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의 보통명사화

고등학교 교사임.

오늘 급식 메뉴에 용가리 치킨이 올라 있었다.

슬슬 인스턴트 푸드에 대한 욕구가 피어 오를 시기라 두근두근 점심을 기다리던 중, 문득 "요즘 애들이 용가리가 뭔지 알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심형래의 용가리 영화가 20년도 더 된 영화이니... 2000년도 이후에 태어난 애들이 용가리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급식 메뉴에는 계속 용가리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올라 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용가리'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는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어찌됐건 그 음식이 아직 공룡 모양을 갖추고 있으니, 나는 학생들이 '용'이라는 형태소를 통해 '용가리'가 공룡 비슷한 존재라는 것까지는 유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수업 시간에 애들에게 '용가리 치킨'할 때 '용가리'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묻자, 아이들은 놀랍게도 '고기를 다져서 튀긴 것', '순살 닭고기', '너겟' 등의 대답을 쏟아냈다.

아이들은 '용'에 주목하지 않고, 일반적인 '치킨'과 '용가리 치킨'의 차이에서 '용가리'의 의미를 추론한 것이었다. 이 무슨 소쉬르적 접근!

요즘 학생들에게 용가리는 더이상 대괴수를 뜻하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냉동 치킨 너겟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