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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저리주저리 글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안성에 살면서 중소기업에 총무로 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입니다.

지난해 말은 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한해의 끝자락이 되어서 답답하고 힘이들었는데 그 일들의 중간쯤에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도 생기고, 또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러가지로 힘이들어서

말 그대로 그냥 하소연 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작년 말 12월 3일.

저에겐 정말 잊지 못할 날인데요..

토요일이던 그날 아침 집에서 쉬고 있던 저에게 저희 회사의 재무이사님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평소 술, 담배도 안하시고 특별히 몸이 않좋았던 적도 없으셨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저는 정신없이 이사님이 돌아가셨다는 경기도 여주를 향해 부장님과 함께 달려갔습니다.


부리나케 도착한 여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을 다 잡고 일처리를 시작 하려는 찰나, 제 집사람 에게서 자지러지듯 걸려온

또 한통의 전화 때문에 저는 그자리에서 쓰러질뻔 했습니다.


하나뿐인 이제 갓 생후 5개월된 저의 아들이 전신화상을 입고 119를 불렀다는 소식이었죠..

전 황급히 여주에 계신 다른 직원 분들께 말씀 드리고 미친듯이 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가는 도중 상황이 심각해 헬기를 불러 서울의 화상전문 한강성O병원으로 이송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119 대원분께 추가로 듣고 바로 차를 돌려 서울로 향했죠..


그래서는 절대 안되지만...정말 제 생에 그렇게 정신없고 미친듯이 과속과 추월을 번갈아 하며 달린적은 처음인 듯 싶네요..

하지만 내 아이가 다쳤다는 생각을 하니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간신히 병원에 도착 해보니 아내는 이미 탈진하여 쓰러져 흐느끼고 있었고, 의사분과 간호사분들 여러명이서

고통에 자지러지는 제 아이를 붙잡고 온몸에 붕대를 감은채 사력을 다 하고 계시더군요..

그 광경을 보고서는 눈 앞이 깜깜 해지고 저 역시 쓰러질것 같았지만, 이 상황에 저까지 정신 놓으면 아내나 아기나 모두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간신히 정신줄 부여잡고 아내를 다독이며 치료를 지켜 보았습니다.


전신 27% 2도 심재화상에 4% 3도화상.

아기들은 신체가 덜 자라서 성인으로 따지면 50%가 넘는 큰 화상이었다네요.


후에 의사분께 들은 얘기지만, 생후 5개월 전후의 아기가 그정도의 화상을 입고 살아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의사분께서 저희 아이를 특별히 더 신경 써 주시고 또 볼때마다 아이에게 "너는 정말 행운아" 라며 살아나 줘서 고맙다고

하시는걸 보고 저 역시 잘 버텨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응급 치료는 간신히 그렇게 끝이 나고 중환자실에서 온몸에 붕대를 감고 호흡기까지 달고 가쁜숨을 쉬고있는 아이를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대신 죽고만 싶은 심정 이었죠..

하지만 아내에게는 별말 하지 않고 계속 괜찮다고 달래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제가 가장인데 가장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애써 아내 앞에서는 참아 냈죠..

어머니 앞에서 펑펑 울었던건 아내에겐 아직도 비밀이에요...ㅎ

제가 이정도 였으니 제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지 저로서는 짐작도 가질 않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피붙이가 저지경이 되었으니 어미 된 입장으로서는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괜찮을리는

없었겠지요..

제가 없을때 일어난 일이라 무조건 자기의 잘못이라 말하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눈물만 흘리고 앉아있는

아내에게 뭐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구요..


치료는 그나마 성공적 이었습니다.

세번의 수술로 피부이식도 다행히 잘 되었구요..

그렇게 치료하며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고, 드디어 의사선생님께서 생명에 지장이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셔서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화상 환자는 향후 치료와 관리가 더욱 중요하고 또 치료기간을 길게 보고 마라톤 하듯이 견뎌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

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치료에 성공 하고 나니 그때서야 병원비의 부담이 실감나기 시작 하더라구요..

치료에 들어간 재료비와 수술비, 중환자실 입원비 등등..

중증환자에 대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다행히도 전체 치료비의 20% 정도만 납부하긴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약8주간의 입원기간 동안 제가 다쳤을때는 상상도 못했던 병원비를 납부하였습니다.

(제가 이정도로 다친적도 없지만요...)

그동안 열심히 일하며 모아놓았던 재산 거의 전부를 쏟아 부었긴 하지만

그걸로 아들놈의 생명을 살렸으니 남는 장사 겠지요?


아무튼 생명은 살렸고, 이제 재활치료를 위해 다시 6주, 4주, 4주간의 입원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제가 작은 도시에 작은 중소기업에서 총무로 일을 하고 있는 회사원이라

솔직히 재활치료비가 좀 막막하기는 했죠..

아내에게는 걱정말라고 큰소리쳐 놓고 막상 저는 생각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아이가 괜찮아 진다는 건 어떻게 하든 전부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인데 여건이 안되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러던 중 병원의 사회사업팀에서 화상 환자를 위한 재활 치료비 후원 제도가 있다는 얘길 전해 들었습니다.

화상치료를 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환자를 위해 후원하는 고마운 제도라는 설명을 듣고

전 앞뒤 볼것도 없이 필요 서류를 전부 준비하여 접수 하였습니다.


후원 승인이 결정되기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길 약 2주간..


사회사업팀에서 후원이 드디어 승인 되었다는 세상 밝아지는 소식과 함께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실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분들께서 모금하여 주신 소중한 돈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분들께 너무 고맙고, 감사드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덕분에 6주, 4주, 4주의 재활입원 중 첫 6주는 무사히 입원하여 급한 치료는 완료하였습니다. 

 

그런데 재활 입원중 병원에서의 치료가 너무 미진하더군요.

일주일에 한번 내지 두번 재활 치료 식으로 화상부위 마사지와 물리치료, 그리고 레이져치료가 진행이 됩니다.

그 치료를 해주시는 분중에 물리치료를 하시는 분인지, 아니면 재활 치료를 하시는 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남자분 한분이 계신데 그분은 아이를 다루시는 손길이 상당히 과격 하시더군요...

좋게 표현해서 과격하다지 조금 막무가내로 다루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도 그 치료를 할때 그 남자분이 보이면 자동적으로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뭐.... 제가 전문적인 치료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한 손길에 옆에서 지켜보다가 울컥한 때도 몇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이져 치료는 아기를 눕혀놓고 레이져를 쏘이는 건데,

그마저도 사람이 많아 순번이 밀린다, 아니면 애기가 미열이 조금 있다. 라는 식으로 그냥 건너뛰는 경우도 몇번있었고,

또 한번의 치료에 들어가는 치료비가 좀 많이 쎄더군요...;;

 

일주일에 한두번 저 치료를 받는데 그 외의 시간은 그냥 병실에만 있는 겁니다.

제 아내도 병원에만 있다보니 정신이고 몸이고 전부 피폐해졌구요.

원래 병원에만 있다보면 멀쩡한 사람도 아파지고 그러잖습니까....

 

결국 그러한 치료와 정신력소모, 그리고 입원비 낭비에 그냥 퇴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남은 치료는 안성에서 서울로 통원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나마 입원비는 아끼게 된 셈이고, 또 아내와 아이를 계속 옆에서 보면서 케어 할수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라고

혼자 생각하고 곱씹으며 매일을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아기는 지금 그래도 상당히 호전 되어서 좋아지고 있는 상태이긴 하나,

팔꿈치 안쪽과 손목부분에 구축(화상으로 인해 올라온 떡살이 굳어버리는 현상) 이 진행되어서

추가 수술이 필요할 거라는 얘기를 의사에게 듣고나니 어쩔수 없이 뒤따라오는 수술비 걱정과

압박 옷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안되고 팔도 제대로 굽히지 못하게 된 아기 걱정...

가려움증에 하루에도 몇번씩 자지러지는 아기를 지켜보면서도 도와줄수 없는 좌절감...

 

자꾸 아기에게 미안하고 또 너무너무 죄지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요즘엔 우리 아기가 제법 뭐든 붙잡고 일어서고 또 말문이 트이려는지 음마음마, 압빠빠빠 등 옹알이도 제법 하는데다

엄마랑 저만 보면 좋다고 빵끗빵끗 웃어대는 모습에 숨이 막힐 정도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 돌이어서 아기가 아프니 차마 잔치는 못하고, 그냥 회사에 떡만 돌리고 가볍게 식구들만 모여서 식사만

했습니다.

 

그때도 어찌나 꺄르륵 웃어대던지.... ㅎㅎㅎㅎㅎㅎ

 

참......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미안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기분이 오묘해 지네요.....

 

 

 

에효......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대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말 그대로 그냥 어디 푸념할데가 없어서 보배 형님들께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이렇게 떠벌 거렸습니다.

 

앞으로 잘 이겨내라고 응원좀 해주세요- ㅎㅎㅎㅎ

 

 

딱히 조공샷같은건 이 글에도 안맞는것 같고......

그냥 제 아들내미 많이 호전된 사진이나 몇개 올립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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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1J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