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하치를 초기부터 따르던 두 명의 장수 중 한 명은 어이두 바투루인데
이 새끼는 공성병기가 부족하니까 그냥 병사 몇 명 이끌고 성벽에 올라가서 무쌍을 찍은 뒤 성을 함락한 미친 놈이었다.
한편 그런 어이두에게 활약이 밀리는데다 후금의 개국공신, 오대신 중에 가장 비중이 적은 축인 인물로 안피양구가 있었는데, 사실 이 인간도 약한 이는 아니었다.
예컨대, 1583년 8월 후지 전투에서의 그의 활약상이 그렇다.
누르하치 휘하의 장수,
기오르차 안피양구.
"...그 소식이 사실이냐?"
안피양구 휘하의 구추(종사), 바순
"...예. 어전(주군). 닝구타 연맹(누르하치의 세력) 내에서 저희 누르하치 버일러께 반대하는 일족들이 하다의 군대를 빌려 버일러를 제압코자 합니다. 이미 진군중이랍니다."
하다 : 해서여진계 세력. 본래 여진 최강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었으나 완 한의 사망 이후 세력 내의 내분과 여허의 침략등으로 현 시기에는 약화되었다. 하지만 이 당시 누르하치 세력보다는 훨씬 강성했다.
이들은 닝구타 연맹 내의 친족관계를 이용해 문제에 개입했다.
"...위치는?"
"이미 후지 인근입니다. 버일러께 알려서 지원병들을 데려와야 겨우 상대가 가능할 겁니다."
"...버일러께 지원 요청을 하지 않는다. 한 시가 급하다. 내 휘하 12명만 이끌고 간다."
"자살행위입니다. 어전. 하다의 군대가 못해도 수백명은 될 겁니다!"
"상관 없어. 어전의 백성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따르기 싫으면 따르지 마."
"...여진족 가오가 있지 여기서 내빼는게 말이 됩니까? 따르겠습니다."
안피양구 휘하 12명의 용사들은 그렇게 후지로 기동했는데, 상황을 추정해 보자면 당시 후지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근 전력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후지를 기습한 후 노획물을 분배하고 있던 하다군을 발견하게 되는데...
"적이 노획물을 분배하는데에 정신이 팔려 있다곤 하나 최소 우리의 10배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내 뺄 놈 없지?"
"있겠수? 할 말 없으면 바로 갑시다."
이 날, 안피양구는 12명의 병사로 노획물 분배에 빠져 있던 하다군을 급습, 당황한 하다군은 안피양구가 이끄는 군대의 숫자를 파악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급히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40여명의 병사를 잃고 노획물을 모두 내버렸다.
후일 안피양구는 이런 전과들과, 풀기야치 전투 당시 누르하치의 목숨을 구한 전공으로 숑코로 바투루의 칭호를 받게 된다.
출전 : 『만주실록』, 『청사고』권225 안피양구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