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암호의 중요성은 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적이 해독하지 못하는 암호 체계를 사용한다면 적이 도청을 할지라도 정보가 세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반대로 적한테 뚫린 암호 체계를 사용한다면 적한테 아군의 정보를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될 것이다.
군사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화자 수가 적은 언어"를 암호 체계에 이용하였다.
자국민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적이라고 알아들을 가능성은 낮으니 어지간해서는 뚫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래의 사례들은 언어를 이용한 암호 체계의 성공 예시이다.
1. 나바호 족 언어를 이용한 암호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사용)
영화 는 2차 세계대전 중 미 해병대 소속 암호병으로 활약한 나바호 족 출신 해병대원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실제로 해당 암호 체계는 오랫동안 일본군이 해독하지 못하였고 나중에서야 나바호 족의 언어를 이용한 암호 체계라는 것은 알아냈다.
일본군이 붙잡은 포로들 중에는 나바호 족 출신 병사가 있어서 그를 통해 암호를 해독하려고 했는데...
해당 암호 체계는 단순히 나바호 족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또 한 차례 암호화한 체계(*)였기 때문에 암호병이 아니었던 해당 포로는 암호를 해독하지 못하였다.
(*) 예시: "잠수함 → 쇠물고기", "대령 → 독수리" 등
2. 제주도 방언을 사용한 암호 (한국전쟁 중 대한민국 해병대가 사용)
1951년 6월 도솔산 전투 중의 일화이다.
전투 도중 북한군이 아군의 무전기를 노획하여 아군의 통신이 도청되는 상황에 놓여진다.
이 때 국군이 사용한 방법이 제주도 출신 해병대원을 암호병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제주도 방언은 육지 사람들은 알아듣기가 매우 힘든 방언이었고 그나마 영남 출신이 일부라도 알아듣는 수준이다.
이를 이북 출신이나 중공군이 알아듣기란 당연히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무전기를 빼앗기고도 적한테 정보를 탈취당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참고로, 그 당시 해병대에 제주도 출신이 많았던 것에는 슬픈 이유가 있다.
제주 4·3 사건 당시 제주도 출신들은 자신들이 소위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 때문에 해병대 초기 기수는 제주도 출신 장병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언어를 이용한 암호 체계에는 메꾸기 힘든 취약점이 있다.
해당 언어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속절없이 뚫린다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들은 그 실패 예시이다.
1. 가고시마 방언을 사용함 암호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사용)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은 여러 암호 체계를 사용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가고시마 방언을 사용한 암호였다.
가고시마는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본토 최남단에 위치해있으며, 가고시마 출신을 제외하면 일본인도 알아듣기 쉽지 않은 방언이었다.
이 가고시마를 활용한 방언은 오랫동안 미국이 해독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미군 중에는 가고시마 출신의 일본계 미국인 '데이비드 아키라 이타미'가 있었고 그를 통해 일본군의 암호를 뚫는데 성공하였다.
뚫린 암호는 더 이상 암호가 아닐 뿐이었다.
2. 그 외
전문적인 암호 체계는 아니지만 "적의 언어"를 알아들은 아군이 공을 세운 경우는 여럿 있다.
한국전쟁 중 적들이 이북 방언을 사용해 대화하는데 아군 장교 중 이북 출신이 있어 적의 대화를 듣고 적절히 대응했다는 경우도 있다.
해군 썰 중 러시아 국적 선박이 해군의 통제를 따르지 않자 경고 방송을 했는데 한국어나 영어로 말할 때는 꿈쩍도 안 하다가 장교 중 한 명이 러시아어로 쌍욕을 퍼붓자 그제서야 움직였다는 사례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우크라이나군에는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도 있고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아는 우크라이나인도 다수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통신이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다른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대화를 해석해서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모두 동슬라브어에 속하며, 유사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어휘 부문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다.
군사 부문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아마 저 범죄자들은 여기가 한국이니 중국어는 못 알아들을 것이라 판단하고 중국어로 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중에 중국 유학파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중국 유학한 사람이 알아들었다는 것을 보면 아마도 북경 방언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부 방언처럼 다른 중국인도 알아듣기 힘들고 대외 인지도가 낮은 방언을 썼다면 들키지 않았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이 일화와는 별개로, 영화 에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루리웹-76461616
2025/01/25 00:31
의외로 그래서 언어로 암호짜는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하긴하더라
생각보다 잘뚫린다고
Hoshizor@
2025/01/25 00:32
???: 니 중국말 할 줄 아니?
[121일환]真-인환
2025/01/25 00:33
ㄷㄷㄷ
343길티스파크
2025/01/25 00:41
러시아어랑 우크라이나어는 요즘에 민족주의가 강해지면서 좀더 벌어진거지 사실상 거의 같은 언어라던데 ㄷㄷ
당장 젤렌스키도 러시아어투가 더 강하고 예전에 화상회의에서 세팅할때 러시아어로 고르는거 나와서 이슈화되기도 했고,
러시아쪽도 푸틴 행정부의 40~50%가 우크라이나어쪽에 가까운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이라고 뉴스도 나오던가 했을꺼임
그래서 서로 아군 오사나 적을 못알아보고 함께 다니다가 교전하는 고프로 영상 많이 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