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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시간..
전화가 울린다.
요즘, 스팸 전화가 너무 많아서 늘 신중하게 받아야 한다.
“형, 집에 있어요?”
“응, 집이야.”
“벚꽃이 보기 좋던데, 꽃구경 갈까요?”
“올해는 가슴으로 볼까싶다.
밤낚시나 갈까 하는데, 다녀와서 생각있으면 전화해라!”
“벚꽃, 보기좋은 추천할곳 있어요?”
“꽃이야 다 똑같지만, 예전에 부산에서 삼천포 가는길, 국도로 가면 좋은곳 많더라.
사천도 괜찮아.
알려진 곳은 너무 복잡해서, 갈 생각도 안하는 편인데, 차라리 그쪽은 사람도 없고, 꽃은 더 화려하더라.”
“너무 멀어서....
그쪽은 다음기회에 가야겠네요.”
차분하게 꽃구경을 해본게 언제인지 가물거린다.
“너, 꽃구경에도 제각각 시간이 있다는거 아니?”
“그래요?”
“매화는 달빛 머금은 한밤중에 보면 멋지거든.
매화는 지났고, 벚꽃은 해가 뜨기전, 어둠이 사라지는 사이에 보면 느낌이 달라~
가만히 꽃잎을 보고있으면, 슬픔을 가득 머금은 곱고 보드러운 여인이 느껴지거든.
하늘이 허락한다면, 이슬 품고있는 벚꽃도 느낌이 좋지.
행복하고 즐거운날, 혹은 슬프고 외로운 날, 누구와 함께인지, 낮인지, 혹은 밤인지....
똑같은 꽃에도, 똑같은 꽃은 없거든.”
전화를 끊고나서 책에 집중할수가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사물을 보는 방식이 크게 바뀐듯 하다.
어린 시절엔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꽃잎과도 진지함 넘치도록 대화를 할수 있었다.
무수한 시간을 허비한 배낭여행 중에도 혼자가 아니었던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혼자가 아닌 시간에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남길수는 있지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수가 없어, 절대로 함께하는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배낭을 버린 이후로 생각의 방향도 달라진 모양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생기고,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만남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물속에 담겨진 영혼들이 숨어버린게 분명하다.
어쩌면, ‘남자답다.’라는 겉멋을 유지하려고 못본척 한게 맞을듯 하다.
꽃비 흩날리는 정오쯤, 나를 찾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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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화려한 봄날이네요.
남은 시간도 즐거이 보내세요~
언제나
언제나 봄날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