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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의 스타와의 위험한 재혼

그의 팬으로서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김남우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단 소식은, 우리 '나무사랑' 팬클럽을 안타깝게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신혼집을 꾸리자마자 아내가 살해당했으니!
정말, 지난 몇 달이 거짓말인 것처럼 놀라운 뉴스의 연속이었다.

대세 스타 김남우의 깜짝 결혼 발표. 심지어 그 대상은 자신을 쫓아다니던 팬. 그리고 결혼 2달 만에 벌어진 아내의 죽음. 처음에는 자살로 알려졌으나, 알고 보니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 사생팬의 소행으로 보이는 정황들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범인.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집에서 홀로 괴로워하고 있을 김남우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지만, 난 그가 팬카페에 방문하더라도 힘을 얻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 우리 나무 불쌍하긴 한데...잘됐다고 생각해. 솔직히 그년이 남우한텐 너무 딸렸어! ]
[ 맞아! 괜히 우리 남우랑 결혼해서 벌 받은 거지! 속이 시원하다! ㅋㅋㅋ ]
[ 남우랑 3개월이나 살았으면 충분하고도 남지. 난 일주일만 살아도 죽을 수 있겠다! ]
[ 우리 남우가 이번 경험으로 연기력이 한층 더 상승할 듯 ㅎㅎ ]

일부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이번 사건을 기뻐하는 팬들이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깜짝 결혼 발표 때 혈서부터 시작해서 자살소동까지 벌어졌었으니..

나는 카페 관리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주의를 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다가오는 김남우의 생일날 예정되어 있던 축하 팬미팅 대신에, 고인 임여우의 추모회를 진행합니다. 장소는 ㅁㅁㅁ. 후원 계좌는-. . . ]

진정한 팬심을 보여주자는 명분으로 나는 추모회를 밀어붙였고,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어차피 김남우가 잠수 상태라 팬미팅은 자동 취소였으니까.
일부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놓고 나설 수 없었다.

당일. 엄숙한 분위기로 추모회가 진행되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잠수 상태였던 김남우가 나타난 것이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남우입니다. ]

" 꺄아아악-! "

정말 우리 운영 측도 몰랐던, 깜짝 객석 등장이었다.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온 추모회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당장 실시간 뉴스를 도배한 이 사건을 계기로 김남우의 재활동이 시작되었다. '팬의 사랑으로 회생한 스타'는 구도가 좋은 뉴스거리였다.
동정 여론이 손쉽게 팬심으로 돌아서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몸값이 오를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의 스타 김남우가 기적적인 복귀를 했을 때, 내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 얘기 들었어. 혜화 네가 추모회를 주도했다고? "
" 네, 네! 오빠! "
" 고맙다... 언제 밥 한 끼 살게. 연락처가? "
" 고,고,고,공일공!! "

김남우와 개인적으로 번호를 교환하게 될 줄이야!
그가 따로 당부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이 사실을 자랑한다면 그냥 성공한 팬으로만 남을 것 같았다.
난 절대 비밀로 간직하며, 그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혜화야. 이번 주말에 시간 있니? ]
[ 네! 그럼요! ]

그는 몸소 나를 데리러 왔고, 단 둘이서만 차를 타고 이동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고장난 마네킹처럼 어깨를 세우고 에어컨 구멍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그에게 웃음을 주었다.

" 너무 긴장하지 마. 오랜만에 웃는다 진짜. 하하. "
" 네, 네! "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식당, 처음 먹어보는 음식. 몰랐던 김남우의 속마음과 이야기들.
한참 스케줄이 바쁠 텐데도, 그는 몇 시간이나 나와 함께해줬다. 게다가,

" 또 연락할게. 다음에 또 보자. "
" 네? 정말요?! 네네네! "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안 그러려고 해도, 망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가 내게 호감을 느낀다면? 그와 내가 연인이 된다면??

내 망상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기적으로 나를 불러내었다.
따로 말만 안 했다뿐이지, 어느새 그와 나는 연인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을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는 달랐다.

" 우리 결혼하자. "
" 뭐? 오빠 미쳤어? 벌써 그러면 오빠만 욕먹어! "
" 남들 시선은 상관없어. 너를 사랑하니까. "

그것은 내게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비밀로 했던 관계를 처음으로 가족에게 털어놓았다.

" 나 사실...연예인 김남우랑 사귀고 있어. "
" 뭐? " 

나는 축하를 기대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우려와 불신이었다. 
나는 같이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청혼까지 받았다고 얘기했다. 

" 결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김남우 아내가 죽은 지 1년도 안 됐잖아! "
" 김남우가 정말로 너랑? 왜?? "

예상과는 달리 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 뭐가 문제라고! 난 김남우랑 결혼할 거야! "

어차피 내 뜻을 꺾을 순 없었겠지만, 언니는 계속 충고질을 했다.

" 너는 정말로 이상하지 않아? "
" 아 뭐가! "
" 김남우 걔는, 팬이었던 여자하고만 두 번이나 결혼한다고?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혹시 나 질투하는 거야?! "
" 야 너..! "

나는 화를 내며 언니를 쫓아냈지만, 걱정이 되긴 했다. 생각해보면 논란이 일어나기 딱 좋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 걱정을 듣고도, 김남우는 한결같았다.

" 남들 떠드는 게 두려워서 진정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멍청이들이야. 인생은 한 번뿐이야. "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듯이,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 

" 아내가 죽은 지 1년도 안 되어서 재혼한다고? "
" 세상에! 또 팬이랑 결혼해? "
" 옛 처가는 난리 났겠네 지금. 딸자식 죽인 범인도 안 잡혔는데 그 남편이 재혼ㅋㅋㅋ "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자기 뜻대로 밀어붙였다.
주변에서 말린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판, 나는 어느새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입장을 하고 있었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지인들만이 모인 조촐한 결혼식이었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꿈꾸던 나의 김남우와 결혼하게 됐으니까!

그는 정말 용감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나와의 애정을 과시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달콤한 신혼이었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곧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들만 남아있을 줄 알았다. 그의 서재에서 숨겨진 상자를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 이건 내 사진인데...? "

상자 속에는 나를 포함한 젊은 여자들의 사진이 여러 장이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녀들은 나도 익히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바로, 스타 김남우의 열성 팬들 말이다.

" 왜, 왜 이런 사진들을...? "

내가 공포에 질려서 사진을 넘길 때, 등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봤구나. "

" ?! "

황급히 돌아선 그곳에, 내가 알지 못하던 표정을 짓고 있는 그가 있었다.

" 1주년을 채우려 했는데.. 뭐, 이쯤이어도 상관없겠지. "
" 무, 무슨...? "

그가 다가오자, 나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의 양손에는 밧줄이 들려있었다. 자살로 위장할 때 쓰였던 것과 똑같은 밧줄이!

" 어..어...어떻...! "

나는 무슨 말이든 꺼내려 했지만, 그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내 목을 졸랐다.

" 컥! 커허억! "

나는 꼼짝없이 당했다. 그는 뒤에서부터 나의 발버둥을 제압하며 목을 졸랐고, 나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때, 그가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 너지? 네가 내 아내를 죽였지? "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 너를 포함해 4명의 용의자가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어. 그때 나는 생각했지. 질투 때문에 내 아내를 죽인 사생팬이라면, 내가 다시 누군가와 결혼한대도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까? "
" 커허억...! "

" 내가 왜 너랑 결혼했는지 알겠지? 너를 가장 의심했으니까. 지난 1년간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줘도 무사한 너를 보면서 확신했어. 너지? 네가 내 아내를 죽였지? "
" 커어억... "

점점 눈앞이 희미해졌다. 마지막으로, 나는 생각했다.

아-! 우리 김남우는 똑똑하기까지 해! 역시 너무 멋져!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5/18 01:32

    한 삼일간,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보다, 예전에 쓰다만 것들을 건드려보고 있는데...괜히 쓰다만 게 아니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ㅎㅎ;
    항상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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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바르셀로나 2017/05/18 02:42

    나무사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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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그러렴 2017/05/18 02:56

    복날님~!
    처음 쓴글부터 즐겨왔던 공게 매니아 입니다. 글을 너무 쉴틈없이 쓰셔서 거의 매일 공게 들어왔음에도 가끔은 '내가 혹시 못본게 있나?' 해서 본날님 개인페이지 들어가서 확인 할정도로 복날님 팬입니다.
    근데 항상 드리고 싶었던 말은...자신을 너무 저평가 하지마세요. 그렇게 저평가하심이 다른 어떤 작가분들께는 바늘이 될수도 있고, 저같은 팬들에게는 뭐지...? 왜...?라는 의아함을 갖게도 만듭니다.
    그리고 복날님 쓴글들 거의 전부 제 취향저격 이고  복날님글에 추천 주는 모든분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의 취향을 무시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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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늑대 2017/05/18 03:05

    아.. 재밌어요... 크흑... ㅠㅠ 새 글 기다렸어요. 정말
    다작하고 계시긴하지만... 그리고 복날님의 새 글 찾기가 힘들어서, 바보님께 오유인 팔로우 기능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추가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당.. 빨리 추가됐음 좋겠네요.. ^^;;....
    아참! 잘 읽었습니다. 엔딩의 대사가 맘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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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Art.Be.At 2017/05/18 03:06

    첫 댓글인데 반말 좀 할게요...
    복날님 쓰고 싶은 거 다 써!!!
    난 열심히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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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생기면다오빠 2017/05/18 03:18

    와 대박....
    정말 단편영화보는듯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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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코중인오덕 2017/05/18 03:20

    오아아?
    이런 결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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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t=♥ 2017/05/18 03:35

    항상 감사합니다. 복날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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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훈 2017/05/18 04:04

    와이프가 죽었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주인공이 범인일거 같은 느낌은 왔는데 ㅋㅋ
    저는 의외로 김남우가 범인을 알아보기보단 범인이 와이프로 생활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니 왜 이 밧줄(혹은 범행흔적)이 아직도 여기 있담" 중얼거리면서 증거인멸하다가 들킬 줄 알았어요ㅜㅜ
    오늘도 제 추측을 무산시키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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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풍의라빈 2017/05/18 08:39

    헐...반전에 반전이네요 ㄷㄷ 소오름~
    1인칭은 거의 못본거 같은데, 신선하네요 ㅎㅎ 잘봤습니다
    그나저나 김남우는 여전히 월드스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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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쯔와이스트위 2017/05/18 08:55

    와 진짜 중반까진 김남우다 더 뜨기 위해 팬 이용해서 결혼극(?) 벌인 줄 알았는데... 추모회 나타나서 더 떴다거나 하는 거 땜에.......ㅋㅋㅋㅋㅋㅋ 죄송...
    마지막 줄이 킬링 파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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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쨩 2017/05/18 09:02

    오... 김남우가 범인인줄알았는데
    이런반전이 ..
    복날님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열씸히 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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