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짓하면 들어준다고 소문났던 썰

난 여행사에서 일을 했었는데 이 회사는 주로 저가 여행을 동종업계중에서 제일 싸게, 대신에 이쪽에서 트러블이 아닌 이상 단순 변심이라던지 그 외 고객 사유로 환불이 불가하단 부분을 명시한 상품들을 주로 팔았었음

근데 고객 관리 업무를 해본 사람들은 다 경험이 있겠지만 억지쓰고 소리지르고 이게 왜 안되냐고 한시간 두시간 넘게 항의하고 그러는 사람들 정말 많음. 나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중에 오후 2, 3시 정도에 시작해서 저녁 10시까지 버티고 고집부리는 진상을 상대한 직원을 본 적이 있음(원래 안 그러던 사람인데 직원도 열받아서 고객이랑 거의 말싸움 하듯이 다투고 절대 못해준다고 단호하게 자른거)

직원 하나가 그런 진상 상대하겠다고 빠져버리면 남은 사람들도 힘듬. 여행사 업무는 정말 정신없게 돌아감. 사막 한가운데에서 약속시간인데 가이드는 안오고 차도 돌아갔고 고립됐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같은게 국제통화로 날아오면 상대방도 나도 정신이 막막해짐

대부분의 회사처럼 그래서 우리 회사도 최대한 환불이라던지 관련 트러블을 방어를 하려고 노력하되 정말로 진상 오브 개진상이라서 감정 실어서 나도 죽고 너도 죽자 식으로 하루 종일 물고 늘어지는 애들은 그냥 수수료 받지 말고 환불 해주고 보내라는 스탠스였음

근데 가면 갈수록 그런식으로 직원들을 붙잡고 시간 단위로 물고 늘어지는 애들이 너무 늘어나는거야. 뭔가 이상하다 생각을 했었는데 여행사는 주기마다 다른 여행사에서 동일 여행 상품을 얼마정도에 취급하는가 같은것도 조사를 해서 따로 따둠

그래서 자료를 모으는데 우리 회사를 검색해보니까 검색창 젤 위에 뜨는게 어디 알뜰맘 블로그 같은거더라고. 확인해보니까 그 거지가 우리 회사에서 환불받는 요령이랍시고 무조건 물고 늘어져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계속 우기면 그게 억지고 안되는 거래도 환불 무조건 해주는 회사다. 정말 유용하죠? 생활 팁이에요 아끼고 살아야죠 ^^ 같은 식으로 글을 써놓은거임

국내에서 유명한 검색엔진에 젤 위로 걸려있는 글이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봤겠어. 고객층이 되어줄 사람들이 다들 그 글을 보고서 아 억지쓰면 환불해주는 회사구나 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버린거임. 그걸 보고하고 어떻게 대처할 방법 없냐고 했더니 본사쪽에서 알아본다 하긴 했는데 뭐 어떻게 대처를 하겠어

억지를 쓰면 환불을 해준다는 이미지는 이미 생겼고 진상은 많아지고 또 환불해주는 케이스가 점점 많아지고 그럼 어 정말 환불해주네 하고 흔히 말하는 그레이들도 블랙이 되어버림. 나중에는 이게 계속 이어지니까 어떤 대처도 못하는 회사에 짜증이 날 정도였음. 그러면서도 관리자쪽에서 그런 무조건 환불로 손해보는 액수를 보여주는데 진짜 심각하긴 하더라

회사가 치명적으로 타격을 입은건 코로나 때문이었고 그것때문에 망해서 이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긴 했는데 진상짓 하면 들어준다고 이미지 박히고 나니까 정말 괴로웠었음. 그 이후로 그런 팁이랍시고 거지짓을 가르치는 커뮤에 혐오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벌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