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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로운 크락션, 화를 담은 크락션
오전에 약속이 있어서 나선 걸음에 재미난 장면을 보고서, 옛글하나 찾아봅니다.
왕복 이차로의 도로에 승용차 하나가 소방도로에 머뭇거리길 반복한다.
누가봐도 낮선 걸음에 길을 찾는듯 보인다.
다음 소방도로 진입 구간에 차를 멈춘다.
바로뒤의 차량에서 길게 크락션을 눌러준다.
내 뒤쪽의 차량들도 크락션을 눌러준다.
문제의 차량이 멈추고 운전석을 열고 나와서 뒤 차량에 소리를 지른다.
개새끼도 찾고, 시발놈도 찾는, 정겨운 단어들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내 뒷쪽의 차량들이 역주행으로 지나가려다 접촉사고가 날뻔했고, 또다른 의미를 담은 크락션이 울린다.
그쯔음, 문제의 차량이 사라지고 통행이 시작된다.
내 바로뒤의 차량이 소방도로에 진입한 문제의 차량의 뒤를향해 크락션을 길게 눌러준다.
혹시라도 내게 보내는 신호일까 싶어 짧은 긴장을 하며 지나간다.
운전하며 보게되는 크락션이 울리는 장면은, 운전자의 분노를 담고있다.
'나 이만큼 화났어!' 라는 표현인듯 하다.
예의로운 크락션도 있지만, 보기가 힘겹다.
"크락션 누를 시간에 한번 참으면 된다!
화가나면 앞차가 니 마누라라고 생각해라.
한번 웃어주면 된다!"
라고 가르치던 목소리가 생각나는 분주한 주말에.....
해금강 입구에서 밤낚시로 뜬눈으로 날이 밝아버렸다.
“어디, 텐트치고 좀 자자!
밤에 다시 나오자!”
“그래요. 이제 좀 졸린다.
횟감 한마리, 구이 두마리만 남기고 살려줘요.”
“그래, 큰놈만 세마리 남기고 다 살려줘라!”
선택받은 감성돔 세마리의 모가지를 내려쳐 피를빼고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시내로 나가서 소주를 사고, 이번에는 망치 해수욕장 부근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이다.
술을 넉넉히 구하고, 바닷가라 흔한 생 미역을 좀 구할까 한다.
시장통 입구에 거대한 수퍼가 있고, 수퍼 입구에 할머님 한분이 미역과 각종 바다 풀떼기를 팔고있다.
“할매! 거 미역 얼마요?”
“한다라이, 천원만 도!”
“거 너무많다! 할매, 한주먹만 비닐에 담아주소!
술한잔 할거라, 마이주머 다 버린다.”
“여 놀로왔나?
그라머 좀 주께, 가가라!”
까만 비닐봉지에 한웅큼 생미역을 담아서 건낸다.
“돈 필요없다!
가서무라!”
“아따, 할매!
그라머 내가 할매 삥뜯는거 아이가?
여, 바드소!”
억지로 천원을 쥐어주고 돌아서고, 주변 상인들도 배꼽잡고 웃는다.
어딜가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사내다.
다시 차를타고 출발한다.
초록색의 논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정겨운 시간이다.
한참을 지나던 중에 갑자기 차를 멈춘다.
길 건너편에 할머님 한분이 커다란 홍합이 담긴 망태기를 바퀴 두개가 달린 대차에 올려서 힘겹게 끌고있다.
몇걸음 끌다가 땀을 훔치고, 몇걸음 끌다가 숨을 고르길 반복한다.
차에서 내려서 다가간다.
“할매!
어디까지 가는교?”
“하~하~” 소리내 호흡을 가다듬고 답한다.
“요 앞에, 동네까지....”
“할매, 오다보이 가까운데 동네가 없던데?”
“쪼매마 가머댄다.”
“아이고, 어무이! 주소!
주고 차에타소!”
누가보면 강탈하는 장면처럼 강제로 대차를 받아서 건너편 차로간다.
물기를 머금고있는 홍합에서 계속해서 바닷물이 흐르고 있지만 별 개의치 않고 트렁크에 올린다.
홍합망이 커서 문이 닫히지도 않지만, 그런걸 신경쓸 사람이 아니다.
“어무이, 타소! 갑시다!”
차를 돌려서 할머니 집으로 한참이나 돌아간다.
“하이고, 고맙데이! 정말로 고맙데이!”
“어무이, 이래 멀구만...
걸어가머 올 하루종일 걸리겠다.
아들 시키지 머할라고 그라요?”
“아들이야 다 도시 나가살지, 여느 내혼자 산다.
사돈이 배를 하는데, 가가라 캐가꼬, 아까버서 내가 가왔지.”
“하이고, 어무이요! 아부지는 멀리 갔는교?”
“응, 하마 오래됐다.
인자 기억도 안난다.”
이야기 끝에 담장이 허물어지는 촌집에 도착한다.
둘이서 힘겹게 들어서 수돗가로 홍합을 옮긴다.
정말로 할머님 혼자서 대차를 끌고 왔다면 한나절이 걸릴듯 하다.
손에묻은 짠물을 씻어내고 돌아서자 할머니가 부른다.
“너거, 어디갈라고?”
“어무이, 한잠자고 저녁에 낚시 갈겁니더!”
“그라머, 여서자라!
온김에 홍합 쪄줄테니까 좀 먹고, 밥도묵고, 사랑방에서 자고가라!”
“어무이, 홍합, 정말로 돈주고 사온거 아니지예?”
“그래, 사돈이 준기라 안카나?”
“그라머 무도대겠다!
고맙심더, 어무이!”
아이스박스에 담긴 감성돔을 꺼내, 한마리는 회를 장만하고 두마리는 아궁이 불에 굽는다.
미역은 대충 씻어서 듬성듬성 썰어서 초장에 찍어서 먹을게다.
구이가 준비될쯤 할머니의 밥상이 마당 평상에 차려진다.
시큼한 배추김치, 파김치, 깍둑김치, 고들빼기 김치에 된장찌개와 커다란 찜통에는 홍합탕이 가득하다.
빈속에 술은 아니라며 밥도 한공기씩 건낸다.
“할머니, 혹시 술 한잔씩 하세요?”
“응, 술 잘묵는다. 한잔 조바라!”
술을 달라며 밥그릇을 내민다.
순간, 웃음을 참지못해 둘이 배를잡고 웃는다.
“어무이! 집에서 이렇게 마십니꺼?”
“그래! 쪼매난거 감질나서 우째묵노?
따라바라!”
밥공기에 술을 담아서 ‘쨍’ 부딪히며 술자리가 흥겹다.
“어무이, 아부지는 언제 가셨는교?”
“응, 환갑전에 그랬으니, 이십년이 넘었다.
경운기 끌고가다가 교통사고로 갔지.
바로 죽지도 못하고, 죽은것도 산것도 아니고, 2년넘게 고생하다가 갔다.
사고나머, 차라리 바로 죽는게 복이라!”
형님도 나도, 한동안 말을 이을수가 없다.
화가나서 술을 연거푸 마셨더니, 밤을새운 기운까지 더해서 눈꺼풀이 감긴다.
피곤을 털어낸 느즈막한 시간쯤에 일어나, 할머님이 차려주신 홍합상을 맛나게 먹었다.
낚시하며 먹으려고 사둔 사탕과 통조림등을 죄다 꺼내서 할머니 드리고 다시 마트를 찾았다.
망치 방향으로 가는중에 편도 일차로 길에, 힘든 상황을 맞았다.
승용차 한대가 삼십킬로 속도로 느긋하게 주행중이다.
조수석에 앉은 내가 갑갑해진다.
“저새끼 뭐하자는 거야?”
“경호야, 절대로 운전하면서 화를내면 안된다.
레이싱 하다보면, 선두 유지할려고 진로방해도 한다.
답답하지!
저새끼 넘기면 기록이 단축되는데, 못가니 답답하지.
그래도 제끼고나서 속도 올리머되지.
성질나서 뛰어들다가 자빠지면 끝이라.
느긋하게 따라가자!
머 급한거 있나?”
추월하려 맘먹으면 순간이지만, 꼬불꼬불 산길이라 추월은 상상조차 하지않는다.
느릿하던 차량이 뒤가 신경이 쓰이는지, 추월하라는 뜻인지, 속도를 더 줄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코너에서 비상등을 키고 멈춘다.
“저 시발놈 저거 또라이 아이가?
사람 죽일라고 지랄하네?”
창문을 열고 소리친다.
“야! 빨리가라!”
“아 시발꺼! 먼저 가라고!”
소리치는 순간 반대편에 차량 하나가 튀어나온다.
“야! 시발놈아! 갔어머 나는 죽었다.
개새끼야!
빨리가!”
앞차는 진정으로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문을열고 나온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순간, 뒤로 몇대의 차량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크락션 소리가 반복되고, 앞차 운전자는 더 화가난 모양이다.
“야! 시발놈들아!
가라고 좀!”
“코너에서 거 머하는 짓이고?”
뒤에 줄선 차량들도 다들 소리를 지르자, 화를 주체하지 못한듯 발광하더니 출발한다.
뒤에서 보니, 빨간불이 멈춤없이 반복된다.
이제 기가차서 화도 나지 않는다.
“경호야.
저런 새끼도 니한테는 가르침이 된다.
저렇게 브레이크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알고보면 제법많다.
우리는 주행중에 차가 움직이기만 하면, 브레이크를 단 한번도 밟지않고 갈수가 있다.
앞차와 안전거리만 유지하면, 브레이크는 필요가 없다!
무슨소린지 알겠나?”
“악셀에서 발 떼라는 소리야?”
“그래, 니 눈썰미 좋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악셀에서 발만떼면 내차도 속도가 줄어든다.
악셀에서 떨어진 발은 반드시 브레이크위에 올라가야 한다.
밟지는 않아도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거지.
그리고 속도가 올라가면 다시 악셀을 밟고, 반복한다.
악셀에서 떨어진 발은 어중간하게 있으면 안된다.
둘중 하나의 위에 올려져 있어야 한다.
이런 코너나, 큼직한 코너도 마찮가지다.
코너에 들어서기 전에 악셀에서 발을떼면 속도가 줄어든다.
코너에 들어간 다음엔 다시 악셀을 밟아주면, 더 스무스하게 전진한다.
절대로 브레이크 밟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코너에 들어가서는 악셀을 밟아주는게 안정감이 더 생긴다.”
“응, 접수! 기억할께요.”
“그러고, 아까 저새끼 때문에 지랄할때, 뒤에서 크락션 누르는 새끼들....
똑같은 놈들이다.
크락션은 꼭 필요할때 사용해야 된다.
아직까지 나는 차를 몇대나 바꾸면서도 크락션 한번도 눌러본적이 없다.
그런 상황을 한번도 못만났다.
아무때나 크락션 누르는 새끼들은 그게 습관이다.
니는, 운전하면 정말로 크락션 눌러야 할때가 언제인지 잘 생각해 봐라!”
그래선지, 이 나이까지 크락션을 눌러본적이 없다.
아니, 혹시나 고장난건 아닐까 하고 눌러본적이 있다.
망치에서 오징어 잡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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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랙슨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러셀 크로우 주연 영화도 있죠.
그 영화, 봤습니다. 잔인하긴 해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생각 했습니다. 요즘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주말 잘 보내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 생각을 하며 제 자신을 뒤돌아봤습니다.
아름다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