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뮤니티가 왜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가라는 글을 보고
이것저것 생각이 나서 그냥 한 번 써 보는 글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까지는 전공 관련 서적 말고 인문서 소설 등을 꾸준히 읽었다가 졸업 이후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어요.
출판사 근무 경험까지 있는데 ㅋㅋ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제가 책을 읽지 않게 된 이유를 말해볼까 해요.
1. 여유가 없다.
일을 하다가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일단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책이나 문화 콘텐츠는 정말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서,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죠. 살기 바쁘니까.
2. 시간이 생기면 다른 것을 읽는다.
책을 참 좋아하지만, 시간이 나면 그 몇 시간 안에 완료가 가능한 콘텐츠를 찾습니다. 인터넷에 여러 웃기는 게시물이나 인터넷에 다른 읽을 거리들. 혹은 영상을 보죠. 저는 넷플릭스를 결제해서 보고 있고, 유투브도 보고. 대체재가 너무 많아요.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시간 나면 게임을 하시죠.
3. 제 취향에 맞는 읽을만한 한국 책이 많이 없습니다.
서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회사 근처 교보문고 영풍문고를 제 집 드나들듯 다니죠. 그리고 알라딘도 가고.
전 박경리 토지를 고딩 때 다 읽었고 이문열 사람의 아들 등도 대학 때 읽고 로마인 이야기를 참 좋아해서 (물론 시오노 나나미가 쓴 것이 거의 소설급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다 읽었어요. 한 질이 16권 20권 이렇게 되어도 읽었어요. 그런데 이후 제 취향에 맞는 책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자연히 한국 작가들하고는 서서히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이 때는 사실 제가 책을 편식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 유미리 무라카미 류 오쿠다 히데오 등등 그리고 혹은 아쿠타가와 수상 작품들 같이 일본 작가들에 푹 빠졌어요. 그러면서 의심하게 됐죠. 한국 작가들 중 많은 수가 일본 작가들의 문체는 물론이고 주제의식까지 카피하고 있다라고.
그런데 일본 문학도 계속 읽다보니 제가 그런 류를 많이 읽어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심리 묘사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해야 하나? 좀 물리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출판사 일하면서 보니 일본도 작가주의보다는 산업으로 소위 잘 팔리는 쪽으로 책을 쓴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지금은 영미 원서로 넘어갔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인 파이 이야기나 여러 영미권 작가들의 수준 높은 글들을 접하니 뭔가 깨이는 느낌이더라고요. 정말 괜히 문화 수준이 높은 게 아니다 라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도 많이 넓어진 것 같고.
그러니 한국 작가들에게 다시 돌아갈 일이 없더군요. 정유정이 히트를 치니 너도 나도 영화 각색을 염두에 둔 문체들도 지겹고. 지금은 만약 책을 집더라도 인문서이건 문학서이건 영어 원서를 볼 것 같아요. 우리나라까지 알려진 책들은 대부분 수준 높고 정말 괜찮은 것들이기도 하고요. 과학서는 아직도 가끔 한국 책들을 읽지만 철학 인문학 문학은 집어서 읽다가 그냥 내려놓게 됩니다.
4. 읽고 감상을 나눌 이가 없다.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인간이 없습니다. 제가 남자라 그런가 제 또래 친구들은 죄다 게임 아니면 술입니다. 술 마시면서 이야기 주제도 정치 축구 그거 아니면 친구들 이야기 혹은 그냥 사는 거 힘들다 이런 수준이니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거나 하면 대화 맥락에서 벗어나거나, 아니면 잘난 체한다고 핀잔을 듣지요. 예전에는 독서 커뮤니티도 갔지만 사실 우리나라 독서 커뮤니티는 어느 새부턴가 친목 비슷하게 변했더라고요. 2000년대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그리고 대부분 선정 도서들이 일방적이다 보니 그다지 건질 것이 없는 책도 읽어야 하는 점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책을 자유선정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에서 제가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시지프스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니 주위 분들이 너무 머리 아파 하시더라고요. 당시에 제가 좀 말주변이 부족해서 그런가 재밌게 전달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관심사가 참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5. 책을 읽는다고 내 삶이 더 풍부해지고 알차지지 않는다.
요새 많은 학부모님들조차 자식에게 책을 읽어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삶에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란 걸 체감한 건지, 아무튼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 책은 더 이상 머스트해브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별 거지 같은 책도 많습니다. 그치만 반대로 마음의 양식이 되는 양서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현실 속 일상은 우리가 책에서 읽은 지식을 응용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고, 업무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사실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스킬들. 교육자, 경영자나 기획자 정도 되어야 책을 읽고 기른 안목을 활용이나 할까? 다른 업무 분야는 책을 읽고 활용할 지식보다는 업계 동향이나 보고서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만큼 지식이 늘었구나 라는 자기 만족 이외에 딱히 지금의 현실을 바꿔줄 힘이 책은 부족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절대 아니지만요.
쓰고 나니 뭐 이리 쓸데없는 변명을 길게도 써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렇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어왔던 독서인으로써 아쉬운 맘에 이렇게 써 봤습니다.
이건 조금 다른 관점이지만 제 스스로 나이를 먹으며 안타깝고 무서운 점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는 점이더라고요. 무슨 일을 봐도 무덤덤하고 그러려니 하니까 그래서 궁금한 것도 줄어들고, 더 알아볼 의지도, 시간도 없어지더라고요.
그 댓가는 아마도 클 것 같습니다. 진실을 탐구하려는 의지, 순수한 호기심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동안 우리 모두 목도했지요. 썩은 상명하복에 기반을 둔 권위주의와 권력으로 인한 정보의 왜곡, 물질을 향한 탐욕과 무지, 그리고 야만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군림하였죠.
이 글을 쓰고 나니 제 자신을 조금 돌아보게 되네요. 다시 한 번 책을 꾸준히 읽어보도록 노력해 봐야지 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https://cohabe.com/sisa/35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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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점이 정말 많네요. 시간이 점점 귀하다보니 우리집도 신간으로 모험안하고 주로 고전위주로 사더라고요. 고전은 번역 새로 잘 됐다 하면 있는책도 또 사고.
이미 검증된 고전이나 좋아하는 옛날작가 반복해보는걸로도 이미 시간이 모자라요. 그래선지 우리문학판 돌아가는 건 전혀 모르게됐어요.
2번이 특히나 공감되네요. 사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정신력을 소모합니다. 읽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해를 해야 하니까요. 하물며 정말 가볍게 쓰인 인터넷 소설을 읽더라도 나중에는 지치게 됩니다.
거기에 반해 유투브를 보거나 예능을 보는 등의 행위는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덜합니다. 거기에 시간의 문제도 있죠. 장편소설을 읽는다면 짧아도 두 시간은 소요가 될 테니까요. 다른 매체는 즉발적으로 재미를 얻을 수 있는데(각종 레전드 특집을 찾아본다거나!) 책의 경우는 어떤 지점까지는 재미를 얻기가 힘듭니다. 몇 장 안 읽었는데 재밌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우니까요.
모든 것들이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피부로 와 닿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글을 쓰고는 있지만 잘 읽지는 않아요. 스트리머들 영상은 그렇게나 찾아보면서 말예요.
다른 것 보다는 삶에 치여서가 아닐까해요
저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썪은 나라인지, 제가 얼마나 사회체제에 적응해서 순하게만 살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지식이 늘어날수록, 적폐가 눈에 보이고, 기득권의 야비함이 눈에 보이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그걸 이겨낼 자원도, 동지도, 현실에선 부족해 보여서 화병만 생길거 같습니다.
독서량은 몇 년 전부터 2일에 한권 정도 1년에 170권정도, 분야는 철학,사회학, 심리학, 과학, 역사, 예술, 문학, 종교, 경제, 경영, 자기계발, 가리지 않고 두루 두루 넓고, 중간깊이로 읽고 있습니다.
처음엔 독서가 즐거웠는데요.
이제는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대한민국이 싫습니다.
그래서 책읽기를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미 중독되서 그것도 불가능 합니다.
폐인될까 두렵습니다.
그냥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꾸 올라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네요.
"잘 못된 나라에서, 잘 적응해서 아무일 없이 잘 먹고 잘 사는게, 진짜 잘 사는 것일까?"
저같은 경우엔 스마트 폰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에요. 그 전엔 도서관에서 매일 5권씩 빌려 밤새도록 책 읽다가 반납하고 또 빌려서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는데 지금은 한달에 한권도 안 읽게 되었어요. 글쓴님이 쓰신 것처럼 대체제도 많고, 뭔가 이제 책을 읽으려고하면 큰 맘 먹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독서라는 행위가 참 매력적인데 안타깝죠 ㅠㅠ
단편집 같은 거 보시는 건 어떠신지
다른 부분은 공감이 되는데, 5번은 조금 공감이 덜 되어 조금 적고 갑니당. 저는 독서를 하는 행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특히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 독서부족 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문학소설을 읽는 이유가 나와 네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듯 독서가 단순 정보, 지식의 쌓기 위한 것이라기보단 타인을 이해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에서 하기 싫어도 타인에 대해 이해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만, 독서를 통해 미리 사람에 대한 공감도와 이해도를 높여 놓으면 요즘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힘듦을 토로하는 경우가 조금 적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독서를 통해 당장 실생활에 응용되는 건 없을지라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감' '이해' 를 높이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내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당.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다른 부분들은 저 또한 그리 느끼는 부분이라 공감이 많이 가네요. 특히 1번이 압도적이라 생각해요. 독서는 생각보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인데, 그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으니 자꾸 멀리하게 되네요.
1번 특히 공감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일단 서점의 베스트셀러 란이 정말 양질의 책들, 많이 찾는 책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마케팅의 산물이라 그런지 영양가 없는 책들이 많아요. 자꾸 그런책들이 주변에서 좋다고 하니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양질의 책의 기준에 혼선이 오고, 또 더이상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상위권 리스트에서 찾기가 힘들어진 탓도 꽤 많이 작용했어요. 예전엔 한달에 50만원씩 써가며 책을 샀는데, 요즘은 2~3만원도 안쓰는 느낌...
다른건 몰라도 돈버는 분야에선 책이 아무 쓸모 없음. 책이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야 함
저도 전에는 많이 읽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지고 있어요. 주위의 시선 , 시간, 활용도 등등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책을 완전히 놓아 버릴거 같아 모임도서라도 읽어 보려 하는중이에요. 책은 읽다보면 사고력이 느는거 같아요. 티나지는 않지만 생각은 다양해 지는거 같긴해요. ^^
그냥 다른 것들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 아닌가요
정말 책이 재밌게 느껴진다면
티비볼시간에 책보고
인터넷 할 시간에 책보고
심지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밥먹을 동안에도 책보죠
책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는것도 책을 안읽게 되는 이유라고 봅니다
티비, 드라마, 영화는 그냥 잘보면서
책에는 뭔가 읽고나서 여운이라도 남아야 하고 얻는게 있어야 하고...
물론 그런것들이 있는게 더 좋긴하겠지만 없어도 괜찮잖아요
그렇죠. 책보다 재밌는게 너무 많죠.
제가 연애 안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흥미로운 즐길거리도 늘었고, 한국책은 딱히 읽을게 없고, 일본책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고...
킨들 사용하면서부터는 영어권 책 위주로 읽다보니 워낙 볼게 많아서 굳이 돌아갈 이유도 모름.
전 책을 좋아하는데 1번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네요ㅠ 책은 여유시간이 생길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맞아요 어릴 때 권장도서로 철석같이 믿고 읽었던 책들이 지금 보니 쓰레기인 것도 있고 그렇더라고요ㅋㅋ
혹시 시지프스의 신화는 어떤 출판사 책을 보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전 3번에 극공감요.
미국문학에 대해서.. 참 대단하게 생각해요.
미드도 잘 보는데 그 이유는 그들 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심리상태가 자세해요.
우리나라 드라마 보면 어떤 틀안에 갖혀 있다는 느낌 답답하고 좀 말이 안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죠.
우연도 많고.
미국의 작가들이 배우는 방식은 수 없이 읽고 감상평내고 자신만의 느낌. 그리고 수 많은 작품들
현실세계에서 겪었을만한 에피소드. 등등 개개인의 심리가 등장인물마다 잘 드러나서 그 얽힘이 너무 자연스러워 푹 빠지죠.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해서 또!오해영이나. 미생 같은 작품들이 참 좋았어요. 주변인물들 심리나 환경에 맞춰서 자연스러움이 나왔거든요. 오해영같은경우 엄마의 나래이션이 직접적이여서 더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 어떤 환경에서 자라서 이런 심리와 행동을 하는 구나하는 이해도가 좋았어요.
그래서 재미있었구요. 그덕에 인문학에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심리학도 읽어보게 되더군요.
아 네멋데로해라라는 십여년전의드라마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기 시작했죠.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다른거 다 필요없고 누가 괜찮은 작품 써내면 베끼는 짓만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장르불문하고 색다른 글이 나왔다 싶으면 일주일도 안되서 따라한 작품들 천지고...
책은 별로 안읽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글은 많이 읽는듯
신문이나 웹사이트 게시글 등등
학창시절엔 소설을 많이 읽긴 했는데 지금은 고것보다 재미난 읽을거리가 많으니까
작성자 이분은 허접한 내 얘기도 잘 들어줄 것 같은 느낌.
읽기 싫으면 이제 글을 써보세요. 아 이미 하셨군요. ㅎ
책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저급한 글을 읽는 것보다 성현들의 좋은 글 고전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서 위로 또한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