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는
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앤을 바라보는
신시아 챔버의 시선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절대로 안 돼. 절대로.”
신시아 챔버가
앤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신시아 챔버를
앤은 가벼운 미소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허락할 수 없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목소리에 담겨 있는 단호함이
고통스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신시아 챔버는 고통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웠다.
규가 홍콩에서 실종되었다.
그렇게 실종된 규가
얀 베르그만이라는 사람에 의해
유럽으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규가 아직 유럽에 있는지,
유럽에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규를 찾기 위해,
다시 데려오기 위해,
앤이 유럽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CIA의 독립 요원이 되어서.
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신시아 챔버는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신시아 챔버야말로
당장 유럽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직과 힘을 이용해
유럽 전역을 샅샅이 뒤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밀러 국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은커녕,
신시아 챔버와 트레이시에게
시애틀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말고,
누구의 연락도 받지 말고,
그저 죽은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었다.
트레이시는 그나마 나았다.
얀 베르그만의 위치를 찾는 작전에서
트레이시는 역할이 있었다.
뭐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시아 챔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티칸과 밀러 국장,
그리고
그 소년,
사토가와 잇토키가 무언가를 할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안 돼. 절대로.”
신시아 챔버가 다시 말했다.
말없이
신시아 챔버를 바라보고만 있던 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신시아 챔버 옆자리로 옮겨 와 앉으며,
챔버의 손을
두 손으로 살포시 포갠 후 나직하게 말했다.
“만약 나라면.”
앤이 말했다.
“만약
납치된 사람이 나였다면,
규는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을까요?”
신시아 챔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정면을,
조금 전까지
앤이 앉아 있던 자리를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앤이 다시 말했다.
“엄마는 규에게도 지금처럼 말했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도 알잖아요.
규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신시아 챔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앤이
두 손으로 덮고 있는
신시아 챔버의 손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도 알잖아요.”
“…….”
“그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어요.”
신시아 챔버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앤을 바라보았다.
그런 신시아 챔버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앤이 다시 말했다.
“내가 규 곁을 지키면,
그 누구도 규를 해칠 수 없어요.”
“지금은 안 돼.
적어도 규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그 소년이 찾아 줄 거예요.”
앤의 말에
신시아의 말이 멈추었다.
“그가 마리아를 찾아 주었던 것처럼,
다시 규를 찾아 줄 거예요.”
신시아는
말없이
앤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딸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데려올게요.
챔버가의 장녀를.
다시.
이 집으로 데려올게요.”
마지막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