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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 괴문서) 선생 반응이 달라지니 당황한 아코가 보고 싶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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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록 그리 오래 살아오지 않았다지만, 아코가 선도부 선임행정관을 도맡고 나서 더더욱 공감하게 된 말이었다.
급식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으며 식당을 테러하곤 했던 미식연구부는 오늘도 키보토스 어딘가의 식당을 터트렸고, 해결사랍시고 으스대는 흥신소68은 오늘도 헛웃음 나오는 사건에 휘말렸으며, 온천개발부는 또 어딘가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하는 일 없는 만마전 또한 오늘도 별 같잖은 트집을 잡았다.
아무리 선도부장과 함께 이들이 저지른 죄를 추궁하기 위해 쫓아다닌다 한들 나아지는 법이 없으니, 아코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니 아코가 받는 스트레스 또한 변할 일이 없었다.
늦은 밤, 선도부 사무실에서 한숨을 푹 내쉰 아코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짜증난다고 업무를 내팽개칠 수도 없는 입장인지라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코는 선생에게 모모톡을 보내곤 했다. 한껏 꾸미기 좋아하는 나잇대라는 선입견과 달리 단촐한 배경엔 몇 분 전에 아코가 보낸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선생님, 시간 있나요?]
아직 사라지지 않는 읽지 않음 표시에 아코가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문득 생각나 쭉 올려보는 모모톡의 기록엔 '업무 외 연락 사절'이라고 적힌 아코의 모모톡 프로필이 무색하게 하루가 멀다 하고 선생과 아코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얼결에 보았던 다른 학생과 선생 간의 모모톡에는 상담 받는 학생과 상담 해주는 선생의 이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더랬다. 이러면 어떨까, 많이 고생했구나, 하는 것 따위의.
반면 휴대폰 화면을 올려 되짚어 보는 대화에는 세간에 퍼진 친절하고 상냥한 선생의 이미지와는 다른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선생의 본 모습을 나만 알고 있다는 듯한 그 느낌, 그게 퍽 아코의 마음에 들었다.
선생에게 투덜거리는 모모톡을 보내면, 선생도 같이 투덜거리는 답장을 보내온다. 선생이 되서 학생의 투정도 받아주지 못하냐며 타박하면 선생은 선생대로 관심 없어요, 라며 되받아친다.
그리 몇 번 서로 투닥거리다가 서로 쌓여있는 업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시덥잖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머리 끝까지 차오를 법한 짜증도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고, 다시 펜을 잡을 힘이 생겼다.
말하자면 선생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셈이다, 라는 자기 마음 속으로 변명을 내뱉으며 아코는 선생의 답장을 기다렸다.
"오늘은 답장이 늦네요."
평소 같으면 수 분 내에 왔을 답장이건만 휴대폰은 삼십 여 분 째 조용했다. 아코는 혹여나 자기 휴대폰의 배터리가 떨어졌는지, 알림 소리가 음소거 되어있지 않은지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무엇 하나 문제가 없었다.
아코가 이마를 찌푸렸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짜증을 풀 길이 없으니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졌다.
아코가 휴대폰을 들었다. 감히 학생의 연락을 제 때 받지 않는 괘씸한 선생에게 항의의 전화라도 할 참이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미안, 잠깐 일이 바빠서.]
언제 얼굴을 찌푸렸냐는 듯 아코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코가 손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답장을 작성했다.
[선생님만 바쁜 줄 아세요?]
순식간에 답장을 보냈지만, 또 다시 읽지 않음 표시는 한참이고 사라지지 않았다. 아코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흥, 언제 연락해도 들어줄거라더니, 말로만 공수표를 던진거지.
휴대폰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한 번 모모톡을 보내려는 순간 알림이 울렸다.
[미안]
[많이 기다렸니?]
평소의 선생 같았으면 볼 일 없어요, 라고 답했을 텐데, 어쩐지 정중한 어투였다. 고개를 갸웃한 아코가 다시 한 번 답장했다.
[학생이 불렀으면 빨리 빨리 대답해주셔야죠]
[그리고 기다리긴 누가 기다려요]
[그러네]
[너무 무신경했어]
[무슨 일 있니?]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오히려 당황한 건 아코였다. 하지만 이내 삐뚜름한 미소를 띄웠다.
[장난 그만 치세요]
[재미 없어요]
아코는 자신만만하게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띄우며 그리 답했다. 선생은 짓궂은 면이 있으니 아코가 허둥지둥하는 꼴을 보고자 장난을 친 게 뻔했다.
실제로는 조금, 아주 조금 당황했지만,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채, 하다 못해 목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선생이 그걸 어찌 알아채겠나 싶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답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슨 장난을 말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먼저 기분 상하게 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오늘 많이 바빠서]
[급한 일이 아니면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할게]
[아니면 모모톡 남겨주면 나중에라도 답변 줄테니 그렇게 해줄래?]
[미안]
답장은 거기까지였다. 그 짧은 대화에서 몇 번의 사과를 받은 걸까. 먼저 대화를 끊는 법이 없는 선생치고는 드문 일이었다.
아코는 멍하니 모모톡을 쳐다보다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괘씸하게도 장난이 들통나니 도망간 게 뻔했다.
마침 내일 선도부에 선생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가뜩이나 지금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것도 혹여나 일에 치어 선생을 길게 만나지 못할까봐 아니었는가.
내일이 오기만 해봐라, 불만을 실컷 쏟아내줄테다. 아코는 술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 앞에 놓인 서류를 해치워내기 시작했다.
날이 밝았다. 아코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선생을 기다렸다. 고깝지만 선생은 나름 이 키보토스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였다. 선도부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그런 사람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그래도 오자마자 어제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아코는 토라진 그녀의 기분을 표현하려 팔짱을 끼며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는, 불만을 토해낼 준비를 했다.
"안녕, 아코. 미안해, 많이 늦었지?"
하지만 준비했던 불만이 입 밖으로 나올 일은 없었다. 선생이 들어오자마자 "바쁜 날에 왜 부르니."라며 불만을 토로할 거라는 아코의 예상과는 달리, 선생은 정말로 미안한 듯한 어투와 함께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과를 겸해서 간식거리 좀 사왔어. 나중에 선도부 애들하고 먹어."
"아, 그, 네. 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러니 나오는 말은 그리 더듬거리는 감사의 표현 뿐이었다. 선생은 "이런 거라도 해줘야지." 라고 답하며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은근히 휘어 보기 좋은 눈웃음 아래 거뭇하게 물든 눈가가 안타까웠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정신을 차린 아코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선생이라면 제 피로마저도 아코를 골려먹기 위한 재료로 쓸 사람이었다. 적어도 아코가 알고 있는 선생은 그랬다.
여기서 선생에게 더 휘둘렸다간 안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시 새침한 얼굴을 한 아코가 선생을 자리로 안내했다. 오늘은 선생이 선도부의 고충을 들어주는 날이었다.
달리 말하면 선생에게 합법적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하여 아코는 선생에게 온갖 불평을 늘어놓았다. 만마전이 무슨 횡포를 부리는지, 미식연구부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트리니티가 또 얼마나 이상한 트집을 잡는지.
비단 선도부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생트집에 가까운 것들도 있었다.
"고생이 많네, 아코."
그렇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아코는 그 말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위로에 마음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선생의 눈에는 진심이 서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코가 덜컥 말을 멈췄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늘 넘치는 장난기에 아코를 놀리기 바쁘던 선생이 진지하게 그녀의 고충을 들어주고 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긍정적인 모습임에도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아코가 고개를 휙 돌리며 내뱉은 말은 가시 돋힌 한 마디 뿐이었다.
"흥, 말은 쉽죠."
그리 말을 꺼내놓고서 아코가 곁눈질로 선생을 바라보았다. 학생이 선생에게 내뱉은 말 치고는 건방지기 그지 없을 답일텐데도 선생은 가벼운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렇지, 말은 언제나 쉽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오늘 이야기는 잘 들었어. 아코가 말했던 불만 사항은 최대한 고쳐질 수 있도록 조율해볼게."
선생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코는 그녀의 불만 사항을 받아적은 수첩을 갈무리하며 일어서는 선생에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들어가볼게. 언제나 고생이 많아, 아코."
세간의 이미지대로 미덥잖지만 상냥한 미소를 지은 선생이 그리 말하며 응접실을 나섰다.
공적인 업무가 끝났으니, 평소 같았으면 이제 선생은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손님 대접이 형편 없다고 투덜거리고, 아코는 그런 선생을 보며 학생 앞에서 모범이 되지 못한다며 둘이서 티격태격 담소를 나누었을 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서?
술렁이는 마음에 아코는 대꾸조차 없이 멍하니 선생을 바라보았다.
끼익, 하는 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아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과의 대화가 이렇게 끝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이상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할지 몰라도, 돌아가는 선생과 몇 마디라도 대화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영문 모를 감정을 풀어낼 길이 없어보였다.
"어라, 선생님, 어쩐 일이야?"
집무실을 나서려는 중 바깥에서 이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고리를 잡은 아코가 자리에서 멈춰섰다. 불안이 엄습했다. 이어지는 선생의 답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잠깐 땡땡이 치러 왔어."
"뭐야, 샬레도 한가한가 보네."
"사실 이오리의 다리를 구경하러 왔어."
"죽어, 변태!"
이오리가 화내는 소리에 이어 선생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아코는 웃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아코는 늘 선생에게 짜증만 냈다. 그리고 선생은 항상 학생에게 맞춰주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눴던 것도, 서로 불평 불만을 토로했던 것도 아코가 동질감을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나만 까칠한 게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게 아니구나, 나만 이리 불만을 가진게 아니구나, 하는 그런 동질감.
그제야 아코는 그녀가 선생에게 응석부리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철 없는 선생이 아코와 투닥거리는 게 아니었다. 되짚어보면 선생은 분명 철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어른이었다.
철 없는 척을 할 수 있는 어른.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도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
문고리를 놓아버린 아코가 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그대로 주저 앉았다. 아코가 선생에게 했던 언행이 스쳐지나갔다. 만일 그 자리에, 지금 선생이 선 자리에 아코 본인이 있었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선생이라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그저 받아들이고 맞춰줘야 했던 선생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문득 두려움이 엄습했다. 몸이 떨렸다. 아코가 자기 몸을 감싸안았다.
머릿 속에 선생의 그 미소가 떠올랐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아코의 불평 불만을 그저 받아들일 뿐인 선생의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웠다.
어쩌면 그게 닫혀버린 선생의 마음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솟아올랐다.
사과해야 했다.
그 문이 닫히다 못해 잠겨버리기 전에, 사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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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발언) 아코는 괴롭히는게 재밌음



댓글

  • 미류시즈
    2024/07/27 08:26

    귀찮은 여자

    (aKvEQ2)


  • GM-스파이스파이
    2024/07/27 08:27

    계획대로

    (aKvEQ2)

(aKvEQ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