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200km를 넘은 양산차의 어이 없는 탄생 배경

(때는 1948년 영국 재규어 사)

흑흑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 우리도 드디어 자동차 만들 수 있게 됐어ㅠㅠ

솔직히 그 동안 개고생 하긴 했죠

전쟁 났다고 전투기 만들랴 탱크 만들랴 회사 이름도 바꾸랴 온갖 생고생을 했잖아요

(ps. 원래 재규어의 회사명은 스왈로우 사이드카였는데 이거 약칭이 SS라서 그만...)

ㅇㅇ 이제 기름 쩐내 나는 군용차들 생산은 집어치우고 우리의 본업인 고오급 자동차로 돌아갈 때다

돈 많은 부르주아 나리들 주머니 오픈시킬 수 있는 걸로 뭐 하나 기깔나게 준비해 둔 거 없냐?

안 그래도 예전에 공군 애들 전투기 엔진 생산하면서 배워둔 게 있습니다

그걸로 한 번 만들어 봤죠

응애 나 재규어 XK I6

3400cc짜리 귀여운 엔진이에요

...겨우 3400cc? 옆 동네 롤스로이스는 5000cc 짜리를 내놓던데?

지금은 터보고 뭐고 없는 시대라서 배기량이 성능이란 말이야

어차피 지금 다들 전쟁 때문에 돈 없어서 기름 퍼먹는 차 내놓으면 안 팔립니다

그리고 이거 카탈로그상으로는 성능 개쩔어서 문제 없을걸요?

쩝 우리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긴 하지

그래서 이거 최고속도는 얼마나 나오냐? 테스트 해봄?

어... 그게 말이죠...

원래는 마크 V 라고 계획된 신차가 나오면 거기에 얹어서 테스트 해볼려고 했는데...

(재규어의 고오급 세단 마크 V)

크아악 개색기들아 나 양산 좀 시켜달라고 (양산 2년 째 밀림)

지금 상황이 이래서 저 놈 양산될 때 까지 기다리다간 엔진이 구식이 될 겁니다

마침 저 놈 재활용해서 땜빵용으로 만든 차가 하나 있으니까 이걸로 테스트 한 번 해보죠

짜자잔 재규어 XK120이에용

야 좀만 이거 왜 차체가 알루미늄이냐? 강철은 어디다 갖다 팔았어?

정부 놈들이 건물 올리는 데 들어가는 철도 없다고 알루미늄 대신 쓰래요

대신 무게는 많이 가벼워져서 한 120마일(약 193km/h) 정도는 나올 듯 합니다.

....야 120마일? 그랑프리 레이스(F1의 전신) 나가는 애들도 120마일 겨우 찍는데 이게 양산차에서 된다고?

ㅇㅇ 가능합니다. 괜히 우리가 이름을 XK120이라고 붙였겠음?

쩝.... 일단 테스트는 해본다.

만약에 진짜로 120마일 넘으면 역대급 신기록이니까 기자들도 한 번 불러서 인증 때려봐야지

(영국 언론들)

엌ㅋㅋㅋ 이 새끼들이 양산차로 120마일을 찍는다고? 과대광고 지렸네ㅋㅋㅋㅋ 이건 박제각이다ㅋㅋㅋㅋ

그리고 성능 테스트 예정일, 벨기에의 Jabbeke의 어느 시골길

에... 그러면... 저희 회사의 신형 차량의 최고 속도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짝짝)

잘 해보십숔ㅋㅋㅋㅋ 100마일(약 160km/h)만 나와도 기적이겠네ㅋㅋㅋㅋ

자 그럼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겠습니다잉~

쿵짝짝 쿵짝짝

132마일 (약 213km/h)

...200km 네?

200km 야?

200km 라고? (본인들도 예상 못함)

어... 음....

저희가 200km의 벽을 돌파했습니다 여러부우우우우운!

ㅅㅂ 이건 특종이다! 영국 자동차 업계가 업계 탑을 찍었다!

ㅁㅊ 200km 넘을 수 있는 차가 나왔다고? 이건 무조건 산다 내 돈 가져가요 재규어!

그렇게 재규어의 XK120은 세계 최초로 200km의 벽을 돌파한 양산차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가지게 되고

전후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12055대 라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후 영국 자동차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등극하게 됨

그리고 영국이 이걸로 기세등등 해진 걸 보고 꼴 받은 다른 나라들은....

(메르세데스-벤츠 300SL)

ㅅㅂ 영국 놈들이 200km 좀 넘었다고 나대네? 꼴 받네? 기술의 독일을 보여주마 새끼들아 (242km/h 기록)

(쉘비 코브라 마크 3)

원래 직빨 원툴은 미국이라는 거 잊었음? 355마력 엔진 간다 딱 대ㅋㅋㅋㅋ (266km/h 기록)

(람보르기니 미우라)

페라리 새끼들도 꼴 받지만 니들 나대는 게 더 꼴 받는다. 이탈리안 스포츠카가 뭔지 보여주마 (275km/h 달성)

재규어가 나대는 걸 보고 빡돌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후의 부흥하는 경제성장을 원동력 삼아 미친듯한 최고 속도 경쟁에 매달리게 되며

이후 1990년대 까지 이어지는 스포츠카의 황금기를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