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쓰레기 분리수거 관련 기준이 지랄난 이유

일반적인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절차는 위와 같고,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거의 20여년간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었음.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분리수거 기준이 말도안되게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자

1.  내구연한을 초과하는 소각장 계속 사용

 수도권의 소각장은 대개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됐을 때쯤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지어졌음.

문제는 이후 새 소각장을 짓지 못하다보니 20~30년 된 낡은 소각장을 굴리는 곳이 많아진 것임.

 소각장에 넣는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섞여 있을 경우 염분 때문에 소각장이 부식되며,

수분 때문에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아 유독성 물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연기에 섞여 나오게 된다.

플라스틱이 섞여 있을 경우 온도가 너무 올라가 예민한 소각로에 타격을 준다.

 매일매일 쓰레기를 태워야 하는데 툭하면 고장이 나니 새 소각장을 짓던가 기존 소각장을 잘 모시던가 해야 하는데

님비로 새 소각장을 지을 수 없으니 소각장이 먹을 쓰레기에 이상한걸 섞는건 아닌지 매의 눈으로 감시하기 시작함

2.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거부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 종량제는 위탁업체가 돈이 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같이 가져가는 조건으로 싸게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음.

그런데 재활용 쓰레기 중에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여러 플라스틱 종류가 섞이면 재활용 원료의 품질이 낮아짐.

90년대면 몰라도 우리 나라의 공업 수준이 많이 올라온 지금은 이런 저품질 재활용 원료를 잘 쓰지 않음.

그래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저품질 원료도 받아주는 중국이나 3세계에 팔아 왔는데, 

중국에서 왜 우리나라에서 타국 쓰레기를 받아줘야 하냐? 라는 논란이 일면서 2018년에 수입금지조치를 때려버림

플라스틱 분리수거 기준이 지랄난건 이때쯤부터임.

아무거나 섞여도 받아 주던 중국 시장이 막혔으니 최대한 원료별로 분류해서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만들려는 몸부림이다.

3. 잔반사료 금지

 사료화 시설이라고 하면 대단하게 들리는데 실상은 끓여서 꿀꿀이죽으로 만들어 닭과 돼지농장에 뿌리는 거임.

가축들은 이렇게 처리된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처리해 주는 생체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볼 수 있음.

 문제는 옛날에는 이렇게 생산된 가축을 급식이나 군대에 싸게 공급해 이윤을 남길 수 있었으나

요즘은 음식물에 대한 기준이 깐깐해져 점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9년쯤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잔반사료가 완전히 금지되어 버림.

그 결과 다 만든 사료를 태우거나 묻는 등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려니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됨.

4. 수도권 매립지 매립종료 임박 

 사실 수도권 매립지만 살아 있었어도 1, 2, 3은 문제가 안됐음.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가 있다고? 걍 허허벌판에 몽땅 묻어버리면 그만이지.

 그런데 수도권에 인구가 점점 몰려들면서 허허벌판이었던 수도권 매립지 주변에도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더니

인천시에서 왜 수도권의 쓰레기를 우리가 다 받아주고 있냐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인천시가 불평할만한게 원래 수도권매립지는 2016년까지만 쓰기로 했고 그에 맞춰 주변을 다 개발해 놓았음.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가 매립지 사용 연한을 야금야금 늘리더니만 공간이 되는 대로 계속 쓰겠다고 하는거다.

 수도권 매립지를 안 쓰려면 다른 매립지가 필요한데 

땅이 많은 수도권 지자체는 자체 매립장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곳도 많고 주민 반대도 큼.

그렇다고 민간업체에게 처리를 맡겼다간 이놈들이 안전하게 매립하는게 아니라 시골에 그대로 버리고 튀기도 해서 쉽지 않음.

인천시와 수도권은 아직도 갈등 중이고 이 문제는 2025년인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음.

 이렇게 여러 문제가 2010년대 후반에 한번에 터져나온게 수도권 쓰레기 문제 실태임.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때가 됐는데 정치권도 일반 시민들도 별 관심이 없다보니

그냥 요새 분리수거가 어려워져서 불편하다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아는대로 정리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