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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사는 집에 들어온 낯선 남자가 비명을 지르게 된 사연.jpg




이사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아직 난방기구를 설치하지 않은 추운 방에서 나와 어머니는 덜덜 떨고있었다.


귀만큼은 평소 쓰는 방한대책이 있어서 따뜻하게 할 수 있었지만

방 자체는 추워서 전기난로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이라

온기때문에 당시 기르던 개까지 서로 뺏어 안으려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너무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행태가 혐오스러웠는지 개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개집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애견에게 버림받았다...라는 슬픔에 휩싸인 우리들은

'각자의 방에서 모포를 뒤집어 쓰자'

라는 말과 함께 거실에서 해산하여 느릿느릿 자기 방으로 향했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인터폰 소리에 잠이 깨고 바로 몇초후 짧은 비명이 들렸다.


혹시나싶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목도를 들고 서둘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곳엔 엄청난 형상을 한 남자가 현관에 서있었다.





어머니가 내쪽을 돌아보는데

어머니는 눈과 코, 입이 뚫려있는 타입의 복면을 쓰고있었다.

추위대책으로 방한마스크를 쓴 거였는데 그 사실을 완전히 깜빡하고 그대로 현관에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남자는 내쪽을 알아채고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 나도 쓰고있었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같은 타입의 복면을.


게다가 손에는 50cm 정도 길이의 목도를 들고있었다.

이게 수상하지 않으면 뭐가 수상한 광경일까.

불행하게도 나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복면이 피부에 바싹 달라붙어 익숙해진 탓에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였다.


문을 연 순간 어슴푸레한 현관에 나타난 복면만으로도 기분나쁠 터인데

더 안쪽에서는 무기를 손에 든 수상한 복면까지 등장했으니

그 남자는 가면라이더에 등장하는 쇼커군단의 아지트에 잘못 들어온 아이처럼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남자의 비명을 듣고 흥분했는지 우리집 개까지 거실에서 나타나 발치를 빙글빙글 돌면서 짖기 시작했다.


복면 2인조에 의문의 남자, 그리고 사나운 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아무도 짐작조차 못할 듯했다.


무언가의 조직 아지트에 들어온 것이라고 남자가 착각하기 전에 어머니의 복면을 벗겨 오해를 풀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하려해도 바로 옆에서 사납게 짖는 보더콜리의 소리에 모든것이 묻힐 뿐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와 나는 자신의 모습은 까맣게 잊고 서로 상대방이 복면을 쓰고있다는 걸 동시에 알려주려고 입을 여는 바람에 상황은 더 혼란스러웠다.


어머니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듯 내 복면에 손을 뻗어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우리집에 악역 레슬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갑자기 튀어나와 마스크를 벗기는 모습에 남자는 대체 뭘 보여주려고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 남자였다면 그냥 돌아가버렸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입장에서는 괴인들의 아지트에서 갑자기 벌어진 내분 현장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어머니가 내 복면을 벗기자마자 복면은 바닥에 떨어져 그걸 곧바로 개가 빼앗아 휘둘렀다.

하지만, 나한테서만 복면을 벗겼을 뿐 어머니는 여전히 복면모습이라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았다.

괜히 내 얼굴만 공개된 것뿐이었다.


이쯤에서 제정신이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 자신도 복면 모습이었던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부끄러운 나머지 당황해서 '어서 얼굴을 감춰야해' 라는 생각에 개한테서 복면을 다시 빼앗으려는 폭거를 저지르고 말았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죄송해요, 소란을 피워서' 라며 남자에게 말을 거는 복면의 어머니와

그 등뒤로 산발을 한 채로 개와 복면을 두고 다투는 딸의 모습이 계속 비춰지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인도 카레집에서 틀어주는 자막 없는 인도 영화를 보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 남자에게는.


'일단, 바깥에 나가겠습니다...'


라고 하며 바깥에 나갔다.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남자는 부동산 관계자였다.










댓글
  • 휴지줍는 고운마음 2022/03/31 20:56

    대체 뭐 얼마나 추우면 마스크를 쓰고자는거야ㅋㅋㅋㅋㅋ

  • Hbo max 2022/03/31 20:48

    일본...경제 파탄나고 전기세 민영화 된다음부터 난방도 제대로 못한다던데...에휴


  • Hbo max
    2022/03/31 20:48

    일본...경제 파탄나고 전기세 민영화 된다음부터 난방도 제대로 못한다던데...에휴

    (tdM9gk)


  • 바닷노을
    2022/03/31 20:5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더콜리가 씬스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dM9gk)


  • 휴지줍는 고운마음
    2022/03/31 20:56

    대체 뭐 얼마나 추우면 마스크를 쓰고자는거야ㅋㅋㅋㅋㅋ

    (tdM9gk)


  • ...............
    2022/03/31 20: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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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2/03/31 20:58

    아니 전기난로 하나 사라고 ㅋㅋㅋㅋ
    그정도는 근처마트에도 팔잖아 ㅋㅋㅋㅋ

    (tdM9gk)


  • 취미
    2022/03/31 20:59

    전기세가 작년에 3배가 넘게 뛰고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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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2/03/31 20:59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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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쥐야야쥬차댜
    2022/03/31 20:59

    뭔 쇼커 자코도 아니고 ㅋㅋㅋ

    (tdM9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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