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레디!]
GIGN 대원이
트래커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돌입 1분 전!]
백 년은 됨직한
낡고 유서 깊은 건물로
그 누구도
이곳이
테러의 온상이 될 것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사르 알 아부는
대포폰과
알량하고 저급한 회피 기술들을 믿고
옵저버(엔티티)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실력 자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전처럼
끝까지 완벽한 오프라인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나을뻔했었다.
디지털과 온라인은
극도로 편리함을 주지만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이어진 정보들은
한쪽만 뚫려도
그 전체가
모두 훤하게 뚫리게 되는
몹시 취약한 구조였다.
옵저버라는
오버테크는
이러한 전자전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전원 차단!]
‘드론이 외부 정찰 중이지?’
쿠도 신이치(올림푸스)가
선물로 전해준 드론이
생 드니 상공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고 있었다.
[진입!]
쿠앙!
커크의 거친 도어브리칭에
단단한 철문이 들썩였다.
몇 차례 장대한 힘이
철문을 밀어 붙였지만
쉽사리 문이 열리지 않았다.
GIGN이
C4를 기다랗게 반죽한 폭약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
트래커가 제지했다.
“커크! 물러서! 나와!”
트래커가
슬라이서를 꺼내들고
철문의 사방을 긁자,
문의 경첩 부위가 잘리면서
생일 케이크라도 가르듯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곁에서 같이 대기하던
GIGN 대원의 표정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트래커를 바라보았다.
“미국의 비밀병기야.
쉿!”
그가
검지를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Go! Go! Go! Go! Go!]
발리스틱 쉴드를 세우고
정신없이
구불구불한 복도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나이트비전 온!]
탕! 탕! 드르르르르륵!
텅! 텅! 터터터터터텅!
발리스틱 쉴드에
불똥이 튀었지만,
트래커가 손에 들고 있던 글록도
가만있지만은 않았다.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퍽! 퍽! 퍽! 퍽! 퍽! 퍽!
“크억!”
“컥!”
글록의 총탄 세례를 받은
검은 두건의 사내들이
단말마를 내뱉은 뒤 바닥에 나뒹굴었다.
[Two enemies down!]
“아래로! 아래로!”
[Downstairs! Downstairs!]
상황은 긴박했고,
무전을 통해 격앙된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오고 갔다.
나선형의 철제 계단을 따라
다시 한 층을 더 내려가야 했는데,
문제는
계단으로 내려 가는
아래쪽부터
몸이 완전히 개방되어
적에게 노출된다는 위험이 존재했다.
“플래시 뱅! 스모크 쉘!”
트래커가
수신호를 하자,
뒤따르던 GIGN 대원들이
지체 없이
섬광탄과 연막을 아래로 던졌다.
트래커가
발리스틱 쉴드 뒤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번개처럼
난간을 타고
바닥에 몸을 던졌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륵!
터터터터터터터텅!
“이크!”
탕! 탕! 탕! 탕! 탕! 탕!
텅! 텅! 텅! 텅! 텅!
적들의 거센 반발이
발리스틱 쉴드에서 느껴졌다.
옵저버가
짧은 순간에
적의 위치를 파악해
트래커가
눈에 끼운 콘텍트렌즈의 망막에 출력했다.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퓻! 틱! 틱! 틱!
팍! 퍽! 팍!
“으억!”
“컥!”
“억!”
트래커의 속사가
섬전처럼
테러리스트들을 꿰뚫었다.
동시에
글록의 탄환이 떨어지면서
빈 공이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글록을 바닥에 던진
트래커가
슬라이서를 들고
운무가 가득한 앞을 달렸다.
텅!
발리스틱 쉴드에 부딪히는
적의 느낌이 묵직했다.
서걱!
“크아아악!”
총을 쥔 적의 팔이
대량의 피와 함께 허공에 떠올랐다.
연막탄의 운무가
조금씩 걷혔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 보였는데,
상반신에
주렁주렁 달린
폭탄들과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앤드류 저스티스?”
국경 없는 기자회 소속의
앤드류 저스티스 기자였다.
“뒤로 물러나!
Back! Back! Back! Back!”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GIGN 대원들도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트래커만이
홀로
바디벙커로 몸을 가린 채
그의 곁으로 왔다.
“Sucide Vest! Jesus!”
커크가
긴장한 모습으로 침을 삼켰다.
트래커에 의해
팔을 잃고 ㅅㅇ을 흘리던 사내가
품에서 기폭장치를 꺼냈다.
“물러서 가디언!”
커크가
트래커 앞을 막아섰다.
GIGN 대원들이 혼비백산하며
서로 계단 위로 피하기 위해 소란스러웠다.
“커크! 물러서라니까!”
커크가 일체의 물러섬 없이
트래커 앞을 단단히 막아섰다.
“알라후 아끄바르!”
틱! 틱! 틱!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백날 눌러봐라. 새끼야!
그게 터지나!”
트래커의 슬라이서가
그의 기폭장치를 든 팔을
단숨에 갈랐다.
서걱!
“크아아아악!”
“이 새끼가 죽여달라고 용을 쓰네!”
양팔이 잘린 테러리스트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발광을 했다.
그제야
커크가 폭발의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트래커가
커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수고했어. 여긴 이제 상황 해제야.”
“......”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EOD!]
한 대원이
다급하게 무전으로
폭발물 제거반(EOD)을 연신 불러댔다.
내부에 잔뜩 몰려 들어왔던 GIGN 대원들이
서로 계단을 올라타고
물러서려고 바빴다.
“새끼들......
겁은 많아 가지고들···”
슬라이서를 칼집에 넣은
트래커가
의자에 앉은 이를 보니
얻어맞아 퉁퉁 부은 얼굴에
엉망진창이었지만
앤드류 저스티스가 기자가 맞았다.
“앤드류 저스티스?”
순간
그가 만감이 교차하는지
고개를 떨구며 흐느꼈다.
“스페셜 포스?”
“네.
당신을 구하러 온 특수부대입니다.
겁나 멀리서 왔어요.
아이고 배고파라···”
트래커가
앤드류 저스티스가 걸친 자살폭탄 조끼를 유심히 살폈다.
파팟!
작은 스파크가 일더니
타이머가 꺼져버렸다.
“아이구 감사하기도 해라.
선 그냥 끊어도 되는 거야?”
트래커가
슬라이서로
자살폭탄 조끼의 선과
그에게 구속된
로프와
케이블 타이를 사정없이 잘랐다.
그가 사방을 둘러보니
앤드류 저스티스 기자의
뒤편 벽에는
알 샤바브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구속에서 풀려난
앤드류 저스티스 기자의
몸과 마음이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트래커로서는
자세히 짐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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