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과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그리고 그 후손들의 기나긴 인연

다음은 명나라 수군 도독인 진린이 고국의 황제인 만력제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임.

이 서신의 내용을 보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진린의 애틋함이 잘 드러나 있지.

“황제 폐하께서 통제사 이순신의 장수됨을 걱정하신다면, 신이 간청하옵건데

통제사 이순신은 전란이 일어나고 수년간 수십 차례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음에도

조선의 국왕은 통제사 이순신을 업신여기며 조정 대신들 또한

이순신의 공적에 질투를 해 수없이 이간질과 모함을 했으며,

급기야는 통제사의 충의를 의심해 결국에는 조선수군통제사 지위를 빼앗아 백의종군에 임하게 하였나이다.

허나 통제사 이순신은 그러한 모함과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국왕에게 충의를 보였으니

이 어찌 장수가 지녀야할 가장 큰 덕목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중략)

조선의 국왕과 조정 대신들은 아직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또다시 통제사 이순신을 업신여기고 있나이다.

만일 전란이 끝이 난다면 통제사 이순신의 목숨은 바로 풍전등화가 될 것이 뻔하며,

조정 대신들과 국왕은 반드시 통제사 이순신을 해하려고 할 것입니다.

바라옵건데 통제사 이순신의 목숨을 구명해주소서. 통제사 이순신을 황제 폐하의 신하로 두소서”

비록 진린은 이순신보다 2살 정도 더 연상이었으나 그에 대한 대접은 매우 깎듯했던 것으로 알고 있음.

처음에 왔을 때는 오만한데다가 탐욕을 부리는 성격이었지만 이순신 장군이 진린을 다독여주고 달래주면서

진린은 이순신 장군의 인품에 단번에 감화되었고 이에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였을 정도임.

적어도 인간성은 이순신 장군이 '원흉'이라고 욕했던 원균보다는 인품이 훨씬 나은 사람이었다는 거임.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의 전투 막바지에 왜군의 총탄을 맞고 끝내 전사하고 만 이후에 이순신 장군의 전사 소식을 듣고

진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통곡을 했고 이순신 장군의 시신을 고금도 묘당도에 83일 동안 안치했고.

자신이 직접 제문을 지어 장례를 지냈지. 아무튼 그 기간 동안 몹시 통분해하고 슬퍼하였다고 함.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의 전투가 한창 치열할 때

목숨이 위험해서 전사할 뻔 했던 진린의 목숨을 구해주기까지 했었거든.

하지만 진린과 이순신 장군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는데, 훗날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자

진린의 손자인 '진영소'라는 인물이 망국의 한을 품고 원수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고 하고

뜻을 같이 한 '옹수곤'. '하연리' 등과 함께 난징으로부터 배를 타고 동도, 남해군 장승포에 표착했다가

조상이 공을 세웠던 강진 고금도를 거쳐 해남군의 내해리에 정착했다고 하지.

그래서 진영소는 조선에서 '광동 진씨'의 시조가 되었고 그 광동 진씨 집성촌이 지금도 해남군에 있음.

아무튼 그 인연 때문인지 '덕수 이씨 충무공파' 문중과 한국에 있는 진린 장군의 후손들인 '광동 진씨' 문중,

중국에 있는 진린 장군의 직계 후손들이 진린 장군과 이순신 장군의 우정을 다지는 기념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지.

사진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고금도의 충무사를 같이 탐방한 모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