를 놓칠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던 먹물 먹은 대학생들 처리에 골치아팠는데

만날 한데 모여 있어서 통제도 불가능하고 정말 어쩔 수 없이 계엄령만 확대하고 있던 찰나에

알아서 지발로 해산해 주시니 가장 신바람 난 건 전두환 일당이었다.

 

1980517

자정을 기해 계엄령은 더욱더 확대되고 전국 대학교에 휴교령을 내린다.

각 학교를 급습해 눈에 보이는 대학생이란 대학생은 모두 군홧발로 짓밟아 연행.

지도부가 모여있던 이화여대 회의장을 급습해 학생 대표들을 연행.

 

그리고........ 1980518일 광주는 고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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