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모음)
선생님, 야생 동물은 대체로 경계심이 강합니다. 그리고 여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요.
이렇게나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도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감이 줄지 않았구나. 선생님은 실망했다.
그렇...
아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주제가 아닙니다!
그런 경계심 많은 야생 동물이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는...
다른 미지의 존재를 처음 마주했을 때 입니다.
그리고 그 미지의 존재를 관찰한 결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입니다.
한 예를 들자면, 인간을 여태 본 적 없는 여우 눈 앞에 인간이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인간은 여우에게 아무런 적대적 의사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심지어 쓰다듬기까지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여우가 인간을 적대할 이유가 존재할까요?
없겠지?
그런 여우는 나중에 인간이 휘파람 같은 특정한 신호를 보내면 모습을 드려내고 눈 앞에 나타나주기까지 합니다.
물론 자기에게 친절을 배풀었던 인간이 보낸 신호에만 반응하겠지요. 하지만 여우 정도 청력이면 그걸 구분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 나도 특별한 신호를 보내면 반응이 오겠구나?
예를 들어서 '자기야~'라던가...
......
농담이야.
좋은데요?
잘 못들은 것 같으니 한번 더 불러보시겠습니까?
자기...야...?
억양이 다르잖습니까? 다시!
자기야~
한번 더.
제발 살려주게, 시치도 양.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