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내 작품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서 폭주하는 순간이.
마치 내일 아침의 일기 예보처럼.
캐릭터를 만들 때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겐 후드 마법사가 그런 경우였죠.
본래는 허전한 환상적 풍경에 장르성을 더해줄
여행자 및 마법사를 대변하는 이미지로 후드를 쓴 마법사를 썼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드 여행자가 캐릭터성을 지니게 된 것은
마법사 자체가 아니라 함께 다니던 새 덕분이었죠.
새가 없으면 아무도 후드를 쓴 여행자가 특정한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럴 새도 없었죠.
그럴
새
이제 이 캐릭터는 끊임 없는 이야기를 생성해내는
이야기 무안단물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 광기와 순수함으로 무장한 캐릭터는
세계에 변화를 주기에 가장 쉬운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변화는 곧 서사의 재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반대의 캐릭터성을 지닌 친구와 함께 하면 그 시너지는 더더욱 살아나겠죠.
이 가엾은 아이는 미치광이이자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탐구자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그를 향한 사랑과 동정심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가 저질러온 죄악과 밟아온 행보는
그의 (여러) 입에서 나오는 구토와 촉수보다도 역겹거든요.
그에게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기와 뇌, 훔친 지갑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 양심은 없거든요.
그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요?
상상하기도 힘들군요.
그는 엄마도 아빠도 없던 것일까요?
글쎄요. 지난 이야기 중에 단서가 있긴 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헐 지금까지 디지털이 아니고 아날로그 작업이었어?
Clair-de-Lune 2022/03/06 22:02
후드: 애미 애비도 없다고?
중정품 2022/03/06 22:02
헐 지금까지 디지털이 아니고 아날로그 작업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