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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면 보고싶고, 만나면 짜증나는 오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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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셋이서 노숙하는 풍경한번 그려보자.
셋 뿐이지만 성격은 극과극을 달리는 편이다.
좀 덤벙대고 털털한 상훈은 낚시에 집중하면 바로옆에서 말을해도 듣지 못할만큼 집중하는 편이며, 잡은 고기는 크건작건 담아둔다.
난 낚아올린 고기에서 손에 비린내가 묻을까봐, 목장갑을 끼거나 수건으로 고기를 잡아서 바늘을 뺀다.
그나마도 잡은 고기들을 곧바로 살려주는 편이다.
판호는 낚시는 잼병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애초에 싫은것에 관심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여태 캐스팅조차 못한다.
다만,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잡아올린 고기들을 어망에 담으며 메뉴를 생각하곤 한다.
각자 함께하지 못하는 날에도 노숙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다니지만, 노숙하는 방법에도 비슷한면이 없다.
상훈은 크고 비싸고 브렌드 마크가 크게 보여지는 용품들을 필요성과 상관없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수없는 노숙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용품들을 세팅 할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힘겨운 싸움을 한다.
난 초간단 장비만으로 버티는 노숙을 좋아한다. 철수할때 시간이 걸리는걸 도무지 참지 못한다.
사용한 장비나 용품들은 바로바로 접어서 넣어둔다. ‘이제 돌아갈까?’ 생각이 들면, 10여분 이내에 출발할 만큼 세팅해 둔다.
판호는 아기자기 한 용품들을 많이도 챙겨서 다닌다. 마법의 주머니처럼, 말만하면 차에서 바로바로 꺼내온다.
그 많은 용품들의 사용법을 집에서 숙지한 다음 노지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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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아닌데도, 거대한 오븐속에 든 세상인냥 미친듯이 따끈한 오후에,
소나무 그늘아래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 꺼내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
그늘 아래서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하지만, 충전용 선풍기가 없으면 정신줄 놓을듯 하다.
상훈은 사방을 개방한 쉘터에서 선풍기 켜두고 전화기로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크게 웃기도 하고, 시선이 휴대폰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햇살 따가운 시간에 판호가 화롯대를 꺼내 불을 피우고 있다.
감자탕은 끓이는 시간이 있으니, 미리부터 불위에 올려둘 모양인듯 싶다.
“판호야~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집에서 다 준비해서 할것도 없어요.
불위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유튜브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상훈이 소릴 지른다.
“야! 새꺄!
이 뜨거운 여름에 니가 공기 데울라고 불질하냐?
저녁에 해 임마!”
“저녁에 시작해서 12시 넘어서 먹을래?
새꺄! 너만 아니면 감자탕 할 필요도 없어, 임마!
냉큼 내려와서 니 쳐먹을 감자탕 불이나 피워라!”
전면과 측면의 크기가 똑같은 둘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개콘보다 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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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지에서 감자탕을 만들어 먹을거라는 상상을 해본적이 없지만, 판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음식이고,
판호에게 배운대로 한번 해봤더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노숙을 나서기 전, 집에서 등뼈의 핏물을 빼고 데친다. 먹을만큼 랩에 담아서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시래기에 양념을 한다음 적당량씩 랩에 담아서 준비한다.
감자탕은 오래도록 푹 고아주는게 최고의 비법중 하나다. 겨울 노숙중에는 최고의 메뉴가 아닐까 싶다.
여름에 감자탕이라…..
조명켜진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았다.
냄비 하나에 완성한 감자탕을 올려두고, 화롯대엔 또하나의 감자탕이 끓고있다.
상훈은 막걸리 한모금에 뼛살을 발라내는 중이다. 뼈에서 광이날 지경이다.
손가락에 양념이 묻는게 싫어서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내는 날 보더니, 판호가 한소리 한다.
“이야~ 참, 손 많이가는 사람이네요~
먹고 씻으면 되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벌써 비닐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낸 접시를 건낸다.
“안주 좀 먹어요.
그렇게 먹으니 살이 안찌지~”
입에 음식을 가득 넣어두고도 답답하면 참지 못하는 상훈이 입에 든 음식을 바이든하며 말을한다.
“그건 그렇고, 형님 뱃살은 어떻게 처리했어요?
나도 뱃살좀 빼야하는데….
고혈압, 고지혈, 당뇨까지 위험 수치라고 하더라구요.”
상훈의 입에서 튄 음식을 막으려고 접시로 감자탕 냄비를 가리며 판호가 소리친다.
“야! 이 개새끼야! 좀 쳐먹고 나서 말을해라!
아휴, 저 더런새끼!”
상훈은 천성이 그런건지, 같이 식사를 하면 한번씩 음식을 뱉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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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보게되면 판호랑 나는 파편이 날아간 근처로는 숟가락도 가지 않는다.
“응, 지난 겨울 검진받고 보니 너처럼 비슷한 상황이더라.
그때 허리가 33인치 나왔는데, 지금은 29.5 까지 내렸어.
두달만에…..”
“응? 어떻게요?”
“쉬워, 아침 점심을 정상으로 먹고, 저녁만 관리를 했어.
고기를 먹을때는 쌀을 안먹고, 쌀을 먹을때는 풀떼기만 먹었어.
딱 두달만에 줄더라, 운동도 없이….”
“나도 해봐야 겠네요.”
“니들은 임마! 담배부터 끊어라! 시키들아!
담배 피면서 바닦에 침뱉는거! 더러워 죽겠다!”
둘다 공감한다는 듯 한동안 미친듯 웃는다.
“우리집이 주복 이잖아요?
저녁에 한번씩 편의점가서 술 한번씩 사러갈때가 있는데, 휴게실처럼 벤치하고 재털이가 몇개 있어요.
그기를 지나야 편의점으로 가는데, 햐~ 진짜 스무살도 안된거같은 년놈들이 어찌나 침뱉고 가래뱉고….
그기는 완전 지뢰밭이야. 밟지않고는 갈수가 없어.”
“사돈 남말하지 막구! 쉐리들아! 니들도 똑같아 임마!”
“우린 그래도 그만큼은 아니지…..”
“오십보 백보! 들어봤냐?
니들 여기서 침을 몇번이나 뱉은줄 아니?
더러워 죽겠다 시키들아!”
한동안 안보이면 궁금하고 보고싶고, 만나서 하루만 있으면 짜증나는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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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할 시간이다.
같이 출발하려면 적어도 두어시간은 기다려야 하기에 보통은 내가 먼저 출발하곤 한다.
“조심해서 가라~ 다음에 보자~”
출발 하려는데, 조수석 문을 열며 판호가 뭔가 건낸다.
“형, 밥이 보약이란거 알죠?
이거 써봐요.
내가 써보니까 너무 좋아서…..
운전 조심해서 들어가요~”
밥솥하나가 들어있다.
난 뭘 보내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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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독야] 2023/06/09 10:05

    글 쓰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시는것도 호호호….
    잼 납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eBEIyq)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3/06/09 10:16

    글은 연습 중입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느라 여러가지로 테스트 중입니다.
    여기는 게시물이 뜸해서 올리려니 도배하는 기분이라
    페이지 잘 넘어가서 숨겨지는 자게로 갈까합니다.
    독야님도 늘 건강한 시간이길 바랍니다.

    (eBEIyq)

  • [독야] 2023/06/09 10:26

    ^^ 행복 가득한 불금 보내세요

    (eBEIyq)

  • lbki 2023/06/09 10:35

    오. . 잘읽었어유

    (eBEIyq)

(eBEI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