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결국 여행자의 이야기.
모든 인간은 여행을 하기 위해 태어나 죽은 뒤에도 여행을 떠난다.
오늘의 이야기는 우리 여정의 근원에 대한 것이다.
차원보다도 더 높은 영역으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우리의 여행이 하나의 길을 따라가도록 조정하는지.
당신이 단지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일 뿐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그게 사실이라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해보자.
누군가의 관람을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
당신은 크든 작든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거지.
인지할 수 없는 네모난 프레임 안에서 당신의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어.
우리의 일은 그들이 계속 그렇게 살도록 유지하는 거야.
원래 모든 존재는 자신이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선 안돼.
그 순간 모든게 어긋나기 시작하거든.
세계가 뒤흔들리고 망가지며 죽어가지.
재수 좋게도 그 인지를 감당할 정도로 튼튼한 세계에 살고 있는 자들도 있지.
그 경우에는 많이 알 수록 전능해지는거야.
하지만 리스크는 그들이 감수해야 하고.
나조차도 저 세계는 가본 적이 없어. 아무리 재밌어 보여도 가지 마.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네모난 공간 표식,
일명 '컷'은 본래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모든 매체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순서로 진행된다고 느껴지도록
독자를 속이기 위해 진화해왔어.
컷을 다루는 술사들은 그 방식을 거꾸로 이용한다네.
몇몇은 이야기의 개념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저 틀의 존재는 인지하고 조종하기도 한다지.
그런 자들은 세계에 의문을 가지지 않아.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안전한 자들이지.
그의 적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는 기분이겠지만. 말 그대로.
컷은 평면으로 존재하고 세계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평면은 언제든지 입체의 세계로 전환될 수 있어.
이건 우리의 영역을 초월한 이야기야.
우리도 이 쪽은 어쩔 수 없어.
나도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는걸. 이해가 안 된다고.
장르 관리국도 다를 거 같진 않고.
선 도둑은 진짜 골칫거리야.
대부분의 이야기는 선으로 이뤄져 있거든.
쟤가 나타나면 갑자기 아무 전조 없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더라고.
인간은 형태가 망가지고 이야기 흐름은 엉망이 돼.
쟤는 진짜 어쩔 수 없어.
점묘 탄환으로 잠깐 물러나게 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
모든 세계는 결국 평면이라고 했었지.
하지만 그 면은 언제나 다층적으로 존재해.
이야기도 마찬가지.
가짜 입체 속에서 살아온 자들에게
이러한 인지 개변은 단순히 물질의 파괴 그 이상을 가져올 거야.
이들을 발견하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제거하도록.
윗선에 보고하면 제한 무기 허가를 받을 수 있을거야.
괜히 주변에 떠벌리진 말고 제 5부서에 조용히 연락해.
그런 의미에서 절대로 용은 건들지 마.
이야기 속의 존재이면서 이야기를 초월했어.
상급 요원은 물론 관리자들 또한 용만큼은 어찌하지 못해.
이야기를 초월한 저 너머의 세계에서도 그들은 초월자일거야.
거기는 용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 마녀는 최근 제거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였지.
쉽지는 않았어.
상부에 보고하도록 해. 제거됨이라고.
이 모든 부류의 위험존재를 상대하는 이야기 요원들은 언제나 죽을 맛이지.
적어도 컷 회피술만큼은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해.
아무리 인재가 부족한 장르 관리국이라도
컷 활용법을 안 익힌 초짜는 절대로 현장에 보내주지 않아.
형태 변환술조차 못 익힌 놈들은 재미없는 서류 작업이나 해야지.
이건 이쪽 세계에서도 똑같아.
장르는 시대가 흐르며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조합이 발생하게 됐지.
그건 전능한 이야기의 의지 하에 일어난 일이었어.
하지만 가끔씩 암덩어리같은 존재가 나타나는 거야.
의도치 않은 융합체.
그들이 이야기 안에서 성장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돼.
그 세계의 운명을 망칠 뿐이니까.
문제가 개체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를 오염시킨단 말이야.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이야기와 장르가 망가지고 뒤틀리는 사태에도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무조건 수습하려고 노력해라.
이야기가 끝나는 것만큼은 막아야해.
기를 쓰고 전개를 수습하고 플롯-홀은 메워.
저건 관리국 설립 이전에 남은 흔적이다.
쪽팔린 과거지.
반성 삼아 남겨둔거야.
이상 칠칠치 못한 선배의 조언이었다.
나처럼 끝나지는 말고.
형태 변환술은 늘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제 슬슬 나가봐.
넌 죽으면 안되니까. 일할 날이 한참은 남았잖아.
난 이 이야기를 끝내야겠어.
내가 망쳤으니 책임지고 같이 가야지.
로지온 '로쟈'로마노비치
2022/09/07 21:33
점점 반바지 따라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