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에 오해가 좀 있는것 같음

시작하기 전에, 필자는 건설안전관리자였음.

과거형인 이유는 얼마전에 퇴사했기 때문이지.

 

암튼 이게 중요한건 아니고

이번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관련해서

몇가지 오해가 좀 있는것 같아서 썰 좀 풀어보려고 함.

별로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걍 현직자들이면 누구나 알법한

그런 얘기니까 걍 관심있으면 보고 아니면 말고 하면 될거같음.

 

1.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둘이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회사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법인이 다른 별개의 회사임.

 

의외로 건설사엔 이런 경우가 많은데 또 다른 예가 대림.

DL건설이라는 회사가 있고, DL이엔씨라는 회사가 있음.

의외로 DL이엔씨가 대림 오리지날(?)건설사고

DL건설은 삼호+고려 병합으로 나중에 그룹에 편입한 건설사임.

물론 둘 다 건물짓는 시공사 맞음 ㅇㅇ.

 

HDC현대산업개발도 현대그룹에 속해있는 건설시공사이고

현대건설도 현대그룹에 속해있는 건설시공사일 뿐이지

걍 두개는 별개의 회사로 보면 됨.

참고로 현대도시개발이라는 법인도 있는데 이건 또 특이하게

현대건설이 지분 100%가지고 있는 현대건설 자회사임 ㅋㅋ

이름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일 뿐..

 

2. 건물 붕괴는 부실공사? 원자재 빼돌리기?

최고 전문가들이 사고조사 시행중인 이 시점에서 나같은 일개

안전따리가 이거다 저거다 확신은 못하는 상황인건 이해해줘.

다만, 설마하니 철근을 빼돌리거나 불량철근을 넣진 않았을거임.

 

건물붕괴사고 하면 중국이 철근 대신 대나무 박아서 무너진 건물

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중국이니까 가능한거고

우리나라는 암만 도급순위(시공순위)가 낮은 회사라도

일단 아파트 공사 들어가는 정도면 감리가 붙거든.

이 사람들이 걍 사무실에서 노가리나 까는 월급루팡들이 아니라

진짜로 철근 배근해놓으면 가서 확인(검측)해보고 그럼..

당연히 철근이 덜 들어가거나, 철근 배근이 불량하면 감리가

"나 이거 허가 못해줘 수정할 때 까지 공구리 치지마" 그러지.

 

즉, 배근될 철근을 빼돌리려면 감리사, 시공사, 협력사(골조업체)

3개사 관계자들을 모두 포섭해야 가능하단거지...

결국 이 방법은 원자재 빼돌리기엔 너무 부담이 크고 번거롭지.

차라리 걍 들어오는 물량 수량에 장난질 쳐서 남겨먹는게 편함.

(우리가 그렇게 하고있다는건 아니고...)

 

그러면 다음으로 나오는건 동절기 양생 문제인데..

보통 콘크리트는 양생하고 4일이면 어느정도 강도가 나오고

27일정도면 설계강도 비슷한 수준까지 나옴.

그래서 아파트 올라가는거 보면 4~5일이면 1개층씩 올라가고 하는거지.

문제는, 알다시피 콘크리트는 물+시멘트+골재 혼합해서 만들고

양생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야하는데 날이 추우면 물이 얼고

콘크리트 양생을 방해함(동해를 입는다고 표현함)

즉, 평소보다 강도가 안나옴 -> 양생기간을 늘려야 함

-> 공기 늘어짐 -> 회사 입장에선 손해로 이어짐.

그래서 동절기 6일 양생할거 5일만 하고, 4일만 하고 그러는거지..

올해 말 입주 예정이었다고 들은거같은데, 입주자 사전점검을

10개월 앞둔 상태에서 아직 골조올라가고 있다면

너무 늦진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빠른편도 아니니까

막판에 돌관으로 골조 속도 좀 올리고 마감 느긋하게 보겠다는

소장의 판단이 있었을지도 모름.

 

만약 이거때매 무너진거 맞으면 빼박 안전불감증임 ㅇㅇ

외벽 타설하다가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오는걸 봐선

사고원인이 이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있는것도 사실이고 말여.

 

그리고 타워 작업하중때문에 무너졌다는 설도 있는데

타워 브레이싱(타워-건축물 연결용 빔)을 설치할 때

슬라브(바닥판)에 미리 앙카를 심고 그 앙카랑 조인하는건 맞음.

근데 만약 이게 뽑혀서 무너진거면 건물이 위층부터 무너질게 아니라

브레이싱 걸린 층 슬라브가 무너지고 위 외벽이 무너졌겠지

오히려 이 쪽보단... 타설중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갱폼이 떨어짐

-> 갱 무게로 하부 슬라브를 때리면서 무너짐 -> 연쇄효과로 붕괴

이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싶다.

 

뭐 이건 지금 조사반들이 정확한 결과를 낼 때 까지는

그냥 일개 말단직원의 추측썰이니까 너무 믿지는 말아줘..

 

3. 안전관리자는 뭐했냐?

사실 이게 제일 많은 오해를 낳는 부분인데

사고남 -> 안전관리자가 일 안함 -> 처벌해야됨 이게 아님.

실제로 책임소재는 현장소장과 공사팀장쪽으로 넘어가.

 

이게 왜 그러냐면, 건설산업의 안전관리는 두가지 법을 추종함.

1)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 건설'산업'이니까

2) 건설기술진흥법(건기법) = '건설'산업이니까

안전관리자의 선임근거는 1번 산안법이고

이 산업안전의 범주에는 방호울이나, 난간대 같은게 들어가지

타설 후 양생온도나 강도 관리는 포함되지 않음.

오히려 이건 품질이나 공사파트의 업무에 닿아있거든.

그리고 이 사람들이 2번 건기법에서 얘기하는 관리감독자들임.

건기법상 안전관리와 교육의 의무는 산안법 안전관리자가 아니라

관리감독자들에게 있단말야...

 

물론 이렇게 말해도 결국 현장에서 난 사고니까

안전관리자는 어떻게든 엮여들어가긴 하겠지.

뭐 안전교육이 불량했다거나, 지도조언을 불이행했다거나 하면서..

근데 뭐 그럼 어쩌냐.. 안전관리자가 공사팀이나 소장 불러다가

"철근 배근 확인 후 보고하세요", "공시체 깨보세요 강도나오나" 이러면

당장 귓빵맹이 맞을걸? 니가 감리냐 하면서 말야.

사실 우리도 말 못해.. 이거 따지자면 월권행위가 되거든..

실무 나가보면 안전관리자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게 없다..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몸 비틀면서 하는게

건설업 안전관리자의 실체거든....

 

이번 사고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지..

현산 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난 사고니

중처법 가중처벌은 안당하겠다만

그 희귀한 붕괴사고를 반년 새에 두번이나 냈으니

국토부든 노동부든 아주 걍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벼르고 있겠지

사고건물도 부분해체냐 전부해체냐 기로에 서있고..

농담조로 현산 없어지는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는데

진짜 이번 건 관련해서 줄줄히 모가지 칠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