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진사입니다.
저는 사진사입니다. 조명을 셋팅하고, 셔터를 누르고,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고,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이쁘게 보정을 해서, 인화를 하거나 액자를 제작하여, 손님들께 제공해드리는 일을 합니다. 세상에는 ‘사진작가’라는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왠지, 작가라는 이름을 쓰려면 자신만의 심오한 예술세계가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 사진작가로 저를 소개하는 것은 스스로도 멋쩍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저는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이 필요한 손님들이 오시면, 그 손님들의 필요에 맞는 사진을 촬영하여, 제작하고, 공급해드리는 일을 합니다.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진사’입니다.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사라 저를 소개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열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것이 예술적인 가치로써 어떻게 평가될지는 모르겠으나, 저만의 열의로써 사진사로서의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특이한 감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으로써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될 것을 예민하게 느낍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아, 오늘은 단란한 3인가정이구나. 아이를 보자. 지금은 정말 어린 아이이구나. 지금은 어린이인 이 친구가 조만간 청소년이 될테지, 그리고 청년이 될 것이고, 그리고 어엿한 어른이 될 거야. 그러면서 지금은 젊은 새댁인 엄마와 힘있는 아빠도 점차 중년으로 나아가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할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될거야.
이런 감성은 미래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를 단서로 하여, 과거를 좇아가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가족이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4남매를 키우셨네.. 4남매는 이미 장성해서 자녀들까지 두고 계시구나. 손주분들은 10대 ~ 20대인데 벌써 이렇게 이쁘고 훤칠하네? 이야.. 두분이서 이렇게나 많은 가족들을 이뤄내셨구나. 그동안 살아오신 세월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으셨을까? 그리고 얼마나 서로 간에 애틋함이 있을까?
저는 사진사입니다. 고객 분들의 현재를 한 장의 사진 안에 담는 일을 합니다. 그렇게 기록된 현재의 모습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이며, 또 미래로 지속될만한 것입니다.
요새는 많은 가치가 뒤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던 가치가 현재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과거에는 별것 아니라 여겨졌던 것이 현재에는 아주 중요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이번 세대만 아니라, 늘 있어왔던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은 아기에서 어린이로,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장년으로, 장년에서 노년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생의 마감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주 많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어떠한 흐름으로써, 우리 사람들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사로서의 열의’란, 앞으로 최소한 100년은 유지될 고객님의 현재를 기록해드리는 데에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손가락 두 마디짜리의 작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그 사진은, 먼 훗날 누군가에게는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매개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나에게 활짝 웃어주었던 그 사람의 모습, 같이 걸었던 바닷가, 배터지게 밥을 먹으면서 깔깔거렸던 기억들, 내가 어려울 때 자신의 품을 내어주던 모습 등 여러 가지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을 수 있을테지요. 별 것 아닌 일이었는데 서로에게 화가 나서 소리치며 싸웠던 사건, 내 마음을 몰라줘서 너무나도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런 기억들 조차도,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오히려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지는 기억으로 변모되곤 합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기억이 회상될 때에, 그 사진을 찍은 사람도 함께 기억되는 일은 드물다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아니라, 사진에 담겨있는 사람이니 말이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정말로 중요한 가치 앞에서는 사소한 것들은 사소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다만, 매번 조명을 셋팅하고, 셔터를 누르고,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고,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이쁘게 보정을 해서, 인화를 하거나 액자를 제작할 때마다, 이 사실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https://cohabe.com/sisa/2530413
저는 사진사입니다.
- 버튜버) '농부와 신'을 너무나 부르고 싶었던 버튜버 [1]
- 슈타지 버튜버바이럴 | 2022/07/26 13:48 | 1711
- 의외로 여직원 100%인 직장.jpg [19]
- ®로켓단 | 2022/07/26 11:32 | 1366
- 단발갸루 노예녀를 산 이종족 Manhwa. [21]
- 라시현 | 2022/07/26 08:47 | 821
- 아, 드라마 보다가 스포 당함ㅡㅡ [3]
- 사오맞음 | 2022/07/26 02:55 | 953
- 검색주의 약후방) 보물상자 [62]
- 똥구멍존잘★ | 2022/07/25 23:42 | 753
- 붓싼 등산로의 위엄 (위험) [6]
- Joyong | 2022/07/25 21:54 | 893
- (19금주의)AV배우 가슴 직접 만져보는 여캠 [5]
- 감동브레이커★ | 2022/07/25 19:55 | 1093
- 말딸)키타산 환생완료... [9]
- 블래시마 | 2022/07/25 17:41 | 640
- 윤석열 측 쿠데타 인정 발언 [14]
- 맑은날 | 2022/07/25 11:04 | 389
- 후방)씹덕들이 아는 수녀 이미지 [5]
- 강의바람 | 2022/07/25 09:07 | 632
- 원신)자는동안 뭔가 불탔길래 봤더니 [3]
- ARIMASHO | 2022/07/25 04:55 | 1192
국어사전상으로는 "사진사"가 맞습니다. 스스로 낯추거나 겸양의 의미로 사용할 필요가 없이 자긍심을 가지면 되는 자랑스러운 호칭입니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중 284 시각 및 공연예술가에 표함해서 "사진기자"와 동급으로 "사진가"라는 직업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284 시각 및 공연 예술가
2841 화가 및 조각가
2842 사진기자 및 사진가
2843 만화가 및 만화영화 작가
2844 국악 및 전통 예능인
2845 지휘자‧작곡가 및 연주가
2846 가수 및 성악가
2847 무용가 및 안무가
2849 기타 시각 및 공연 예술가
2842사진기자 및 사진가
촬영대상을 선정하여 예술성 있는 작품사진을 찍거나 일반사진관에서 대중을 상대로 각종 사진을 촬영한다. 신문 등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다.
▍주요 업무
ㆍ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모델이나 장소를 선정한다.
ㆍ날씨, 조도 등을 확인하여 카메라를 조절하고 구도를 잡아 촬영한다.
ㆍ촬영한 필름은 현상액에 넣어 현상한 후 조명에 비추어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선별한다.
ㆍ일정규격으로 인화지를 절단하여 현상한 필름에 맞추어 사진작품을 완성한다.
이 세분류의 직업은 다음의 3개 세세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28421 사진작가
28422 사진기자
28423 사진가
28421사진작가
바닷가, 산, 등의 현장을 답사하여 작품의 소재를 구성하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모델이나 대상, 장소를 선정하여 예술성 있는 작품을 촬영하며 촬영방법 및 현상기술을 연구하는 자를 말한다.
▍직업 예시
ㆍ사진작가 ㆍ인물 사진작가
ㆍ풍경 사진작가 ㆍ환경 사진작가
28423사진가
인물, 상품, 기계, 건물 등을 상업 및 산업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전문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자를 말한다. 여기에는 과학, 의학, 건축용 사진이나 범죄수사를 위하여 경찰을 보조하기 위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직업 예시
ㆍ인물 사진가 ㆍ광고 사진가
ㆍ패션 사진가 ㆍ건축 사진가
글쎄요 ㅎㅎㅎ 겸양이나 낮춤이나 자긍심의 부재라기보다는 "예술성"의 유무에 따른 정체성 및 업무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전개한 글인데, 두 단어에 위계를 두고 쓴 글이라 여겨지셨나보네요 ㅎㅎ
달아주신 댓글에서처럼 사진작가와 사진가를 구분하고, 그 차이에는 "예술성"과 "상업 및 산업 목적"으로 각각을 정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시해주신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진가일테구요 ㅎㅎㅎ 스스로도 시각예술로서의 사진을 추구하지 않을 뿐,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서, 겸양을 떨기 위해서, 자긍심이 부재하여, 사진사라 스스로를 칭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진사로서 최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 뿐인 것이구요.
더불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사진작가이냐, 사진가이냐를 분류체계에 따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잡아가는 것이 글의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분류 또는 개념보다, 인간이 지닌 한시성과 그에 대한 극복의 과정으로서의 사진작업에 초점을 둔 글이었는데 말이죠 ㅎㅎㅎ 제가 본론 알맹이 보다도 껍데기 서론에 더 방점이 찍히는 글을 썼나봅니다.
아, 네. 제가 헛다리 짚었네요. 죄송합니다.
사진작가로 살려면 돈 많은 친구 많으면 좋다
글쎄요..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돈 많은 친구가 있으면 자본을 대줄것이다라는 입장이신 것 같네요 ㅎㅎㅎㅎ 저로써는 선뜻 동의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어떤 말씀이신지는 잘 알 것 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