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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갖는 환상, 그 허구

밑에 미국의 19C 발달상이라며 뉴욕의 고층건물들 사진들 올려놓고, 역시 미국은 다릅니다 라는 반응을 받는 게시물이 올라왔더군요.

 

거의 반년에 한번정도씩 주기적으로 커뮤니티들에 이런 거 올라오는 걸 보는 거 같은 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진짜 미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죠. 

정작 미국인들은 그런 거 보고 '우와~' 하지를 않아요. 왜냐하면 진짜 실체를 아니까요.

 

1870~1900년대를 미국에서 도금시대 (Gilded Age)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Gilded Age로 구글링 해보시면 첫 페이지에 뜨는 게 이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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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대가 저랬어요. 뚱뚱한 거대 재벌 몇몇이 있고 그 밑에 달라붙은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있고., 나머지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아예 컷 바깥에 있었습니다.

1870-1900년대만 저랬던 게 아니라, 1930년대 대공황때까지 주욱 그랬어요.

 

 

아래는 미국의 지니 계수 그래프입니다. 1910-30년대가 아주 극악이죠.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했습니다. (미국에서 사람들이 살만했던 시기는 2차 대전 끝나고 나서 1950~1970년대입니다. 이때 빈부격차가 줄고 중산층이 육성되고,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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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전까지는 카네기와 록펠러, 에디슨 같은 거부들이 엄청난 부를 누리는 반면에, 나머지 미 국민들은 굶어가면서 몽둥이로 두들겨맞고 노예처럼 일을 했었던 시기입니다.

 

저 시대를 다룬 미국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삐까뻔쩍 합니다. 당연하죠. 당시 재벌들의 삶을 다루니까요. 그래서 이 관점에서는 이 때를 황금시대 (golden age)라고 부릅니다.

1920년대를 다룬 디카프리오 주연의 Avaitor 같은 걸 보면, 아주 그냥 화려하고 삐까뻔쩍하죠.

 

그런데, 대다수 미국인들은 - 그러니까 미국 학교나 언론에서는 - 황금시대라고 안부르고 도금시대 (gilded age) 라고 부릅니다. 도금은 껍데기에만 황금칠을 해놓고 안에 내용물은 전혀 다르잖아요.  쇳덩어리이거나 납덩어리이죠. 마찬가지로 미국의 그 시절은 속알맹이가 전혀 달랐다는 의미로 도금시대라고 부르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이걸 알아요. 학교에서 배우죠. 저게 도금이였다. 겉 껍데기만 화려했지 속은 참혹했었다 라고 배우죠.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짜 미국에 대해 잘 모르면서 저 껍데기 도금칠에 반해서 일년에도 두세번씩 사진을 돌려보면서 감탄한다면... 그걸 지켜보는 저는 답답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미국의 저 시대 이미지는 이런 겁니다.

도금시대 미국의 맨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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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잘 정비된 도로와 숙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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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 시대 뉴욕의 플랫 아이언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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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시대의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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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 백화점 소유주였던 Isidor Str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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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양복 카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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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2년 미국 신사가 미국의 자동차를 탄 모습 

(당시가 포드가 모델 T를 만들어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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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의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했어요. 

이런 걸 짚은 책이 그때 미국의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는가 (How the Other Half Lives - Jacob Rii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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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길거리에 하수구 구멍위에서 자고 있습니다. 추워서 하수구 물에서 올라오는 온기를 쐬기 위해서 저기에서 자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시에 미국은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이 올라갔다며 감탄하지만,

 

1912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건설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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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마스트 올리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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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에 골목길은 이랬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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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 방 한칸에 포개어 자고 생활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1890~1909의 미국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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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에 소녀가 나체로 자는 것을 좋아해서 저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

가난해서 속옷이 없었던 겁니다.

가난해서 신발이 없거나, 속옷이 없거나, 겉옷이 없거나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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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절에 미국 노동자들 임금이 진짜 쌌습니다.

 

어느 정도 쌌느냐 하면, 풀 타임으로 하루를 일해도 하루 세끼 빵을 살 돈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둘 다 일하러 나가도 가족 부양이 불가능하니까, 아이들까지 일하러 나갔습니다. 입에 풀칠은 해야죠.

임금이 너무 낮다고 노동자들이 항의하면 기마경찰이 와서 곤봉으로 두들겨 패던 시절입니다. 

(1914년 광부들이 파업을 하자 광산주였던 록펠러 가문이 사병들을 동원해 광부들의 천막촌에 기관총을 쏴서 부녀자를 사살하고, 이에 광부들이 반발하여 천여명이 모이자, 주방위군이 투입되어 천막촌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하고, 파업을 진압했습니다 - 콜로라도주 루드로 학살사건).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나가서 일을 했습니다. 다섯살, 여섯살, 열 살.... 나이 상관없었습니다.

방직 공장에도, 주물공장에도, 유리공장에도, 광산에도, 해산물 공장에도, 길거리의 가판대에서도... 생계를 위해 어디든지 일했습니다.

 

1911년 펜실바니아 광산에서 일하던 아동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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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유리 공장에서 일하는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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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의 어린 나이에 굴까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Bertha, 일주일에 $6를 받았다. 옆은 같이 일을 하던 그녀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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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델라웨어 주의 Wilmington시 시청 뒤에서 야채를 팔고 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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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포트 로얄에 있는 굴까는 공장에서 일하던 10살 Se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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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2살 Addie 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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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의 Augusta에 있는 목화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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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에서 불순물을 손으로 골라내는 아동 노동자들 (breaker boys라고 불렸다)

나이든 성인은 회초리를 들고 감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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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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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맨발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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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주의 광산에서 하루에 열시간씩 일하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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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주의 유리공장에서 한밤중에 일을 하고 있는 소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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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죠, 이런 참혹한 모습들 위에서, 우리가 아는 아래 영상 (에비에이터 예고편) 같은 게 성립한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kFDK4cuQA&feature=emb_title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화려한 장면과 참혹한 장면 양쪽을 다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인들은 이걸 압니다.

그래서 쟤네들이 자기들의 역사인데도 물고 빨고를 안하는 거에요.

댓글
  • 바보형 2022/01/09 16:20

    와 씨 멋지다 이분...........

    (B8oWXD)

  • 미라클맨0 2022/01/09 16:25

    화려한게 보기좋으니 그런가봅니다 모든건 이면이 있는법인데...

    (B8oWXD)

  • MarryMe달링♬ 2022/01/09 16:38

    화려함뒤의 힘든일반인들의 삶
    좋은 정보 잘 보고갑니다.

    (B8oWXD)

  • 낯선땅이방인 2022/01/09 16:39

    윤이 120 시간 근무, 저급 식재료같은 소리는
    지금 대한민국을 저 지경으로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B8oWXD)

  • 얘가말한대! 2022/01/09 16:45

    이건 좀 핀트를 잘못잡은 글이라고 생각하는게
    저 시기 미국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는건 다른 나라에는
    상상할수 없는 발전된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지
    당시 미국이 훌륭한 국가여서 그런게 아닙니다
    저 시기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올릴수 있는 나라가
    미국말고 있었을까요?
    지금도 천조국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이 본받을만한
    이상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우주 관련기술이라던지
    군사 관련기술을 보고 와~ 하는거랑 마찬가지인거죠

    (B8oWXD)

  • 몬로 2022/01/09 16:47

    아비에이터 보다는 위대한 개츠비가 더 정확한 비유같습니다.
    미국 상류사회의 화려한 단면을 아주 기막히게 묘사한 명작으로 지금도 회자되고있죠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를 비판하는 시각은 지금 올리신 게시물과 같은 부분을 지적을 합니다.
    한편으론 모든 자본주의-뭐 공산주의도 별 다를바 없지만-의  성공기저에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지금도 자본주의는 싼 임금을 찾아 아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있고요. 그래서 똑같은 일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에 반발해서 공정무역이니 아동착취금지같은게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고요.
    지금현재 우리에게 중요한건 저런 어두운 부분을 최대한 걷어내고 모두에게 공정한 배분을 하자는 걸로 바뀌어 가고 있지요
    다만 한국의 기레기들은 아직도 가진자의 편이긴 하지만 이건 이미 오래전부터 서구사회에서 지적된 부분이 한국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는것이라서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파고 들어가면 결국은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인간욕구에 관한것이
    되어버려서 쉽게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해결책이 되는 이재명을 심습니다.

    (B8oWXD)

  • koko 2022/01/09 17:00

    맞는 말씀 이긴한데 동시대 다른 나라는 한술 더 떳다는게 함정
    빈부격차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비교대상도 안되고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 대부분이 비슷비슷했죠
    그나마 미국은 어찌되었든 저런 불합리를 스스로 고쳐나갔다는게 더 대단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와 625를 격어서 나라가 완전 리셋되지 않았다면 부의 불평등은 지금보다 더했을겁니다

    (B8oWXD)

  • 스멉휴 2022/01/09 17:14

    사회주의 혁명!!

    (B8oWXD)

  • 그때그때 2022/01/09 17:26

    세계1차 대전이 터짐
    유럽이 박살나니 미국이 물자를 생산하고 잘 나감
    1920년대 주식이 폭등함 너도 나도 주식을 투자함
    주가 대폭락하고 경제대공황옴
    뉴딜정책을 펴고 경제 살리기 위해 노력함
    결국 세계2차 대전이 미국을 살리는 결정적일이 됨
    유럽이나 미국이나 긴시간 격어온 일들이 있었고 현재가 있는거죠

    (B8oWXD)

  • REVENTON 2022/01/09 17:47

    미국인들이 저 시대를 나쁘게 기억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저 시대 미국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노동법이 기업위주로 제정되어 있던 미국과 달리 조선에는 노동법이란 것 자체가 없었습니다.
    공장에 고용된다는 개념이 없죠. 아버지랑 같이 밭에 나가서 일하는거고요.
    그 당시 조선에서도 아이들은 일을 했고요, 단지 체계가 없어서 사진과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뿐이지 먹고사는 것조차도 미국보다 나았을 리가 없습니다.
    1932년 저 사진의 건축물들을 보면, 현대의 대한민국조차 강남 송파가 아니고서야 저만큼 찬란하지 않습니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음에도 두 국가의 문명 수준의 차이가 100년 가까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지, 저 시대의 미국이 사회적으로 어떻다는걸 포인트로 보는게 아닙니다.
    근데 사회적인 제도조차도 유럽을 제외하면 당시의 미국보다 나았을 국가가 과연 있었을까요..

    (B8oWXD)

  • gooda 2022/01/09 19:22

    직원들을 기관총으로 학살할 수 있는 자유,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던, 저게 진짜 자본주의죠.
    케인지언의 등장 이후 저 진짜 자본주의는 몰락하고, 우린 이제 공산주의 반, 자본주의 반인 시스템에서 살고 있습니다.
    (20세기 말에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미 그 수십년 전에 자본주의가 몰락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자들이 예언했던대로, 자본주의가 내부의 모순으로 붕괴하고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자본주의는 그 구조상 그냥 놔두면 빈부격차가 계속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걸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그들의 예언대로 정말 공산주의로 넘어가버릴지도 모르죠.

    (B8oW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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