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생일이라고 롤렉스 사줬습니다

사실 제 생일은 이번 토요일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늘 저녁에 가족들과 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낮에 집에 있는데 여덟살짜리 딸아이가 저에게 와서는
“아빠, 우리 신세계백화점에 롤렉스 사러갈까? 아빠 생일선물로 내가 사줄께~” 랍니다.
의미있는 시계라면 언제든 환영하는 저인지라 쉽사리 “그래, 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두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향했는데
10분거리를 운전해 가는동안 3살배기 둘째는 이미 꿈나라로 갔고
주차장에서 둘째가 조금 잘 수 있게 30분정도 첫째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대화는
저: 해인아, 해인이 통장에 지금 돈이 백만원이 있는데 만약 롤렉스가 100만원이라도 아빠 사줄꺼야?
딸: 응 당연하지. 나는 지금은 큰 돈이 필요 없어~ 아빠가 어차피 사달라는거 다 사줄거잖아~~
ㅎㅎㅎ 귀여움에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둘째를 깨워서 롤렉스 매장으로 향합니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한 매장
진열장엔 전시용만 여덟점 정도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서브마리너 몇가지, 별로 관심 없는 데이트저스트 남자꺼 3개, 여자꺼 2개…
딸아이가 제 눈치를 보더니
“아빠, 마음에 드는게 없어? 내가 골라줄까?” 하니까
직원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꼬마손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전시용만 있습니다”고 하십니다.
저희 딸아이는 “아 그럼 못사는거예요? 아빠 생일인데…”하니까
직원분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며 다음에 또 들러주시면 멋진 시계 살 수 있을거란 멘트를 치십니다 ㅎ
백화점에서 저녁에 집에서 먹을 음식들을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어제 과음을 해서 별로 음식생각이 없었던지라
적게 산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푸짐한 한상이 준비 되었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다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딸 아이가 깜짝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선물을 저에게 주며 “아빠, 사실 롤렉스 내가 만들어 놨어~”랍니다.

이건 “롤렉스마사지쿠폰”이랍니다.
나중에 자기방으로 오면 마사지를 제가 잠들때까지 해주겠답니다 ㅎㅎ

어제밤에 뜬금없이 제게 와서 아빠가 제일 갖고싶은 롤렉스 여기 적어보라더니
그걸 오려서 이렇게 택 처럼 넣어줬네요.

대망의 본품입니다 ㅎㅎ
나름 베젤 부분에 삼각형 표식을 흉내내었고
왕관도 그려넣은게 제법입니다 ㅎㅎ
색상조합으로 봐선 롤렉스 서브마리너 옐로우골드 청판 모델인것 같습니다.
오… 없는 모델인데 제가 없는걸 어찌 알고 겹치지 않는걸로 준비한건지 ㅋㅋㅋ

마지막으로 메세지카드도 넣어놨군요.
선물의 기본은 다 아는 아이로 성장했군요 ㅎㅎㅎㅎ
오늘 저는 세상 어디에 있는 롤렉스보다 값진 롤렉스를 얻은 기분입니다.
스물여섯살이던 저에게 청천벽력처렴 생긴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온지 어느덧 8년이 지나고
저에게 사랑한다고 하고, 선물도 주고, 애교도 부리는걸 보니
너무 행복합니다.

참고로 내년 생일도 롤렉스 예약입니다 ㅎㅎㅎ