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카메라 리뷰 아닙니다.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적은 글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진은 취미로 하고 있는데, 최근 장비병이 도져 장비병 치료차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 봅니다
처음 접한 카메라는 2000년에 필름카메라 F-601 & AF 60mm f2.8 입니다.
당시 와이프 회사에서 제품 사진 찍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남대문에서 중고로 대략 50-6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약 200만원 정도 될 수 있겠네요. 회사 업무에 필요하다고 하니 부담되는 가격 이였지만 구매했습니다. 이때부터 사진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태어났고, 다들 아시겠지만 60mm f2.8이 접사가 되니 실내에서 아이의 근거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습니다. 당시 필름만 100여통을 썼으니 필름 구매 및 현상/인화에 제법 돈이 많이 들어갔죠. 그래도 필름이라 한컷 한컷 정성 들여 찍었습니다.
어찌보면 이때가 제일 기억이 남는 사진 생활이였습니다. 찍고 싶은 대상이 확실했고. 정성 들여 한컷을 찍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약간의 설래임도 있고, P/S/A/M, 노출, 심도 이런 용어 전혀 몰랐지만 사진 찍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나는 변하지 않아도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갑니다.
해외 출장을 갔는데, 같이 간 동료가 디카(일명 똑딱이)를 가져왔는데 이건 신세계였습니다. 사진을 찍고 바로 결과물을 볼수 있다니.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였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뽐뿌와 장비병이 생겼던 것 같네요.
김포에 있는 전자 매장에서 신품 CoolPix3200을 30만원 중반대로 구매합니다.
무려 3백만화소. 최첨단 디카를 구매하고 정말 많이 흥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이 좀 이상했습니다. F-601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서 뭐라 설명을 할 수 없지만 맘에 드는 사진이 10% 도 안 되었습니다. 막샷 탓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곡, 노출, 심도, 노이즈 등등 모든게 SLR 카메라를 따라 올수 없었던 거였죠.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직장 사무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요약하면 "DSLR, 캐논 300D, I00만원대".
저는 캐논을 써 본적이 없지만 캐논을 인정하는 이유는 바로 DSLR 대중화의 주역이라는 거죠. 당시 전문 사진사들만 보유했던 고가의 DSLR 시장을 대중화 시킨 주역인거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또 다시 직장 동료들의 뿜뿌가 시작 되고 SLR클럽도 이때 알게 됩니다. 카메라 리뷰뿐 아니라 본격적인 렌즈 리뷰가 시작 되면서 많은 동호인들의 맘을 흔들어 놓았죠. 꿈의 렌즈라는 L렌즈, 돈없으면 탐론 28-75 등등 당시 300D를 사고 싶었지만 렌즈를 추가 구매해야 해서 망설였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저에게는 AF 60mm f2.8이 있었지요.
그러던 중 2004년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니콘의 반격 D70".
정말 이때 D70 리뷰는 전부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근 한달을 고민하고 현금 인출기에서 130만원을 뽑고 남대문으로 달려가 모르시는 분들만 모르는 아빠번들킷(D70 & AFS 18-70)으로 구매합니다. 현금 지불하면서 손이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리 100만원대라고 해도 거의 한달 월급 가까운 돈을 쓴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결정이였습니다. 거의 첫차를 사는 수준과 비슷했습니다.
이후 2-3년 열심히 찍었습니다. 여행을 갈때는 항상 삼각대와 함께 가지고 다녔죠. 특히 리모콘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한번은 부산 여행을 갔었는데 해운대에서 삼각대 설치 후 리모콘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시는 분들이 신기하다며 한번씩 카메라를 보고 가셨습니다.
이때는 SLR클럽에서 주로 렌즈 리뷰를 많이 보았고, 어쩌다 보니 50mm, 28-85mm, 80-200mm, 70-300mm, 135mm 등 다수의 렌즈를 구매 하게됩니다.
하지만 이때 찍은 사진들을 보니 18-70mm 아빠번들로 찍은 사진이 90%이상이고 나머지 렌즈는 구매 시 잠깐 쓴 것이 전부이더군요. 그래서 인지 망원 줌렌즈는 중간에 모두 처분하게 됩니다.
어느덧 아이도 커가면서 교육비로 엄청 지출이 커지고, 회사일도 바빠지니 사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없어집니다. 당연히 SLR클럽도 접속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10여년이 훌딱 흘러가 2022년이 되었습니다.
직장내에서 꼰대라 불리는 나이가 되고, 아이도 대학에 가니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생기더군요. 와이프가 어느날 가족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어 사진관을 찾아 갔지요. 가족사진 유행도 많이 바뀌었더군요. 사진관에서 의상, 메이크업까지 제공합니다. 동영상도 찍어 주더군요. 얼떨결에 액자에 원본파일까지 구매합니다. 낚인거죠.
여하튼 집에 와서 보내준 사진파일을 보니 어느새 늙어버린 제 모습이 보이더군요. 매일 거울을 볼때와 느낌이 틀립니다. 확연히 늙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슬프 더군요...
더 늙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솟구칩니다. 가족사진 메타정보를 보니 캐논 5D Mark4 이더군요. 음… 역시 인물은 캐논인가?
다시 카메라에 대한 열정이 솟구칩니다. SLR클럽에 접속합니다. 당연히 ID는 없어졌죠. 다시 가입합니다. 카메라 정보를 검색합니다. 세상이 바뀌었더군요. 4천만화소에 미러리스에 그동안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었더군요. 거의 한달간 카메라 역사 공부합니다. 동시에 여러 사이트의 중고장터를 검색하여 나름 저렴하게 나온 매물을 찾습니다.
이때의 루틴을 잠시 설명드리면, 니콘"으로 검색, 매물이 보이면 해당 카메라 시세와 리뷰 검색, 갈등, 다시 검색... 무한 루틴이였죠. 그러다 가성비 갑, 풀프레임 두가지 단어에 이끌려 D700을 구매합니다.
음, 충격이였죠. 엄청난 기능. 풍부한 계조, 고감도 저노이즈, MF 노출 지원, 방진방적. 그리고 벽돌 같은 무게...
니콘홈페이지를 방문합니다. 또 한번 놀랍니다. RAW 편집 프로그램을 공짜로 배포합니다. 이제는 RAW를 쓸수 있구나...
RAW를 사용하니 제조사별 색감이란거 필요 없더군요. 노출/WB 보정되고, 암부 디테일도 살릴 수 있더군요. 특히 Picture Control. 이건 정말 막강합니다. 죽은 사진도 살리더군요.
이제 카메라를 구매했으니 렌즈를 구매할 차례인거죠. 나름 알뜰 소비 한다고 10만원대의 렌즈들을 무의미하게 구매합니다. AF 70-210mm, MF 75-150mm. 시그마 오식이, 탐론 17-50mm, 시그마 55-200mm, 어찌 하다 보니 D90도 구매합니다
여행을 갔습니다. 나름 다양한 렌즈들이 있었지만 결국 AF 28-85mm로 모든 사진을 찍더군요. 집에 와서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쉬움이 있습니다. 28mm 광각의 아쉬움. 그리고 28mm에서 비네팅이 눈에 거슬립니다.
또 다시 광각을 찾아 장터 매복을 하다가 저의 알뜰 소비 원칙을 깨고 나름 고가의 탐론 24-70mm f2.8 을 구매합니다. 조용하고. 초점 빠르고, F2.8에 VR까지 좋더군요. 그냥 좋습니다.
이제 화각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니 다시 1천만화소가 걸립니다. 2천만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검색하다가 무한 루틴에 걸려버립니다.
'D700이 벽돌이니 가벼운 카메라가 필요하지. 가벼우면 미러리스이고 요즘 대세라고 하는데 미러리스로 넘어가볼까? 아니지 그러면 렌즈 호환이 안되지. D계열로 가자. 근데 FX/DX 어디로 가지? 기왕 기변하는데 끝판왕으로 가야 되나? 아직은 가격이 높으니 가성비로 가야 되나? '
이러다가 우연히 김xx감독의 사진학xx 영상을 보게 됩니다.
여러 작가들의 사진을 보여주는데요, 마음에 와닿는 사진들은 고화소의 칼 같은 선예도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초점 나간 것 같고, 노이즈 지글거리는 듯한 뭔가 기술적 품질이 아닌 예술적 감성이 담긴 사진들 이었습니다.
다시 맘을 잡습니다. 1천만화소 충분하고 현재 있는 렌즈들이면 차고 넘친다고. 하지만 이성과 감성의 싸움에서 이성이 맥을 못추네요. 자꾸 장터로 눈이 갑니다.
이런 긴글을 쓰는 이유? 장터링은 그만하고 현재 있는 장비로 기술적 사진이 아닌 감성적 사진을 찍기 위한 나름의 다짐 같은 것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카메라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https://cohabe.com/sisa/2563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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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저랑 참 비슷하신데 말이죠. ㅎㅎ
저도 801s가 있어요. 아직도 뭐 쌩쌩합니다.
저는 2001년인가에 F80으로 입문했죠~
사실 캐논이 더 이뻤지만 가격때문에... ㅋㅋ
이후 DSLR은 니콘만 쓰고 있네요~
이상하게 캐논으로 넘어가볼까 생각하다가도 니콘으로 오게 되더군요 ㅎㅎ
저는 D750으로 안착했습니다. ^^
미러리스로 바꾸고도 싶지만 바꾼다고, 제 실력으로는 사진이 막 좋아질 것 같지 않더군요.
끽해야 6x4인치로 인화하는데, 고화소, 고화질이 필요할것 같지도 않구요.
요새는 D750에 35.4나 50.4 낑구고 찍곤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