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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안주 내주는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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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농협에서 사둔 삼겹살을 꺼내봅니다.
대패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두툼한 녀석도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두께의 삼겹입니다.
기름기 쪽쪽 빼버린 삼겹을 좋아하는 독특한 식성입니다.
느끼한 음식은 정말 먹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 삼겹보다는 갈매기를 더 좋아합니다.
양을 좀 넉넉히 장만할때 자주가는 단골 정육점이 있지만, 캠핑 갈일이 없을때 한번먹을 양을 사기엔 좀 미안해서,
작은양의 고기를 살때면 마트를 이용하곤 합니다.
대신, 내가 원하는 부위가 없는날이 많더군요.
삼겹은 맛은 적당하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냉장고에 묵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삼합 생각하고 기름기를 좀 담았습니다.
삼합이나 이합이나, 하나 빠진맛은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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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들기름장 살포시 찍은다음, 묵은지 한조각 올려줍니다.
더 말해 뭐할까요?
이맛 모르면 한국사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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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고향이나, 이제 군산이 고향보다 고향같은 곳이 되어버린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술 종류를 편식하지 않고, 안주를 가리지않는 식성에, 게다가 양이 적어서 안주값이 부담되지 않는 착한 녀석입니다.
군산에서 일년 좀 넘어가는 시간동안 많은 인연을 만들었지만, 딱 떨어지는 숫자로 친구가 된 첫번째 인연입니다.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된지 두달쯤 되는 모양입니다.
“저녁에 뭐하냐?
한잔할까?”
“응, 좋지~ 어디로 갈까?”
“다섯시 반, 칼퇴근 할거야. 사십분에 숙소앞에서 보자!”
“그래, 저녁에 보자~
팔은 좀 어때? 괜찮아?”
“침 맞으면 좋아졌다가, 아침엔 다시 원상복귀 된다.
뭐, 좋아지겠지. 있다보자~”
인연이란게, 그렇습니다.
필요에 의한 인연은 어느순간, 필요함이 충족되면 사그라집니다.
아무런 바램없는 인연이 오히려 갈수록 숙성되는 맛이 있더군요.
“한번을 만나도 목숨을 걸만한 인연이 있고, 천번을 만나도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함께 가야 할 사람과 버려야 할 사람은 분명하고, 늦을수록 후회도 커지는 법 이더군요.
별볼일 없는 철학자 모드로 빠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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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나서 술집을 찾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재미난 술집들이 참 많습니다.
단골 닭집이 하나 있는데, 여긴 갈때마다 다른 술집들을 소개해 주곤 합니다.
보통은 자기집 더 오라고 할텐데, 다른 맛집들을 소개해 주곤 합니다.
내가 아직은 마음은 초딩이고, 나이는 그럭저럭 먹긴 했지만, 둘을 적당히 조합해보면 아직은 젊은축에 드는 모양입니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리 믿으렵니다.
젊은 친구들이 갈만한 곳들도 한집건너 하나씩 있으니, 오히려 선택장애를 일으키곤 하지요.
“막걸리 어떠냐?”
“좋지!”
한 건물에 두개의 막걸리집이 있습니다.
육사시미에 순대국까지, 엄청난 숫자의 메뉴가 있는 허름한 가게와 메뉴가 홍어찜 하나만 덜렁 걸려있는 더 심각하게 허름한 집이 있습니다.
“어느쪽 갈까?”
“막걸리는 저집으로 가야지~”
더 허름한 곳으로 향합니다.
오래된 시멘트 바닦에 4인용 테이블만 세팅된 낡은 가게엔, 4명의 한 테이블과 혼자온 노인이 늙은 여주인과 술상을 함께하고 있네요.
안주를 보니 낚지볶음 2만원, 홍어찜 2만원, 그리고 2만원짜리 안주가 하나더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본안주 무료’ 하는 글귀가 보이네요.
“야! 기본안주 무료 라는게 뭐냐?”
“응, 군산에 옛날에는 이런데가 많았거든.
술한잔 할만큼 있는 안주를 주니까, 안주 시키지 말고 함 보자!”
신기한 일입니다.
공짜 안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가져오는 안주를 보고서 미소가 절로 피어납니다.
이정도면 막걸리 마시다가 취해서 쓰러지도록 먹고도 남을 성찬이네요.
올해 첫 두릅을 여기서 만나다니….
파김치와 두부만 있으면 뭐 더이상 없어도 될듯 하지만, 김치찌개도 중독될 정도로 맛나네요.
가만, 먹다보니…..
두릅이 데친게 아니라 생으로 나왔네요?
삶지않은 두릅은 난생 처음입니다.
간혹 자그마한 가시가 여린 혀끝을 긴장하게 만들지만, 익숙해지니 괜찮습니다.
다음 어딘가에서 꼭 생으로 먹어보는 야성미를 뽐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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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먹고 취해서 재미난 경험이 몇 있습니다.
재미난 말도 있지요.
‘막걸리 마시고 취하면 애미애비 못 알아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정도는 아니지만 재미난 상황을 몇번이나 경험하곤 했습니다.
애미애비한테…..
아니, 엄마 아빠한테 맞아죽지 않으려면 적당히 마셔야 겠지요.
댓글
  • 파란늑대58 2023/04/08 20:13

    군산은 두릅이 제법 자랐군요....장수는 이제 손가락 반마디정도 눈이 붙은수준인데
    오늘저녁은 홍가리비를 사다가 쪄서 청하 한병이랑 저녁으로 때웠습니다 ㅎㅎ
    봄도되고 해서 루어대,릴 ..... 여러가지 루어를 구입해 놓고 오늘아침 영하로 떨어진 날씨를 눈흘김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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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3/04/08 20:20

    형님~ 오랜만이죠?
    저두 그날 이후로 좀 무거운 미노우 몇가지 장만했습니다.
    좀 멀리 보낼 녀석들이 필요하단걸 느꼈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 장수 내려갈때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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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뚜마을 2023/04/08 20:17

    두릅이 약한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된다고 알고있는데요... 저기는 생으로도 먹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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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3/04/08 20:21

    저두 생전 처음으로 생으로 먹어봤습니다.
    다른 분들도 다들 맛나게 드시기에 분위기에 먹었습니다.
    사실, 생이란 생각조차 못하고 한참이나 먹었습니다.
    괜찮더군요.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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