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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없는 나와 당신에게

이글은 자존감 회복중인 제가
자존감때문에 힘든 분들께 바치는 글입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알콜 중독, 폭력이 일상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빠가 술마시고 폭력을 일삼는 날에는
늘 엄마와 구석에 숨어 벌벌떨며 지냈어요
제 인생에 가장 잊을수 없고 
30이 다되도록 기억이 생생해 잊을 수 없는 날은
중2때 엄마와 손잡고 집을나오려고 도망치려다
아빠에게 둘다 머리끄덩이 잡혀서 질질 끌려다니며
정신없이 발로 밟혔던 날이네요
그 이후로도 20살부터 25까지 
어쩌다 마주치는 날이면 성인이 된 딸래미에게 
"니가 니엄마 뱃속에 있을때 지웠어야 했는데
지우지 못해서 내가 이렇게 못산다 죽어버려라"
하면서 벽에 몰아 제가 기절할때 까지 목을 졸랐어요
매번 기절하다 깨면 병원이었고
그때마다 차라리 죽이지 왜살렸냐고
하늘에 대고 원망했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생각했어요
내가 태어나서 우리집이 이렇게 됐구나
나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우리집은 평화로웠겠구나
나는 어딜가서도 불행을 줄 존재구나 하구요
그렇게 마음, 감정 숨기던 저에게
어느날 어떤 남자가 다가옵니다
저의 처음 연애 상대였어요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다 날 왜좋아하지? 생각했는데
그냥 막 만나보자 싶어서 무작정 만났습니다
어디든 너무 기대고 싶었거든요
너무 행복했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생일선물도 받고
(제가 태어나서 모든게 불행해졌다며 집에서는 한번도
제 생일날 미역국 한번 못먹어봤어요)
나는 사랑스럽다는 것을, 사랑 받아야 할 존재라는걸
늘 표현해주고 안아주었습니다
제가 이런 상처 많은것을 알고도
많이 힘들었을거라며 이제 그 악몽을 벗어나자고
자기와 함께 견뎌내자며 결혼하자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거절했어요
그사람을 너무 사랑했지만
나때문에 또 누군가가 불행해 질까봐 너무 겁이 났어요
그의 조그마한 투정에도 두려워 벌벌 떨었으니까요
그가 사랑한다 말 없는날에는 
버려질까 잠도 못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후회스럽고 바보같아요
그렇게 그사람을 떠나 보냈어요
보내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4년동안은 거의 죽은사람처럼
지낸거 같아요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남 눈치보지말고 니 인생을 살아"
그땐 그게 무슨 말인줄 몰랐어요 어렸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또 한명의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를 너무나 예쁘다 해준 사람이었지요
그리고 얼마못가 지쳐 그사람도 떠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러더라구요
"너는 니가 흔들릴때마다 널 바로잡아줄 사람만 원하니?
나도 내가 흔들릴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만나고 싶어
같이 앞으로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사람"
그말을 듣고 정말 심장이 팩트폭격기를 맞은것처럼
와 닿더라구요 
어릴땐 몰랐던 전전사람 말이 이제서야 무슨말인지
알것 같았습니다
상대방이 저를 구원해줄거라는 기대만 안고
상대방에게 조금만 상처받으면 돌아서버리는 제 못난 모습을
그제서야 본거지요
그 이별의 말을 듣고 집에와서
무작정 제 머릿속에 있는것들을 글로 써냈습니다
과거에 상처받았던 나, 마음 숨기고 살았던 나에 대해서요
몇시간을 한참 쓰고나니 노트2권 이상이 되더군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결핍되어있는 상태로
살아가지는 않겠다고
큰 종이에 저의 결심을 써서 책상 벽에다 붙였어요
앞으로 이것만이라도 지키고 살자고
그 내용은 이래요
1. 나를 위해 오늘 하루 성실할 것
2.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3. 분명 행복해질것을 의심하지 말 것
4. 누구에게 다가가고 잘못을 뉘우치는것을 힘들어하지 말 것
5.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배풀 것
6. 나의 단점을 부끄러워 말고 장점을 떠올릴 것
7. 매일 하루에 한번씩 나에게 안부를 물어볼 것
8. 어떤 일이건 내상처만 크다 생각말고 상대방도 생각할 것 
매일 아침 눈뜰때마다 스트레칭 하듯 읽습니다
사실 이렇게 써붙인다한들 얼마나 큰 효과가 있냐 하겠지만
저에게 그날 하루의 제 안부를 묻고 과거의 저를 떠올리며
"넌 괜찮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니가 태어나 너무 기쁘단다"
하며 다독인것이 정말 작지만 큰 효과였어요 
신기한건요 세상 못나서 거울도 보기 싫던 제가 예뻐보여요
통통한 볼도, 축 쳐진 입꼬리도 처진 눈도 썩 괜찮은 사람같아요
그러다보니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보여요
못믿겠지만 저는 이렇게 자존감을 회복중입니다
바로 완벽히 나아질것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해요
앞으로 1년이 걸릴지도 1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 계속 나아갈겁니다
이 글을 읽는분들께 나도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
하지 않을겁니다
같이 나아가요 각자의 방식대로
전 아직 회복단계중이고 저와같이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서로에게 맘속으로 충분히 힘이 되어줄거라고 믿어요
글이 길었는데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화이팅해요! 
당신은 존재자체가 사랑스러워요 

댓글
  • 신들의황혼 2017/10/10 02:54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당신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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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떫은감입니다 2017/10/10 03:23

    저도 그러고 싶어요 ㅠㅠ
    그런 날이 오게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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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럴수도있재 2017/10/10 11:01

    똑똑한 분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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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흥흥크흥흥 2017/10/10 11:31

    아름답네요 글도 마음씨도
    덕분에 제 마음이 힐링되는거같네요^^
    당신 참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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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운셀링 2017/10/10 11:39

    자존감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 힘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세상과 교감 할때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나를 알아가는것 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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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농 2017/10/10 11:42

    좋은 글이네요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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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발라머그래쓰 2017/10/10 12:05

    어느 누구도 하나의 독립된 섬은 아니요,
    그 스스로가 온전한 것은 아니어라. 사람은 그 누구나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한부분.
    그 한 조각의 땅덩어리를 파도가  밀려와 씻어가면,
    씻긴만큼 유럽의 땅이 줄어듦은 곧 갑이 줄어 듦이니라.
    그대친구의 그대 자신의 농토가 줄어듦이니라.
    어떤 친구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도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묻지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존던)
    - E.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종은울리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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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토끼 2017/10/10 12:07

    사랑스럽고 용감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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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니야미안 2017/10/10 13:19

    이글 다 받고 +몸 건강 관리해주세요..
    건강하지 못한 분들이 자존감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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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된마음靑山 2017/10/10 13:25

    응원합니다.
    저도 절 너무 사랑은 고사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난 혼자니까.. 남자니까.. 나 하나만 손해 보고 상처 받아도 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러다보니 작은 일로도 사람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애초에 시작하지 말자는 마음에 좋은 사람들과도 일정 거리를 두려고 하게 되고..
    최근에도 참으로 모욕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만 위해 살자가 아닌 나부터 사랑하고 아끼고 위하며 살자..
    이렇게 마음 바꾸고 변화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때마침 이 글을 보니 마음에 확 와닿아 글 남깁니다.
    잘 해내실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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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el 2017/10/10 13:26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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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듀언니 2017/10/10 13:27

    이미 충분히 사랑스럽고 현명한 분이신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늘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시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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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xteen 2017/10/10 13:30

    핸드폰인데  아이피가 같다고 추천이 안돼다니..
    하여간.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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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미소 2017/10/10 13:38

    매일매일 기적을 만들고 계시는 것 같아 부럽네요.
    계속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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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냠마냠마뉴 2017/10/10 13:39

    이뻐요.
    옆에 계시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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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옹이는냐옹 2017/10/10 13:48

    행복해지는 것도 습관입니다.
    그리고 간단하게라도 매일 운동을 하세요. 맨손체조라도요. 말로만 매일 행복해지자 해봤자 안됩니다. 사람이란게 희한하게 몸을 안 움직이면 우울증과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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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쏠로탈춤 2017/10/10 13:49

    멋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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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액츄얼리 2017/10/10 13:50

    제 자신만으로 부족함이 없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고는 합니다. 불행했던 지난 나날들... 그 속에서 살아님기 위해 이 악물로 분투했던 님과 나, 그리고 또 다른 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과거거 아닌 현재에서 살며 사랑하며 기뻐하길 바래요. 저도 글을 읽으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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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F소와낙타 2017/10/10 14:14

    작성자님.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긴 합니다만.
    작성자님은 지금까지정리하고 생각해왔던 모습을 스스로에게 지금처럼 실천하시면서,
    이제 상대방에게 나를 자신있게 있는그대로 보여주는 멋짐만 장착하시면 될것같습니다.
    물론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을 나보다 더 한 시련과 고통을 언젠가는 겪었을 것이라는 전제도 가지셨음 좋겠구요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시고 아름답네요. 응원하는 의미로 댓글 드립니다.
    퐈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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