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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했지만 돌아보니 정말 잘한 것.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남편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남자가 있었어요.
제 친구의 남자친구가 직장 동료를 소개해줬는데
둘 다 즐겁고 유쾌한 남자들이 였어요.
커플 데이트도 하며 자주 만났죠.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시간들이 였어요.
그렇게 일년반 정도 만나는데.
서서히 이 남자가 감당이 안되는거에요.  
일단 영업직이다보니
접대가 많고 사내 회식도 많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점점 저를 외롭게 만드는 거에요ㅠㅠ
물론 주말엔 저와 데이트하고
그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주중에는 괜히 불안하고
남친이 집에 들어갈때까지 나도 잠도 못자고..
그렇게 좋다 슬프다 하면서 만남을 이어가는데.
남자쪽에서 결혼 얘기가 나왔어요.
갑자기 결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니.
도저히 이 남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거에요.
객관적으로 생각해봤어요.
일주일에 세번 정도 새벽 3시까지 회식.
주중 한두번은 친구들 만나서
가볍게 당구치고 술 마시고 (어느날은 폭음ㅠ)
주말은 여자친구에게 헌신.
별것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들이
그릇이 작은 저에겐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결혼하고도 평생을 그런다 생각하니
앞날이 깜깜할만큼.
어느날도 마찬가지로.
주중에 두어번 새벽까지 연락이 닳지 않았죠.
네가 어디서 뭐하는 알수가 없다니..
다음날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서 잠들었다고.
남친어머니까지 통화로 증인이 되어주셨지만.
그때 정말로 냉정해졌어요.
제가 정도 많고  
우유부단의 끝을 달리는 닝겐인데
몇날 며칠 울면서 마음을 정리했어요.
남친은 저보고 이해가 안되는 여자라고.
헤어지는 끝은 좀 안 좋았죠.
아주 잘 지내다가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제가 어이없었겠죠.
 
제 친구도 그 시기 같은 고민을 했는데.
남자는 결혼하면 달라진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총각때 저렇게 놀면 결혼해선 다 바뀐다고.
와이프 혼자 있는데 총각때처럼 그렇게 놀겠냐고.
아이 때문에라도 가정에 충실해질수 밖에 없다고.
2년 후 저는 지금 남편과 결혼을 했고
투닥 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가정을 1순위로 생각하는 건 저와 정말 잘 맞아요.
친구도 그 남자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어요.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전 전화와서 울어요.
남편이 주중에 세네번 정도 새벽 3시에 들어온대요.
신혼인데 집에 혼자 있는거 외로워서 미치겠다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해놔도
아침은 피곤해서 먹지도 않고.
주말엔 외식하게 되니까 음식을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이건 자기가 생각했던 결혼 생활이 아니래요.  
진지하게.
아직 혼인신고 안했으니까
이렇게 갈라서면 되는건가. 하더라고요.
미혼인 오유인들!
결혼 전에 엄청 잘했는데. 
결혼하고 다르게 바뀌는 남자들 있어요.
그렇지만. 결혼 전에 엄청 못 했는데.
결혼하고 긍정적으로 확 바뀌는 남자는 많지 않아요.
저도 해봐서 알아요.
정 그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어떤 부분이든) 아니다 싶을 땐.
빨리 돌아서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남들은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해도
내 기준에서 아니면 정말로 아닌거에요.  
 
미혼 오유인들이
모두 멋진 사람과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에
뻔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비루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댓글
  • UIUU 2017/07/01 23:24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 그말이 진리인 것 같아요. 근데 변할 것이라고도 생각을 못하면 만남을 이어가는게 너무 힘든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아직도 하나도 안변하고 있는 그대로 내 맘에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나도 바보같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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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컴true 2017/07/01 23:31

    저한테 도움이 될만한 글이네요. 감사해요
    알쓸신잡 연애비법도 좀 풀어주세용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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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상어 2017/07/01 23:37

    사람 안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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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뤼셀 2017/07/01 23:40

    알쓸신잡 연애비법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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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린과춤을. 2017/07/01 23:40

    라이프 스타일이 다를뿐.
    현재 성향이 맞는 남편분을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시는 것에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글쓴분과 결혼하지 않은 그 남성분도 정말 잘 됐다고   진지하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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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눈빛 2017/07/01 23:43

    이 글 써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저도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 이유는 달랐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결국 결혼하지 않는 쪽을 택했어요. 전 남자 쪽이 제가 머뭇거리는 걸 보고 먼저 이별을 통보했지만 정이 무섭더군요. 내가 생각을 조금만 달리 했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을까 몇번씩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저 자신을 괴롭혔어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정말 마음이 편해졌네요. 남들이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해도 내가 아니면 아닌거라는 말 공감해요. 저도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그 사람을 정말로 너무 사랑했는데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놓친 게 아닐까 고민했는데 님 글을 읽고나니, 그건 그냥 정이라는 걸 알겠어요.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짜 사랑은 결혼 후에 시작되는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연애감정일 뿐이에요. 저도 결국 그 사람이 헤어지자 했을 때 붙잡지 않았으니 관계를 끝내는 쪽을 택한 거죠. 그 사람이 날 일방적으로 버린 게 아니라 둘 다 그 관계를 끝내는 쪽을 택한 것. 결혼을 약속했어도 결국 내려놓았어야 하는 인연이라는 게 한으로 남긴 하지만...이 글을 읽고 결국은 그것도 내 선택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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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흐하햐 2017/07/01 23:56

    사십팔만개 연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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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날산책 2017/07/02 00:06

    공감이 많이되네요
    그러니
    사십팔만개 얼른 연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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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는없다 2017/07/02 00:41

    뭐.. 비공먹을수도 있지만 베오베온글인데 푸르딩딩댓글이 없네요 일주일중에 주말은 헌신했다던 저분이 나쁘지 않게보이는건 저뿐인가요;; 저는 영업직은 아닙니다만 평일엔 본분을 다해 열심히 일하신걸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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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tting 2017/07/02 00:43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데
    어떤 가정을 만들고 싶다 분명히 구체적으로 얘기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했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닌까요...
    내가 죽으면 내 재산도 내 남편이 가진다고 생각하니 가정을 꾸리는것 자체에 너무 대화가 없었거나
    아니면 그때는 그때고 살다보니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참 어려워요..
    그러니까 나 자신부터 확고한 내 삶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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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ise 2017/07/02 00:49

    갈등은 불행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은 내면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지않는 문제접근은 하나의 문제도 해결 안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는 일만개의 문제도 해결을 가능하게하는 자신감과 인격의 성숙을 가져다 줍니다. 삶의 모든 문제는 피하기보다는 극복하는 지혜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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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요아주매미 2017/07/02 00:55

    무슨직장이 야근이나 철야도 아니고 매주 서너번이나 새벽까지 술을 먹나요 그런 직장이 다닐 필요 있을까요? 다닌다해도 수년씩 오래다니면 술에 먼저 치어 건강잃겠어요 건가잃으면 뭘로 가정지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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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망향z 2017/07/02 01:04

    영업일이란 특성상 그런것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반쯤은 자기도 좋아서 그러는거예요,살면서 맞추고 바뀌는 부분이 아닙니다.
    다만,미리 생각하고 판단하셨으면 더 좋았겠네요.
    남자분이 느꼈을 황당함도 어느정도 공감됩니다.
    그분은 글쓴이때문에 결혼할 시기 1년반을 날린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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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자장구 2017/07/02 01:12

    영업은 정말 힘든 일이네요...
    저는 절대로 감당못할 직업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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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ㄹㅂ 2017/07/02 01:12

    조율 없이 갑자기 이별통보받은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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