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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해주세요

심야의 식당이 문을 닫기 직전, 혼이 나간듯한 사내가 들어와 술을 주문했다.

연거푸 술을 들이켜는 사내의 모습은 가게 주인에게 궁금증을 일게 했다.

"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손님? "
" 예 실은 말입니다, "

사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제가 귀신을 보았습니다. "
" 귀신 말입니까? "
" 정말입니다! 그 끔찍한 몰골이...! "

겁에 질린 얼굴로 부르르 몸을 떤 사내는 술을 한잔 들이켰다.
흥미가 생긴 주인은 밑반찬이나마 안주를 권하며 물었다.

" 어떤 귀신을 보셨습니까? "
" 모르겠습니다. 그냥 목이, 목이 천장에 닿을 만큼 길게 뻗은 귀신이었습니다. 턱이 비틀린 입에서는 보랏빛 혓바닥이 늘어져 있었고, 눈알 구멍이 한껏 벌어져 언제 눈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으으...! "

사내는 말을 하면서도 또 그 모습이 떠오르는 듯 떨었다.

" 어젯밤 그 귀신을 보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이 방에서 혹시 목을 매달고 자살한 사람이 있었냐고요. "
" 아, 그 목이 "
" 예, 매달려 있었거든요 목이... 그런데 집주인 말로는 신축 건물이라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냥 제가 몸이 허해서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가 잠든 사이에 그것이 도착해 있었더군요. "

사내는 떨리는 눈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덩달아 긴장한 얼굴의 주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 만족도 평가 문자 말입니다. "
" 만족도 평가 문자요? "

주인의 의문에, 사내는 대답 대신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귀신 배송 서비스의 만족도를 평가해주세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만족도 평가하기 ★☆☆☆☆ (별점 5.0 만점) ]

" 이게 무슨? "

문자를 본 주인은 황당한 얼굴이었지만, 사내는 진지했다.

" 저는 누가 이런 장난을 쳤나...아니, 제발 장난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별점 1개에 쌍욕을 적어 냈습니다. 그랬더니 방금 제가 잠들기 전에...나타났습니다. "
" 나타났다는 건...? "
" 예, 귀신이요. 물에 퉁퉁 부어서 썩은 살점이 떨어져 내리는 귀신이 말입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

사내는 덜덜 떨면서, 공포를 잊으려는 듯이 술을 한잔 더 들이켰다.
그 모습에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주인은, 괜히 문밖을 한번 쳐다보았다.

" 저, 정말 무서우셨겠습니다. "
" 다시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더 걱정인 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도착한... "

사내는 핸드폰 화면을 밀어서 새로 도착한 문자를 보여주었다.

[ 귀신 배송 서비스의 만족도를 평가해주세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만족도 평가하기 ★☆☆☆☆ (별점 5.0 만점) ]

" 아! "

주인은 놀란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사내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잠깐 "음" 생각해보던 주인은 제안했다.

" 그럼 이번엔 별점 5점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평가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오늘 또 귀신이 나타난 건, 어제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한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가 아니었을지.. "
" 그럴까요? 정말 그렇게만 하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까요? "
"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사내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 빨라졌다.

"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그 말대로만 된다면요. "

사내는 술을 한잔 더 들이킨 뒤, 핸드폰을 양손으로 잡았다. 별점을 최대까지 올린 뒤 평가 글을 쓰는 사내. 주인도 긴장한 얼굴로 같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 정말로 훌륭한 서비스였습니다. 귀신 배송 서비스에 매우 만족합니다. ]

사내는 평가 완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떨리는 손으로 평가하기 버튼을 눌렀다.
한데?

" ?! "
" ?! "

화면 속 새로운 팝업창이 뜨면서 떠오른 문구는, 두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겠습니까? ]

" 으악?! "
" 이,이런? "

너무 놀란 사내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 어, 어떡합니까? 이거 어떡합니까?! "
" 취소! 신청 안 함 누르세요! 취소를! "

주인도 덩달아 급하게 외쳤고, 사내는 얼른 신청 안 함을 눌렀다. 
그리고 화면이 사라지자, 둘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걸로 되었겠죠? "
" 예. 아마도 이젠 더 귀신이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
"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내일 밤 귀신이 나타나질 않는다면, 사장님께 꼭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오겠습니다. "

사내의 말에 가게 주인은 환영했다. 안 그래도 그는 사내의 결과가 몹시 궁금했고, 사내가 다시 나타나서 꼭 얘기해주었으면 했었다.

.
.
.

동이 틀 무렵. 혼이 나간듯한 남자가 경찰서를 찾아왔다.

"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

남자의 표정을 살핀 경찰이 빠르게 응대하자, 자리한 남자가 떨리는 입을 열었다.

" 실은 말입니다. 제가 귀신을 보았습니다. "
" 네? 귀신이요? "

경찰은 남자에게서 술 냄새가 풍기는지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르르 몸을 떤 남자는 말했다.

" 저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은 본인이 귀신을 보았다며-. . . "

남자는 간밤의 일을 풀어서 설명했다. 그 뒷이야기로는,

"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저는 사내에게 마음이 쓰여 제대로 된 안주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한 뒤 주방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았을 때...그 손님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자리에 술만 남겨놓고 사라진 겁니다. "

눈살을 찌푸린 경찰은 "음." 물었다.

" 무전취식을 신고하러 오신 겁니까? 그 사내가 이상한 말을 지어내서 무전취식을 했다는 말씀이신지? "
" 아니요. "

고개를 흔든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 그 사내가 사라지자마자, 저에게 이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

[ 귀신 배송 서비스의 만족도를 평가해주세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만족도 평가하기 ★☆☆☆☆ (별점 5.0 만점) ]

남자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 귀, 귀신입니다 귀신. "
" 흠. "

문자를 확인한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 가게 구조가 어떻게 되죠?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충분히 도망갈만한 시간이었던 건 아닐지요? "
" ... "
" 아마 그런 수법이 유행하나 봅니다. 귀신이라기보다..마시던 술이 남아있었다고 했잖습니까? 그럼 귀신은 아니겠지요. "
" 그럴까요? "

남자는 애써 안심하려는 듯 되물었고, 경찰은 무전취식이라며 다시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남자는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 그럼 이건 어떡하지요? "
" 글쎄요? 그냥 무시하시던가, 아니면 뭐 마음대로 하셔도. "
" ...그럼 몇 점을 주는 게 좋을까요? 귀신이 다시 나타나기라도 하면 "
" 아니 귀신은~ "

경찰은 "하" 슬슬 짜증이 나는지, 대충 어울려줬다.

" 그럼 만점을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분도 1점을 줬다가 다시 귀신이 나타났다고 하셨으니. "
" ... "

남자는 잠깐 망설이더니, 별점을 최대로 올리고 평가 메모를 작성했다.
그 사이, 경찰은 뒤돌아 사건 접수를 위한 서류를 뒤적거렸다.

" 일단 무전취식으로 신고를 하실 거면~, 응...? "

다시 남자 쪽을 돌아본 경찰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눈동자만 좌우로 움직였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던 남자가...어디로 간 걸까?

" ... "

서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는 경찰.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남자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두 눈이 흔들리는 경찰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던 그때,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 귀신 배송 서비스의 만족도를 평가해주세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만족도 평가하기 ★☆☆☆☆ (별점 5.0 만점) ]


떨리는 얼굴의 경찰은 고민했다. 몇 점을 줘야 할까...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9/05 23:31

    이번 이야기는 약간, 최신 도시괴담? 같은 걸 노리고 써봤습니다;
    1점으로 매우 불만족을 주면 귀신이 만족시킬 때까지 다시 나타나고, 만점을 주면 그 사람이 귀신이 된다는 식의 도시괴담...! 흐하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명확한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할게요! 300개에 가까운 이야기를 쓰다보니 가끔씩 헛나갈 때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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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tdogun 2017/09/05 23:48

    난 2.5를 줘봐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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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변인 2017/09/05 23:58

    의외로 정기구독이 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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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파파 2017/09/06 00:55

    평가를 안하면 장땡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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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leaf 2017/09/06 01:10

    4점 주면 다시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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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시락 2017/09/06 02:34

    1점. 남자귀신은 무섭지가 않고 물귀신은 너무 혐오감이 드네요. 전 여성 공포증이 있습니다. 젊고 예쁜 여성이 말을 걸면 무서워서 말도 더듬을 정도에요. 다음 배달때는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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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ritasLxmea 2017/09/06 02:36

    복날님 글 매번 너무 재밌게 보고있지만
    오늘은 1점을 주고싶네요.
    좋은 글 계속 보고싶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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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탕맛있어 2017/09/06 04:55

    아무것도 안누르고 핸드폰 다시는 안 열어 볼래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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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고양이 2017/09/06 10:37

    오늘건 이해가 잘..ㅜㅜ
    식당 주인하고 경찰은 귀신을 본건가요?
    왜 갑자기 문자가 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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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스톤 2017/09/06 11:36

    인큐버스 배달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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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개 2017/09/06 15:25

    이쁜 처녀귀신 배달될때까지 평점 1줍니다.
    그뒤 이쁜 처녀귀신 나오면 평점 안주면 됨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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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드 2017/09/06 22:06

    이번거는 기묘한이야기 삘이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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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모 2017/09/07 00:33

    토해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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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누나 2017/09/07 01:40

    행운의 편지 같은건가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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