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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맨하탄 카페와 카페라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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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모트 군의 아침은 따듯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지도교수에게 인생을 저당 잡힌 삶을 수년간 살아오면서, 아침에 마시는 커피의 따스한 온기는 그에게 하루를 살아갈 카페인, 그리고 인간성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



 그것은 중앙 트레센의 트레이너가 된 후에도 유지되는 습관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그리고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어지간하면 깨어지지 않는 그의 루틴 중의 하나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통은 믹스커피를 마신다. 원두를 직접 내리기에는 그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이유이고,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두 찌꺼기 치우기 귀찮아서다.



 그런 그에게 작은 고집이 하나 있었다면, 현지의 믹스커피보다 고국의 믹스커피가 더 취향이었던지라, 조금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고국에서 수입해 온 믹스커피를 마신다는 점이다. 카페 모카는 참을 수 없거든.



 몇 달 전까진 그랬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담당 트레이너로 재직한 지 어언 3여 년. 중등부였던 그녀가 고등부로 진학하게 되고,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은 트레이너 군은 한 명의 우마무스메를 더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이 들어온 담당 우마무스메는, 맨하탄 카페. 이름에서 오는 느낌처럼, 커피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우마무스메였다.



 그런 맨하탄 카페에게 있어, 트레이너 씨가 마시는 믹스커피는, 분명 사도였으리라.



 믹스커피 금지령. 맨하탄 카페가 그녀의 트레이너 씨에게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선언했던 말이었다. 중앙 트레센의 미친개를 보고 싶지 않으면 믹스커피 마시지 말라고, 자신이 직접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과 드립까지 전부 해줄 테니, 자신이 만든 커피를 마시라는 것.



 당연히 홍차 파인 아그네스 타키온은 길길이 날뛰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자신이 트레이너 군을 홍차 파로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얼마나 작업했는지 아느냐! 그렇게 분노를 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맨하탄 카페와 홍차-커피 논쟁을 한창 하던 중, 모르모트 군이자 트레이너 씨의 ‘데자O라면 먹을 만하던데?’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이 새끼는 홍차의 깊은 맛을 알 수 없는 불쌍한 중생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아그네스 타키온은 반쯤 포기했다.



 남은 것은, 부전승으로 올라간 맨하탄 카페가 트레이너 씨의 혀를 그녀의 취향으로 천천히 물들이고 길들이는 것…이었어야 했다.



 그랬어야만 했다.



 물론, 맨하탄 카페는 제법 큰 노력을 했다. 원두 선택부터 신중하게, 면허증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프로 바리스타 뺨치는 실력으로 한땀 한땀 한 방울씩 카페인의 정수를 추출하여, 에스프레소 잔 하나에 은은한 향의 커피를 한 잔, 트레이너 씨 앞에 진수했다.



 그리고, 그 에스프레소에 시럽을 넣는 트레이너 씨의 혀에, 처음으로 절망을 맛보았다. 에스프레소만이 커피의 모든 것은 아닐진대,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죽이는 시럽을 넣는 행위, 그런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맨하탄 카페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왜 자신이 정성 들여 내린 이 귀중한 에스프레소를 단맛으로 망쳐버리는데? 쿠키 같은 다과랑 같이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트레이너 씨가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 에스프레소는 트레이너 씨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다. 보기보다 조금 아이 같은 취향이 있을 뿐이다. 그런 트레이너 씨의 모습도 꽤 귀엽지 않은가.



 아그네스 타키온이 들었더라면 대폭소를 터트리며 실험을 하루 쉬었을 법한 정신승리를 하며, 맨하탄 카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트레이너 씨의 커피 취향은 뭔가. 에스프레소에 시럽을 넣어 마시기도 했고, 옆 동네 출신이기 때문에…유추해 보자면 시럽을 넣은 아메리카노, 같은 취향일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맨하탄 카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아메리카노? 사악한 미국 놈들이 커피를 망치기 위해 물을 탄, 그런 커피에 대한 도전 같은 음료를 현명하고 고상한 트레이너 씨가 좋아할 리 없다.



 백번 양보해서 카페라떼나 마끼아또와 같은 부류의 커피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는 경우가 다르다. 아마도 이탈리아에서 온 우마무스메가 아메리카노, 라는 소리를 들었더라면 분명…소리 낸 사람을 찾아가 찢고 죽이고 또 아무튼 열심히 찢고 죽이고 했으리라. 믹스커피보다도 죄질이 나쁜 거니까.



 그래, 더 고민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는가.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한다 해서, 트레이너 씨의 커피 취향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맨하탄 카페가 조금 더 노력해서…트레이너 씨를 카페의 취향으로 점점 물들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했다면, 실행의 차례다.



 “그러니까…트레이너 씨. 오늘의 커피는…에스프레소에요.”



 “그래? 시럽은 어디에 있니?”



 “시럽…같은 건, 없어요.”



 “뭣.”



 “시럽, 같은, 천박한…액체는, 없어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마시니, 카페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에스프레소를 거부하는 트레이너 씨에게, 맨하탄 카페는 한숨을 내쉬며 통보한다.



 “오늘은, 그냥 드셔…주세요.”



 “……?”



 단호하리만치 딱 잘라 말하는 맨하탄 카페의 모습에, 트레이너 씨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평소의 맨하탄 카페와 다른 느낌이다.



 커피에 진심이기 때문에 나오는 맨하탄 카페의 본성일까. 그래, 이런 모습을 나중에 맨하탄 카페가 트레이닝을 할 때 발현되도록 유도해 보자. 맨하탄 카페의 파워와 근성이 10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맨하탄 카페의 컨디션과 우정도를 같이 올리려면, 이 에스프레소를 아무런 시럽이나 설탕 없이 먹어야 한다는 것 또한 본능적으로 느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트레이너의 삶은 그런 것이다.



 담당 우마무스메를 위해 희생하고, 분골쇄신하여 그녀들을 지평선 너머 저 멀리 데려다주는 것이다. 그 부산물로 이력과 경력과 연봉이라는 것을 조금 챙길 뿐이다.



 그러니, 맨하탄 카페의 저 작은 어리광을 들어주는 것은 분명, 트레이너의 의무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맨하탄 카페가 내민 작은 커피잔을 받아든다.



 “알겠어. 커피 내려 줘서 고마워.”



 그러면서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쓴 건 그닥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맨하탄 카페의 정성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었는지, 맨하탄 카페는 그 무표정한 얼굴에 후후, 작은 미소를 머금는다. 트레이너 씨가 언제 자신이 내린 커피를 맛보아 줄까, 조금 두근거리는 얼굴이다.



 그런 맨하탄 카페의 기대를 배신할 수 없어, 그는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한 모금, 조심스레 마신다.



 “…….”



 쓰다.



 뭐, 어른이니까 쓴맛을 못 견디는 건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쓴 것은 쓴 것이다. 인상이 찌푸려지려 했지만, 맨하탄 카페가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미소를 유지한다.



 아니 왜 이렇게 쓴 커피를 마시는 거야? 매번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홍차에 설탕 좀 작작 넣으라고 잔소리하지만, 그 또한 연구직. 이미 그의 혀는 당분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어떠신가요…트레이너 씨.”



 하지만, 그가 입 밖으로 내야 할 소리는 하나뿐이다. 부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조용히 진정시키며 맨하탄 카페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맛있네…완전 프로의 솜씨 같아.”



 “…….”



 그렇게 말씀하셔도, 얼굴이 쓰다고 다 말하고 있는걸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맨하탄 카페는 하아, 작은 한숨을 내쉰다. 뭐, 그래도 트레이너 씨도 노력하시는 것 같고…이렇게 웃으며 거짓말하는 모습도 제법 귀여우니, 이 정도로 봐 드릴까요.



 하지만 맨하탄 카페가 한 가지 망각한 사실은, 그녀의 트레이너 씨 또한 맨하탄 카페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무뚝뚝하고 표정 변화라곤 없다시피 한 맨하탄 카페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맨하탄 카페보다 훨씬 어른이고, 어찌 되었건 맨하탄 카페의 담당 트레이너라는 것이다. 그녀의 아주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트레이너라면 응당 그러하듯이.



 그래서 알아차린 것이, 카페가 지금 기분이 좋구나. 맨하탄 카페의 기분이 좋을 때,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을 지금, 말해야 할 타이밍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들어 줘…같은 부탁은 절대 아니다. 맨하탄 카페의 기분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말을 해버리면 야루끼가 급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메리카노가 아니라면…그러면서도 트레이너 본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라면, 한 번쯤 부탁해볼 법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커피에 관한 맨하탄 카페의 실력은 프로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같은 블랙커피에 미친 것만 아니라면 맨하탄 카페가 내려 준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니, 말한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숨을 가다듬고 각오를 다진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잖아, 카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가요.”



 부탁, 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 반응한다. 그러면서 이쪽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 평소와는 다르게 맨하탄 카페로서는 최대한의 관심일 것이리라.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 보인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맨하탄 카페에게 그의 속내에 있던 작은 부탁을 말한다.



 “다음번에는 카페라떼로…부탁해도 될까?”



 “…….”



 일순간, 맨하탄 카페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역시 안 되는 걸까, 그리고 맨하탄 카페의 야루끼는 급락하는 것인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지만,



 “……알겠습니다.”



 “헉.”



 예상치 못한 맨하탄 카페의 답변에, 그는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켜며 놀라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맨하탄 카페는 그녀답지 않게 살짝 뾰로통한 듯이 뺨을 불룩, 부풀리며 한 마디 툭 던진다.



 “뭔가요, 그 반응은.”



 “아니…그게, 솔직히 부탁 들어줄 거라고 생각 못 해서.”



 “가끔은 트레이너 씨에게…맞춰 드리니까요, 가끔은.”



 “그렇구나. 고마워.”



 “…….”



 이럴 때만 어른스럽기는, 맨하탄 카페는 속으로 투덜댄다. 이런 자기 모습을 친구가 보았더라면, 분명 온종일 낄낄대며 놀려댔겠지. 친구가 트레이너 씨 근처로는 다가오지 않는 것이, 맨하탄 카페의 연심에는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레이너 씨.”



 “응?”



 “남은 커피는…다 드셔 주세요.”



 “아.”



 맨하탄 카페의 지적에, 손에 들고 있던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털어 넣는다.



 쓰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다음의 커피를 생각하며, 그 씁쓸함을 견뎌낸다.




 * * * * * * * * * *




 다음 날 오전. 트레이너 씨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맨하탄 카페는 트레이너 씨의 사무실 한구석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원두를 갈아 포타 필터에 채우고 있었다.



 어쨌건 카페라떼의 기본도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에, 좋은 원두와 훌륭한 기술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사용하는 것이, 카페라떼의 맛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할 우유도 최고급품이다. 마음 같아서는 맨하탄 카페의 우유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맨하탄 카페는 아직 우유가 나오지 않는 몸이며, 먼 미래에 트레이너 씨와의 사이에서 산구를 만들게 된다면(아니다), 그때 도전해 볼 일이다.



 아침이니 부담스럽지 않게 싱글 샷으로 해야겠지…나름의 배려를 하며, 포타 필터에 놓인 원두를 템퍼로 평평하게 펴 준다. 그리곤 포타 필터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끼우고, 아래에 커피잔을 하나 놓고, 싱글 샷으로 추출한다.



 그러는 동안에 스팀피쳐로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바리스타 자격증 때문에 스팀 치는 법도 제법 연습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답게, 스티밍한 우유가 균일하고 부드러운 거품으로 가득 찬다.



 정확하게 9시에 출근하는 트레이너 씨이기 때문에, 출근 시간까지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에게 있어 카페라떼 한 잔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아니, 오히려 넘치는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는 준비되었고, 우유의 스티밍도 충분히 끝났다. 이제 커피잔에 우유를 붓고 시럽을 조금 넣기만 하면 끝이 나지만…문득, 맨하탄 카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럴 때, 트레이너 씨에게 맨하탄 카페의 작은 연심을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트레이너 씨는 이미 맨하탄 카페의 마음을 알고 있고, 굉장히 곤란해하고 있긴 하지만…그래도 홍차의 맛을 밀어내는 커피의 맛이 필요한 이때다. 트레이너 씨의 혀를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그의 눈도 사로잡는 것이, 맨하탄 카페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이리라.



 그래, 라떼아트다. 이래 봬도 제법 섬세한 손을 가지고 있노라 자부하는 맨하탄 카페다. 당연히 라떼아트 연습도 많이 했다. 너무 고난도의 아트는 어렵지만, 어지간한 그림은 그려낼 수 있는 경지다.



 맨하탄 카페의 마음을 살짝 표현하기에는, 충분한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트레이너 씨가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 주실지도 조금 궁금하다. 트레이너 씨 본인은 부정할지 몰라도, 의외로 귀여우신 면이 있으니까.



 “후후…좋네요.”



 모른 척하고는 있지만, 분명 지금 얼굴에 홍조가 살짝 떠올랐으리라.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잠시 두근거림을 털어내곤, 스팀피쳐를 왼손으로 든다. 집중해야 할 때다. 두근거리는 것은 트레이너 씨가 오신 뒤에 해도 늦지 않다.



 후우, 작게 심호흡을 한 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잠시 생각을 한다.



 “…….”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화려하고 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맨하탄 카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직관적인 그림.



 하트다.



 “쉬워요…정말로, 이렇게 쉬웠으면…좋겠네요.”



 하트를 만드는 것은 라떼아트의 기초 중의 기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맨하탄 카페가 조금의 실수조차 할 여지가 없다. 수백 번은 더 해본 것이 아니던가.



 트레이너 씨를 향한 사랑이, 이 라떼아트처럼 쉬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의 옆에 있는 것이 아그네스 타키온이 아닌, 맨하탄 카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씁쓸한 감정이 한숨으로 나왔고, 맨하탄 카페는 스팀피쳐를 내려놓는다. 진한 갈색의 커피 위로, 하얀색의 하트 모양이 정갈하게 올려져 있다. 정말, 맨하탄 카페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정말로 잘 만든 아트다.



 그 커피잔을, 하트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트레이너 씨의 책상에 올려둔다. 시계는 아홉 시까지 몇 초 남기지 않았고, 맨하탄 카페는 트레이너 씨의 책상에서 조심스레 물러난다.



 곧바로 스팀 피쳐와 포타 필터,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척하고 싶었지만, 지금만큼은 잠시 미뤄둘 것이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발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맨하탄 카페는 이것이 트레이너 씨의 발소리라고 확신한다. 그야, 맨하탄 카페 정도의 우마무스메가 담당 트레이너 씨의 발걸음 소리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후후 웃으며, 트레이너 씨의 책상 바로 옆에 선다. 등과 꼬리를 벽에 붙인 것은, 붕붕 흔들리는 꼬리로 인해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리라.



 이윽고 문이 열리며, 트레이너 씨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가방을 손님 응대용 소파 위에 휙 내던지고, 책상 옆에 서 있는 맨하탄 카페를 발견한다.



 “어라, 카페? 일찍 왔네.”



 “트레이너 씨가…어제 부탁하셨잖아요.”



 “부탁? 아, 그래서 준비하려고 일찍 왔구나. 안 그래도 되는데.”



 “후후, 제가 좋아서 준비…했으니까요.”



 “고마워. 아침 간단하게 먹고 오기를 잘했네.”



 “방금 만들어 두었으니까요…트레이너 씨의 퍼스널 오더.”



 금빛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그 안에서 트레이너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당연히 좋은 말을 해 줘야겠지. 우마무스메 아이들은 섬세하다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맨하탄 카페의 실력은 진짜고, 트레이너 본인 또한 충분히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뭐, 살짝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맨하탄 카페가 내려 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중앙 트레센에서 그 누구도, 심지어 그 황제의 트레이너나 이사장조차 가질 수 없는, 오직 그만의 특권이니까.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켠 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커피잔을 집어 들고, 맨하탄 카페에게 웃어 보이며 진심 어린 한 마디를 건넨다.



 “잘 마실게. 정말로 고마워.”



 “……별말씀을요.”



 무덤덤하게 대답은 했지만, 맨하탄 카페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트레이너 씨가 커피잔을 바라본다. 뭐라고 말을 할까. 맨하탄 카페가 정성 들여 우유로 그린 마음을, 트레이너 씨는 뭐라고 평가해 줄까.



 단순히 잘 그렸다고 하실까, 아니면 예쁘네, 라고 하실까. 맨하탄 카페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냐며 칭찬을 하실까, 그것도 아니면…그것이 맨하탄 카페의 진심임을 알아차려 주실까. 그래,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실까.



 그런 기대감이, 그런 교감신경의 흥분이 맨하탄 카페의 감정을 고양하고, 입을 바짝 마르게 만든다. 아그네스 타키온이라면 참지 못하고 질척할 정도로 트레이너 씨에게 어떠냐고 물어보겠지만, 맨하탄 카페는 다르다.



 차분하게, 트레이너 씨의 세 걸음 뒤에서, 그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그러면서도 살짝…손끝으로 그의 옷깃을 잡는, 그런 우마무스메다.



 꿀꺽,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간다. 트레이너 씨가 커피잔을 천천히 움직인다.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음미하듯이 조심스레 한 모금을 마신다…트레이너 씨, 뭔가 빼먹었지 않으셨나요.



 맨하탄 카페가 뭔가 말을 하려던 찰나, 트레이너 씨는 맨하탄 카페가 만들어 준 카페라떼가 제법 입맛에 맞았던 것인지, 꽤 뜨거운 상태의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세 모금을 더 마신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맨하탄 카페가 정성스레 준비한 라떼아트는…커피의 진함과 뒤섞여 부드러운 갈색으로 사라져간다.



 맨하탄 카페의, 트레이너 씨를 향한 마음을, 트레이너 씨가 한순간에 삼켜버린 것이다.



 “읏……!!”



 제아무리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맨하탄 카페라도, 입이 비쭉 나오고 뺨이 볼록 부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맨하탄 카페를 본 트레이너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카, 카페야…? 커피 정말 맛있었……아얏!? 악! 아! 아, 아파! 왜, 왜 그러는 건데―?!”



 “바보 트레이너 씨…죽으세요, 죽어…둔탱이, 그냥 죽어요.”



 트레이너 씨의 팔과 어깨를 투덕투덕 두들긴다. 말이 좋아 귀엽게 두드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아무리 힘 조절을 한다 해도 우마무스메의 힘이다. 트레이너 씨의 연약하고 가느다란 팔이 버텨낼 리 없다.



 “카페야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부디 말로 해주지 않으련…?”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들으셔야…제 트레이너 씨…아닌가요.”



 “…….”



 원래 이렇게 독설가였나. 그는 한숨을 푹 내쉰다. 뭘 잘못했는지 그는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이젠 하다못해 발로 조인트를 까는 맨하탄 카페로부터 어째서인지 익숙한 실험실 위계질서의 맛을 느끼며, 그는 눈물과 함께 정강이뼈를 부여잡는다.



 “이런 사람을 위해…아침부터 커피를 준비한 제가…바보죠, 네.”



 “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니까 그만 살려주지 않으련.”



 “아직도 정신을…못 차리셨네요.”



 찰싹찰싹, 맨하탄 카페의 손바닥의 트레이너 씨의 등을 가격한다. 그래도 자기 딴에는 힘 조절을 하는 것인지, 조금 아프기만 할 뿐, 뼈가 부서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맨하탄 카페의 이 짜증과 급락하는 컨디션은, 적어도 오늘 하루는 지속될 것임을 말이다.



 커피와 우유의 향이 가득한, 중앙 트레센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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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카훼 괴롭히기

 

 3주차 특전이 카페라서 그만

 

 

댓글
  • 지나가던 정상인 2024/07/31 23:26

    멘하탄 카페의 우유라니? 생명을 품어도 나올 마음이 없잖ㅇ

  • 이도현 2024/07/31 23:17

    바보바보야


  • 사오리P(Mute)
    2024/07/31 23:13

    타키온의 영압이...

    (7nQwlY)


  • 이도현
    2024/07/31 23:17

    바보바보야

    (7nQwlY)


  • 페피니에르
    2024/07/31 23:26

    카페 말투 제대로인데

    (7nQwlY)


  • 지나가던 정상인
    2024/07/31 23:26

    멘하탄 카페의 우유라니? 생명을 품어도 나올 마음이 없잖ㅇ

    (7nQwlY)

(7nQw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