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직접 들은 버블시대 썰

 교토에 놀러갔을 때 밤 늦게 한 식당에 들른적이 있는데, 가게가 문 닫기 직전이어서 나랑 양복입은 50대 아저씨 밖에 없었음.

당시 내 패션이 딱 봐도 관광객이었던지라 아저씨 쪽에서 먼저 "놀러왔습니까?" 라고 말걸더라.

그렇다고 대답하니 할 일도 없는데 말동무 해줄 순 없겠냐더라. 그래서 나도 좋다고 했지.

이런저런 얘기(마누라 욕까지ㅎㅎ)를 하다가 아저씨가 젊었을 때 버블시대를 살았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썰이 술술 나오던데 기억에 남는 것만 써보자면

*대학생 때 알바를 했는데 시급이 1500엔이었다. 그래서 알바를 너무 많이 해서 성적을 망친 적도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기업의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열곳 정도 참석하니 교통비 만으로 30만엔을 벌었다.

*도치기 현에 있던 어머니의 작은 밭이 1억 5천만엔에 팔렸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서 서민들은 도지히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느정도 돈이 있던 친구들은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샀는데 사는 족족 가격이 다 올랐다. 나는 그럴만한 담력도 여유도 없어서 부러워하며 지켜보기만 했다.

*부동산 살거라고 하면 은행이 심사도 대충하고 거액을 대출해줬다.

*어떤 회사든 야근을 하면 식비도 같이 나왔다.

*택시 사업이 엄청나게 번창했다. 버스 탄다고 하면 거지라며 깔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버블이 붕괴하자 빚을 내서 부동산을 샀던 친구들은 다 파산해버렸다. 불쌍하다기보단 투기로 돈 불려놓고선 정직하게 일한 나를 무시하는 투로 말하던 녀석들 뿐이라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정도야......80년대의 일본은 도대체 어떤 시대였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