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서
바로 대응을 시작해야 해.’
어찌 됐든
잇토키와 카이토는
작전이라고 해도
실제적으로도
이 크루즈로 인해 도움을 받았고
빚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그대로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혼자서 결정하고 움직일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이내 고민을 마친 잇토키는
놈의 허리춤에 있는 단말기를 회수했다.
이 단말기는
‘콩코드 크루즈’ 선내의
모든 직원들과 연락할 수 있는 무전기였고,
잇토키는
이 무전기를 이용해 누군가를 부를 생각이었다.
“최고관리자 통신 채널이 몇 번이지?”
“채널? 누구를 말하는 건지······?”
하지만 잇토키는
어리둥절 하는 놈을 향해 씩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20분 정도가 흘렸을 무렵이었다.
현재 수현의 앞에는 꽤 심각한 얼굴의 한 사내가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수현이 관리자 체널을 이용해 무전으로 호출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바로 ‘콩코드 크루즈’ ‘게스트 오피스(guest office)’ 최고 책임자인
‘마론’이었다.
“그러니까······.”
마론은
현재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감히 이 배 안에
저런 망할 것들을 취급했단 말인가?
저 자식이 말이야.”
“맞아.”
잇토키의 대답에
마론은
양쪽 귀가 날아가 버린 채
완전히 얼어 있는 놈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놈 이름이 ‘왕린’이었던가?’
저 놈은
1년 전
이 크루즈 선장인 ‘스케노’가 데리고 온
중국계 직원이었다.
가끔 뺀질한 구석은 있었지만
별 사고 없이 조용한 성격의 웨이터였다.
“이거 당황스럽군.”
불과 20분 전.
마론은 2시간 뒤에 있을
‘호프 라이트 스쿨’ 졸업 축제 행사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 고등학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크루즈 탑승객 전원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대행사였는데,
향후
‘콩코드 크루즈’의 평판이 걸린 일이이기도 했었다.
때문에
모든 부서가 합심한 상태로 준비했고
아주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어 다행이라 생각된
마론이었다.
단,
저 눈앞의 어린 남자에게서
무전이 날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 당장으로 오도록 해.
단 혼자서 말이야.]
달랑 이 한 마디만을 던지고
무전을 끝낸 남자.
처음에는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저 무시하려 했지만
직원이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발생 됐다기에
여러 궁금증과 함께
이곳 ‘F층’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해
처음 마론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완전히 피떡이 되어 버린 채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던
왕린이었다.
그 다음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신체 장기들과
마약들이 들어 있는 화물이었다.
“이게 대체······.”
당연히 놀라고 부들부들 떨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년간 ‘콩코드 크루즈’의 오피스를 책임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이내
냉정함을 찾은
마론은
눈앞의 망할 자식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아는 것을 전부 털어놔.”
“그, 그게······.”
그렇게 왕린의 입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된
마론이었다.
놈은
그저 약속된 ‘해상 포인트’에
화물 하나를
자동 컨베이어를 이용해 떨어트려만 주는 일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돈이 필요했던
왕린은
결국 놈들의 마약에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콩코드 크루즈’ 안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마약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훔쳐 내기 시작한 마약을
주로 혈기 왕성한
어린 나이대의 학생들에게 팔았던 것이었다.
“어? 잠깐만!”
순간 마론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왕린의 말을 제지했다.
마론은 이곳에 오긴 전
‘호프 라이트’ 학생 5명이
마약 소지로 인해 감금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었다.
듣기로는
그 마약이 ‘코카인’이라고 들었던 것 같았는데?
“그럼 ‘호프 라이트 스쿨’ 학생들에게 마약을 판 놈이 자네였나?”
“······.”
마론의 매서운 질문에
왕린은 당황해서 우물쭈물 댔다.
그때
잇토키가
픽-웃으며 총구를 들어 올리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네! 접니다!
0.5g당 100달러로 거래했어요!!”
“젠장! 그랬군.
어쩐지.”
놈의 자백에 마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내 망연자실한 그의 얼굴에서 근심 걱정이 서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몇 번씩 승객 중에
코카인을 소지하다 걸린 적이 있었다.
그저
몇몇 승객의 일탈로 보기에는
이상하다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우리 크루즈 직원이 판매책이었다니.”
이렇게 된다면
그 동안의 명성과 신뢰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이슬람 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아부사야프’라는
필리핀 무장단체와
그의 수장이라는
‘이스닐 하빌론’.의 존재.
그들이 이 끔찍한 것들과 마약을 받으러 지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흉이
왕린의 입을 통해 밝혀져 버렸다.
바로
이 모든 일들의 시작이
스케노와
그의 일당들이 벌인 짓이었다고 자백한 것이었다.
“스케노 이 개자식!”
이미
회사 차원으로 감당하기에는
선을 넘어 버린 상황이었고,
마론은
오피스 책임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돼.”
곧바로
마론은 왕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왕린!
네놈은 심각한 법적 사항을 위반했기에
책임자 권한으로
입항 때까지 특별 감금한다.
따라오도록.”
“······.”
이어서
마론은 끙끙대는 왕린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본
잇토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쩔 셈이지?”
“?”
마론은 왕린을 부축한 채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래
저 어린 친구가 아니었으면
이런 상황조차도 모를 뻔했겠지?
또한
놀랍도록
현재 상황과
사람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느꼈다.
‘역시······. 평범한 어린 친구가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마론은
잇토키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
허나
잠시 접어 두기로 했고
기본적인 일처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놈을 감금하고 ‘스케노’에게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네.
그리고
해안 경비대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야겠지.”
“너무 어설퍼 보이는데?”
“그건······.
어쩔 수 없지 않겠나?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야.”
“그런가?”
“일단 자네에게 고맙네.
이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일단 돌아가 쉬고 있게나.”
마론은
그 말을 끝으로
놈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반면 잇토키는
그런 둘의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때였다.
- 휘익-!
“엇?!”
느닷없이
마론의 뒤를 덮치며
그의 목을 휘감아 버린 왕린.
그리고는
벨트에 숨겨 놓은
작은 나이프를 재빨리 꺼내어
마론의 목에 겨누었다.
칼끝은
정확하게
마론의 경동맥을 노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잇토키가 놈을 향해 총을 겨누었고,
왕린은 나이프로 위협하듯
마론의 목을 슬쩍 찔러 대며
잇토키에게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개새끼야!”
“왕린.
이 친구야······
이러면 상황만 더 안 좋아져.”
“닥쳐! X발!”
씨도 안 먹히는
마론의 회유는
왕린의 성질만 키울 뿐이었다.
‘젠장!
저 쪽바리 잽스 놈만 아니었어도.“
이어서
놈은 씩씩대며
불빛 없는 어두운 사각지대로
마론을 끌고 들어가 버렸다.
왕린이
이곳으로 마론을 끌고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저 잽스 놈이 사격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 어둠 속에 숨은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 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마론을 방패로 앞세운 상황.
왕린은 그제서야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잇토키를 향해 소리쳤다.
“그 총 내려놓고 이쪽으로 보내도록! 빨리!”
“······.”
하지만
왕린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잇토키가
일반적인 범주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미 잇토키는
기프티드 능력 덕분에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 해도
세세한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저 짱깨의 헛짓거리까지 말이다.
“병신.
거기 있으면 내가 못 맞힐 줄 알았지?”
“이 잽스 개새끼가 허세 부ㄹ-······.”
그런 잇토키의 모습이
더욱 화가 난 왕린이
앞을 향해 칼을 겨누며 욕을 내뱉는 그때였다.
잇토키는
망설임 없이
정확히 놈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 따닥!
콩 볶는 소리와
동시에
이마 정중앙에
빨간 구멍이 생겨나 버린
왕린은
그대로 눈을 뒤집어 까더니 ‘털석-’ 쓰러져 버렸다.
헤드 샷으로 인한 즉사였다.
“헉!!.”
마론 또한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완전히 얼어 있는 상태였다.
이어서
죽어 버린 왕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질책 어린 눈으로
잇토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마론의 표정을 읽은
잇토키는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죽일 필요가 있었냐고?”
“······그래.”
반면 잇토키는
느긋하게 말을 꺼내며
권총의 탄창을 빼내 탄약 개수를 확인해 보았다.
‘2발밖에 안 남았군.’
곧바로 장전을 마친 후
죽어 있는 놈에게 다가가
나머지 2발의 총알을 박아 주었다.
심장에 한 발.
머리에 한 발 이렇게 말이다.
확실하게 놈을 처리한 잇토키는
총을
바로 옆에 있던 카이토에게 던져 버린 뒤,
왕린의 왼팔 옷을 걷어 올렸다.
“일단 이것부터 보라고.”
“이건 뭐지?”
소매가 걷힌
왕린의 팔뚝에는
칼을 물고 있는 해골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놈은 그놈들과 한패야.
왜냐하면 이건 ‘아부사야프’ 놈들만 하는 문신이거든.”
“뭣?!”
“장담하는데
이대로 밖에 나갔다면
당신은
아마 바닷속에 수장 되었을걸?”
“그걸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경험상 ‘아부사야프’ 놈들은
처맞고 뒈지기 전에는
절대 포기 같은 건 안 하거든.”
사실 잇토키는
마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관심을 끊으려 했었다.
지금 자신은 임무를 위해 이 배에 온 것이었고
마론은
이곳의 총책임자였고
자신은 이미 할 만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론이 왕린을 부축하려는 그때.
잇토키는
놈의 왼팔에 슬쩍 드러난 문신을 포착하게 되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놈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 판단했고
예상대로
이런 상황이 발생된 것이었다.
잇토키는
경악해하는 마론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말이야.
난 짱깨 놈들은 잘 안 믿거든.”
“······.”
“자. 다시 질문.
이제 어쩔 거지?”
마론은
그런 잇토키의 익숙한 행동을
숨죽인 채 바라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자네 생각을 말해 보게.”
그런 마론의 말에
잇토키는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의외로 진중한 표정의
잇토키를
마론은 묘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완전히 꿔다 놓은 보릿자루만도 못하게 된
카이토는
자신도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방금 전
잇토키가
말 그대로
사람 하나를 벌레 죽이듯 가볍게 처리한(?) 것을 보고는
지금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낫겠다
하는 얼굴로
멀뚱히
잇토키를 말없이 보기만 할 뿐이었다.
“방법은 딱 두 가지가 있어.
믿든 안 믿든 선택은 당신이 해.”
“말해 보게.”
“제일 좋은 방법은
저 화물을 ‘아부사야프’놈들에게 던져 주고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해
경찰에 신고하는 거지.
물론
이번 일에 관련된 선장은
유유히 빠져나가게 되겠지만.”
“······두 번째 방법은?”
“싸운다.
우선 해안경비대에 최대한 빨리 연락해야 해.
그 와중에
선장과 그 외 관련자들을
먼저 제압해야 될 거야.
내부 분란을 차단해야 하니까.”
“하는 수 없군.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이어서
마론은 고개를 흔들며
그다음 말을 내뱉었다.
“자네 정체가 뭔가?”
“뭘 것 같아?”
“혹시······ 용병인가?”
“뭐. 비슷해.”
마론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잇토키.
그 모습에
말론은
상당히 놀라워하면서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뭔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말이야.”
마론은 이내 진중한 얼굴로
잇토키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부탁이 있네.”
“부탁?”
“자네를 한시적으로 고용하고 싶군.
그 ‘아부사야프’ 놈들에게서
이 배를 지켜 주었으면 하네.”
“날 믿을 수 있겠어?”
“노년의 경험이
자네가 이번 일에 대해 전문가라고 말해 주고 있더군.”
그런 마론의 말에
잇토키는 피식- 웃어 버렸다.
이내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감 좋네? 맞아.
내가 ‘아부사야프’ 놈들은 아주 잘 알거든.
그럼 보수는?”
“내 권한으로
총 만 달러를 이용할 수 있으니
전액 지불하지.
내 선실 금고에 1,000달러가 있으니
우선 계약금으로 지불하겠네.”
“좋아. 수락한다.”
그렇게 의뢰를 받아들인
잇토키는
마론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내가 용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이래봬도 걸프전에 참전했었네.
‘클레망소 항공모함’을 끌었었지.
그 당시
외주업체 용병들을 많이 봐 왔거든.
저기 귀공자처럼 생친 친구는 모르지만
자네는
그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
마론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 휘파람을 분 잇토키였다.
잠시 후
왕린의 시체를
근처에 있던 대용량 쓰레기통에 처박은 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린
잇토키에게
말론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
자네도 혹시······ 코드명이 있나?”
순간 멈칫한 잇토키.
잠시 고민한 듯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입을 열었다.
“‘트래커(T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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